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26(수)
2019.06.26(수) 장마시작 비
1993년 민족문학작가 회보에 실었던 '괴물' 발표 최영미 시인의 '등단소감'
"내가 정말여, 여류시인이 되었단 말인가
/술만 들면 개가 되는 인간들 앞에서
/밥이 되었다, 꽃이 되었다
/고, 고급 거시기라도 되었단 말인가"
시 '괴물' 발표로 한국문단의 황제처럼 군림해 온 '고은' 시인을 추락시킨 후 6년만에
06.25 신작 시집 '다시 오지 않을 것들' 이란 출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고 언론에서 보도했습니다.
우리 문단에서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최영미 시인이라 우리 사회의 관심을 받는 것 같습니다.
<괴물>
최영미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박고 나는 도망쳤다
En이 내개 맥주잔이라도 던지면
새로 산 검정색 조끼가 더러워질까봐
코트자락 휘날리며 마포의 음식점을 나왔는데,
100권의 시집을 펴낸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그런데 그 물은 똥물이지 뭐니"
(우리끼리 있을 때) 그를 씹은 소설가 박선생도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하나.
이 시로 인하여 고은 시인은
성추행 폭로 최영미를 상대로
막강한 민변 창립 인권 변호사 김형택 등 4명을 선임하여
10억7천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지만
결론은 배상책임이 없다고 2019.02.15자 판결했습니다.
그동안 은연중에 직장에서나 사회생활하면서
미투가 우리 사회 저변에 깔려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이제 그런 사실들이 수면위로 떠올라 사회문제가 되었지만
남성중심 사회에서 애써 외면해 왔었지만
우린 벌써 오랜전부터 조심했어야 될 문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