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2.05.28(토)

버팀목2 2022. 5. 27. 12:27

2022.05.28(토) 흐림

 




☆ 고 독

왜 있잖은가

비 오는 날
창문 열어 놓으면 나무 잎새에서
토닥 거리는 쓸쓸함 같은 거

저녁나절에
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언덕쯤에서
저녁노을 바라볼 때의 막막한
그리움 같은 거

왜 있잖은가

지금껏
걸어온 길 처연했지만
한편으로 정성 들여 갈무리 잘했다는
대견함 느끼며 , 위로받고 싶은 거

생각해 보면
세상 한켠에 툭 떨어진
정말로 미세한 존재일 테지만
우주 속 어디쯤 그 한 부분 지탱하는
질량 가득한 정신 있었다고
자위하고 싶은 거

☆* 시 전 집 * 중에서 / 윤 고 영 글

♤ 에 필 로 그

언제부턴가가
내게 와서 벗이 되었다 , 입이 없다
한 번 오면 갈 줄 모르고 끝장을
기다리고 있다

내가 외출이라도 하면
책갈피 속에나 서랍 안에 도사리고 앉아
있다가
어느새 나와 내 어깨 위에
손을 얹고 선다

키는 신통히도 나와 같다
눈을 감으면 그는 반대로 눈을 뜨고
나를 보고 있다

새벽 다섯 시 오 분 전
꼭 그 시각에 잠을 깨우고
싸늘한 만년필 뚜껑에 앉아
시계의 초점 소리를 듣고 있다

☆ 잔인한 고독 / 황 금 찬
☆* 시 전 집 * 중에서 ♡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집사람이 영유아 돌보미 비대면 보수교육을 09:00부터 받는다고 죽림으로 갔다.

자연스레 생후 8개월 된 규민이는 내 차지였다.

 

거실에서 밥상을 펼쳐놓고 그 위에 노트북을 열어 동영상으로 교육을 받는데 규민이는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음향이 있는 노트북이 신기한 모양인지 계속 그쪽에 관심을 갖는다.

그러니 계속 안고 있거나 다른 곳에 관심을 갖게 만들어야 하는데 한번 만졌던 장난감이나 도구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고 쉽게 외면을 해 버린다.

 

겨우 아침밥을 얻어먹고는 규민이 엄마가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마치자 그 공간을 벗을 날 수 있었다.

 

죽림 신호대에서 정지신호로 대기 중에 맞은편에 걸려있는 플랭카드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1,2번 통영시장 후보들이 내건 공약들이 적힌 플랭카드 였다.

무심결에 스마트폰으로 담았다.

 

저 양반들이 당선되면 공약을 이행하는지 지켜볼 요량이다.

 

집으로 와서 점심은 내 방 냉장고 안에 들어 있던 애플망고를 한 개 꺼내 껍질을 벗기고는 그릇에 썰어 담으면서 줄곧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이 과일은 양반이 먹을 과일은 아니구나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양반이 제 손으로 과일 껍질을 벗길 일은 없지 않냐 싶다 그러면 하인이나 아래 것들이 잘라서 갖다 주는데 양반은 별로 어렵지 않게 먹으면 된다 싶으니 그것도 상상이 비약이다 싶다.

 

오후 들어 헬스에 갔다가 돌아오니 5시 반이다.

집사람은 교육 마치고 저녁엔 여고 동창회 모임이 있다고 미리 예고했기에 지인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는데 회신도 없다.

 

지윤이한테 전화를 했더니 지금 자기 엄마를 태우고 동창회 모임 장소인 도남동으로 가고 있는데 돌아오는 길에 나를 태우고 죽림으로 가겠다고 한다.

오늘 저녁 메뉴는 쇠고기 등심구이란다.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는 교육받는다고 가져갔던 노트북을 들고 원문고개를 걸어서 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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