먼저 간 친구를 떠올리며.
벗을 먼저 보낸 새벽에
새벽 3시 청사 순찰을 돈다.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암수 부엉이가 부~엉하며 우는 소리를 들었다. 한 놈은 내죽도 공원 소나무 숲에서 울고, 다른 한놈은 소방서 옥상 송신탑에서 두 놈이 번갈아 가며 울고 있었다. 어릴 때 새벽녘 고향 뒷산에서 울려 퍼지는 부엉이 울음소리는 쥐 죽은 듯 잠든 동네 전체를 공포에 몰아넣는 듯했었다
문득 올려다본 밤하늘이 무척이나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새벽이다.
언제나 버릇처럼 나는 카시오페아 별자리를 젤 먼저 찾고 그다음 수순으로 북극성을 찾는다. 군대에서 독도법을 배울 때 제일 중요한 것이 방향 유지를 하기 위해서는 진북을 가리키는 북극성을 찾는 일이다. 북극성을 찾기 위해서는 별 5개가 모여 W 형태를 이루고 있는 카시아오페아 별자리를 찾고, 별 5개의 위치한 각각의 거리는 비슷한데 W의 꼭지점에서 별사이의 거리 5배쯤 거리에 북극성이 있다. 북극성은 카시아오페아 별보다 밝기는 어둡지만 카시아오페아와 다른 모든 별자리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위치를 이동하는 반면, 항상 고정되어 있다.
그래서 북극성이 위치한 방향이 진짜 북쪽, 즉 진북이다. 음력 시월 스무하루 밤 밝은 달과 어우러진 별들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새벽이다.
갑자기 어제 아침 세상을 떠난 수승이 생각이 났다. 지난 금요일 오전, 병원에 입원하였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딸아이 혼사 날을 잡아두고 이래저래 늦추던 병문안을 갔다.
새통영병원 609호에서 301호로 옮겼다는 간호사의 말에 동물적 반응으로 물었다. 왜 병실을 옮겼냐고? 묻고는 간호사 얼굴을 쳐다보지 않고 북쪽 벽을 응시하며 간호사의 답변을 들었다. 상태가 위태하기 때문에 아래층으로 갔다고...
올해 초봄쯤이었나 싶다. 용남면 가스충전소에서 우연히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원래 거무티티하였지만 더욱 검어지고 광대뼈가 튀어나와 무척이나 메말랐다. 당뇨가 심하다는 말에 예전처럼 술 한잔 하자, 밥이나 함 먹자는 말이 선 듯 나오질 않았다. 이렇게 빨리 갈 줄 알았으면 차라리 그때 밥이나 한 끼 할걸. 그랬으면 이렇게 먼저 간 친구에게 미안함이라도 덜 할 텐데.
당시 같이 병문안 갔던 일행에게 환자의 상태를 내 눈으로 확인하고는 사흘쯤 버티겠다고 했는데 내 말 들어준다고 그랬나?. 어째 그리도 사흘을 버티다 갔나 싶다.
영결식장에서 차마 너의 사진을 볼 면목이 없어 화장장으로 곧장 갔었다. 그런데 네가 현직에 있을 때 빌붙었던 그 많던 친구들 얼굴은 한 명도 볼 수 없었다. 심지어 당신과 친구이고, 동서지간이며 내랑 사돈지간이 된 그 양반까지도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난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신이 살아온 삶의 형태를...
부디 저 아름다운 하늘에서 편히 쉬려무나. 마지막에 무거운 짐 내려놓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너의 신음소리 나는 모두 알고 있다. 이제 네가 만든 업보는 산자의 몪이다.모든 짐 내려놓고 편히 쉬려 뭐나.
너의 친구 봉은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