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19.03.10(일)

버팀목2 2019. 3. 11. 08:40

2019.03.10(일) 비



2019.03.05자 울 아파트 울타리에 핀 목련꽃






새벽부터 비가 내리는 일요일 아침에

현종이가 내 몫이 되었다는 말부터 날아 왔습니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 오기 시작합니다


거울은 들여다 봅니다

오늘따라 볼에 붉은 실핏줄이 더 뚜렷해 보입니다 


갑자기 펼쳐 든 1940년에 등단한 박목월의 4월의 노래라는 시에서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라고  시작하는데

우리 아파트 울타리에는 벌써 목련꽃이 만개했는데


박목월 시인이 살았고 그 시를 지었던 곳은

4월에서야 목련꽃이 피었다고 하는 것을 보니

내가 사는 이 고장보다 훨씬 더 북쪽이었나 봅니다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이 떠 올랐는지 모르겠습니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촉촉히 봄을 재촉하는 비를 맞으며 점심을 먹으러 간 거창집식당 주인 왈

"비도 오는데 고기 굽어 소주 한잔 쫙! 어떻습니까?"

결국 그렇게 소주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낮술은 백수가 피해야 하는 필수요건임에도 그만 사탄의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비몽사몽간에 시간을 보내고 

그래도 샤워는 해야겠다 싶어 목욕탕으로 갈까 헬스장으로 갈까 잠깐 망설이다가 헬스장으로 갔습니다.


매일 그곳에서 만나는 지인은 벌써 운동을 마치고 탈의실에서 나오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이왕 내친김에 땀이라도 흠뻑 빼고 싶어 근력운동을 끝내고 런링머신으로 갈아타고 있는데

그곳 책임자가 다가와서 하는 말이 마감할 시간이라고 합니다.


뒤돌아 보니 그새 헬스장은 다아 빠져 나가고 두어명이 물병 등을 챙겨 나가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일요일이고

휴일에는 6시 개문하여 오후 6시에 폐문한다는 사실을 알아 차리고 바삐 움직였습니다

탈의실로 갔더니 난리법석입니다.


10분전 6시인데 

그 이전에 마치고 나가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이쪽으로 옮기고 난뒤 6개월 동안 한번도 이런 경험을 해 본적이 없는지라 당황해 하면서

10분만에 샤워를 끝내려고 안간힘을 다 썼습니다

가까스로 옷을 입고 탈의실을 마지막으로 나서는데 벽시계의 분침이 12시를 약간 넘어서서 기울어지고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절대 이런일은 답습하지 않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