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1.04.16(금)

버팀목2 2021. 4. 16. 18:34

2021.04.16(금) 흐림

 

'대숲 아래서'

                       나태주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밤새도록 댓잎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둑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

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 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자죽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

해 지는 저녁 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 밖에 떠드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또한 동구 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밤안개만이 내 차지다

 

하기는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저녁밥 일찍이 먹고

우물가에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물에 빠져 머리칼 헹구는

달님만이 내 차지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되어 나태주를 시인으로 만든 시랍니다.

 

아침에 우연이 티브이 채널을 돌리다가 유재석이 사회를 보는 tvN 유 퀴즈란 재방송 프로를 보게 되었는데

거기에 나태주 시인이 출연한 프로를 보게 되었는데 공감!

 

고교 학창 시절쯤에 읍내에 사는 아가씨를 연모하여 연애편지를 보냈고 답장이 왔는데

뜯어보니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답장이 왔는데 굵은 만년필 글씨로 자네 언제 한번 서천 읍내로 나오게 그러면 내가 한번 만나 주겠네! 편지를 찢어서 논바닥에 버렸고,

 

이후 나이 열여섯에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를 보냈는데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그 당시의 심정을 쓰게 된 것이 '대숲 아래서'라는 시였고,

시인이  된 효시(嚆矢)라네요.

 

처음 좋아했던 그 소녀는 그 이후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지금은 자신처럼 늙었기에 만나고 싶지도 않고 그 옛날 그 모습을 기억 속에 간직하고 싶다고 하네요.

 

그리고 보면  유치환 자작시 해설집('구름에 그린다')에도 유치환이 옆집인가 사는 좋아하는 아가씨를 사모하게 되어 글을 쓰게 되었는데 그게 단초가 되어  시인이 되었다는 얼핏 기억에 남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이 돌봄 보수교육을 통영시 복지회관에서 상, 하반기로 실시하던 것을

코로나 19로 인해 대면교육 대신 화상시스템을 이용하여 각 가정에서 강의를 시청하는데

집사람이 컴맹이라서 9시부터 시작하여 50분 강의하고 10분간 휴식하고,

12~13시까지 점심시간이고 하루 8시간 교육받는데 강의 중간에 강사가 퀴즈를 내고 수강자가 답을 적어 보내야 하는데 내가 오늘 그걸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퀴즈 또는 영유아 보육 관련 문제를 제시하면 답을 적는 아주 초보적인 것인데도 컴맹은 마우스 조작부터 겁을 집어먹고 작동을 시키지 못하니 오후 6시에 교육이 끝날 때까지 꼼짝 마라입니다.

 

현종이가 수업 마치고 친구 재혁이 집에 놀러 갔다가 오후 5시에 집에 왔습니다.

그 시간까지 꼼짝 못 하고 교육받는데 옆에서 조력을 했습니다.

 

오늘은 그래서 헬스장도 못 가고

겨우 오후 5시에 동원탕에 가서 샤워를 하고 돌아와서 가족끼리 7층에 삼계탕이나 먹으러 가자고 하더니

예약전화를 걸고 나더니

아직 계 모임 등 단체 식사가 되지 않으니 아직 삼계탕을 일러서 5월부터 한다며

사천성중국집에 팔보채 1, 자장면 1, 짬뽕 1 시켰는데 만두가 서비스로 따라왔습니다.

2홉들이 딱! 좋은데이 1병, 화이트 캔맥주 355cc 1개로 저녁식사를 마감했습니다.

 

 

☆안   부 / 이 창 현☆

 

어디쯤 와 있는 걸까

가던 길 뒤돌아 본다

저 멀리 두고 온 기억들

내 가슴에 말을 걸어온다

 

그토록 아파하고도 마음 서성이는 건

슬픔도 지나고 나면 봄빛 꽃망울 같은

추억이 되기에

 

슬퍼도 그대가 있어

눈부신 시간을 살았지

 

오래전

내 그리움에게 가만히 안부를 묻는다

다시 내게 불어 온 바람

잘 지낸단 대답이려나

 

흐느끼는 내 어깨 위에 한참을

머물다 간다

또다시 내 곁에 와 줄까

 

봄처럼 찬란한 그 시절

가난한 내 마음속에서도

가득히 머물러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