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방 156

결혼 41주년 기념여행

결혼 41주년 기념여행 남해김봉은 결혼 41주년 여행지를 물었다 집사람에게 어디를 가면 좋겠느냐고. 이틀뒤에 답이 돌아왔다. 남해에서 사위 박서방 모친이 미술 전시회를 하고 있는데, 박서방 가족들이랑 같은 차를 타고 가서 전시회장을 둘러보고 한국음식명인 반건조 우레기(우럭) 한정식 전문 '남해몽돌집 1995'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가까운 독일마을을 구경하고 오기로 했다. 찾아간 남해군 삼동면 봉화리 내산저수지 옆 '바람흔적미술관'에 정순영 작가의 '주변이야기'가 펼쳐져 있었다. "주변 周邊 ··· 내 사유 思惟의 출발점 내가 서 있는 이곳은 나와 내 작의 作意가 결합하는 초 주관적 공간이다. 여기에서 길어 올린 몰입적 경험을 통해 시공간으로 연결된 삼라만상의 연속성 위에 '삶의 주변', 즉 나의 작..

글쓰기방 2025.03.19

내가 데리고 있었다? -첨삭본-

내가 데리고 있었다?  김 봉 은   “내가 데리고 있었다.” 공직사회에서 얼마 전까지 상사가 부하직원들에게 흔히 쓰는 말이다. 퇴직 후에도 무심코 그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사실 그 가족들이 이 말을 듣는다면 불쾌할 수 있겠다 싶다.  내가 처음으로 수사과 형사계에 발령받아 선배들로부터 업무를 배우기 시작할 때 사용하는 용어가 낯설었다. 선배들이 사용하는 말을 사용해야만 태(態)가 나고 형사답다는 생각에 업무적인 단어에 적응하도록 노력했다. 대표적인 용어가 ‘일응(一應)이라는 말이다. 일응? 한글 사전에는 등록되어 있지 않아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다. ①간접사실로 주요사실을 추정하는 일. ②갑이라는 사실로 을이라는 사실을 추정하는 방법.  ③일본식 한자로 일단, 우선, 어쨌든 의미로 법조계에서 많이 사..

글쓰기방 2025.02.21

빼떼기(절간고구마) 추억 -첨삭본

빼떼기 추억 김봉은  가을이 시작될 무렵에 지인으로부터 십 킬로그램짜리 고구마 두 상자를 선물 받았다. 집사람이 한 번 삶았는데 아직 숙성이 덜 됐다며 베란다에 방치하고 있었다. 어쩌다 눈길이 가서 상자를 열어 보았더니 그대로 두면 안 될 것 같았다. 농촌에서 자란 나는 그런 걸 묵과하지 못하는 성미다. 어릴 때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터라 부엌 앞 배수구에 밥알이 한 톨이라도 눈에 띈 적이 없는 우리 집 가훈 같은 것이었다. 집사람에게 말하느니 내가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씻은 고구마양은 우리가 삶아 먹기에는 꽤 많은 양이었다. 그래서 썰어서 말리기로 했다. 빼떼기는 삐딱하게 썰어서 말렸다는 뜻이고, 절간고구마는 얇게 쓸어서 햇볕에 말린 고구마란 뜻이다. 나는 고구마를 변신시키기로 했다. 부엌칼..

글쓰기방 2025.02.21

독후감 '사랑바라기'

독후감‘가슴으로 쓰는 글’을 읽고 김 봉 은 고동주 선생이 쓴 수필을 보면 나이 쉰에서 예순 사이에 왕성한 창작활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내 나이 종심(從心)이다. 선생보다 이십여 년 늦게 글쓰기에 입문해서 습작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고 보면 글쓰기가 사십여 년이라는 세월의 격차가 난다. 갑자기 나를 위안하는 한마디가 떠올랐다. ‘시작이 반이다.’ 작가와 같은 지역에서 사십여 년간 살았지만 가까이서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없다. 내가 수필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 지면을 통해 만나기 시작했다. 영면(永眠) 이 주기에 즈음하여 수필집 『사랑 바라기』가 재출간되었다며, 그분 따님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쉰네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었다. 신들린 사람처럼 단숨에 읽었다. 완독하고 나서 수필집 위에 가만히 손을 ..

글쓰기방 2025.02.20

소 먹이는 목동

나는 소먹이는 목동  김 봉 은  나는 ‘소먹이는 목동’이었다. 한때는 ‘소 먹인다’라는 말이 싫었던 적이 있었다. 초봄부터 늦가을까지 등교하기 전에 소를 몰고 가서 풀을 뜯어 먹이고는 뒷산 소나무에 매어 놓고 학교로 갔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오면 다시 그 소를 몰고 마을 인근 들이나 산에서 풀을 먹이고 집으로 몰고 오는 게 내 일과이었다. 어쩌다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어울려 축구라도 하고 늦게 오면 뒷산에는 다른 소들은 없고 우리 소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뒤늦게 나타난 나를 쳐다보는 소의 눈빛이 애처로워 보였다. 하굣길에 잔망을 피우다가 배를 곯게 했다고 원망하는 것 같았다. 말 못 하는 짐승이지만 미안해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래서 얼른 냇가로 소를 몰고 가서 물부터 먹이고 나면 미안..

글쓰기방 2025.02.10

제삿날의 해프닝

제삿날의 해프닝          김봉은   오늘은 음력 이월 열엿새 날 부모님 기일이다, 원래는 부친 기일이었고, 모친은 동짓달 초엿새였는데 추세에 따라 부친의 기일에 합동으로 모시기로 했다. 우리 지역에서는 제사상에 오르는 제물은 주로 생선 위주다. 지난 3월 중순에 제물로 사용할 건어를 사들여서 형수에게 전달해 주고는 다음날, 3박 4일 일정으로 제주도 올레길 탐방을 다녀왔다. 과일은 집사람이 사서 집으로 배달을 보내고는 출근했는데, 밤과 대추와 과자류가 빠졌다는 게 아닌가. 나는 마트로 가서 과자류와 명태포, 밤, 대추 그리고 제주(祭酒)로 쓸 경주법주 한 병을 사서 큰집에 전달해 주었다. 저녁 무렵 큰 집으로 가기 전에 아들에게 전화했다. 저녁 여덟 시경 퇴근하는 어머니를 모시고 오라 할 요량으로..

글쓰기방 2025.02.03

게발선인장

게발선인장                                                                              김 봉 은  오늘은 집사람이 소속된 통영 휘 타구 클럽 월례회 날이라고 어제부터 밑그림을 깔았다. 집에 있는 찹쌀이 오래된 거라 약밥을 만들어야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새벽부터 일어나 약밥을 만드느라 달그락거리면 내가 일찍 깰까 봐 미리 양해해 주라는 말이다.  주방에서 음식 만드는 소리에 잠이 깼다. 텔레비전을 켜야 하는데 비상계엄 방송만 계속하고 있으니, 베란다로 나갔다. 게발선인장이 얼마 전부터 꽃망울을 터뜨리고, 방울토마토가 열매를 맺었으니 화분 위치 이동을 하려는 것이다. 게발선인장은 몇 해 전 아내가 베란다에 있는 건조대에 빨래를 널다가 화분이 몸..

글쓰기방 2025.01.27

빼때기(절간고구마) 추억

빼때기(절간고구마) 추억 김봉은   가을이 시작될 무렵에 지인으로부터 10kg짜리 고구마 두 상자를 선물로 받았다. 집사람이 한 번 삶았는데 맛이 없다면서 베란다에 방치된 지 두 달째다. 어쩌다 눈길이 가서 상자를 열어 보았더니 반쯤은 썩어가고 있고 반쯤은 싹이 자라고 있었다. 그것도 생산지가 황토밭이 아니라 습지에서 캤는지 흙투성이였다. 이대로 두면 얼마 안 가서 생활쓰레기봉투에 담겨서 아파트 쓰레기 집하장행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농촌에서 자란 나는 그걸 묵과하지 못하는 성미다. 어릴 때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터라 부엌 앞 배수구에 밥알이 한 톨이라도 눈에 띈 적이 없는 우리 집 가훈 같은 실천 덕목이었다. 상자채로 싱크대 앞으로 들고 와서 우선 세척부터 했다. 삼분지 일은 부패해서 버리고,..

글쓰기방 2025.01.22

아버지 추억 하기

아버지 추억하기김봉은 몇 해 전 추석을 앞둔 음력 칠월 스무 여드렛날 부친 산소 벌초(伐草)를 둘째 조카와 하기로 계획하고 큰집에 갔었고, 조카가 창고에 들어 있는 예초기를 꺼내 시운전을 해보는데 일 년 중에 벌초 때 한번 사용하고는 장기간 방치해 둔 상태라 시동을 걸어보는데 좀처럼 여의치 않아 결국 읍내에 있는 농기구 수리점 신세를 져야 했다. 조카가 읍내로 가서 예초기를 수리하고 다녀올 시간에 내가 먼저 산소로 가서 장마기간 엄청나게 세를 불려 진입로를 가로막고 있는 칡덩굴을 정리하여 통로를 개척해 놓으면 시간을 절약할 것으로 예측하고 낫으로 작업을 하다가 엉킨 칡덩굴이 덤불처럼 한 덩이가 되어 숲 전제가 요동을 쳤다. 그러자 덤불 속에서 왕벌들이 나타나 목장갑을 낀 내 오른손등을 큰 왕벌이 물었다..

글쓰기방 2025.01.22

양미경 수필교실 종강

수필가 양미경의 수필교실 종강  일 년여간의 수필교실 강의가 종강되었다. 초급반 3개월, 중급반 3개월, 상급반 3개월로 계획 된 수필가 양미경의 수필교실에 2023년 9월 22일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을 위해 출국하여 10월 3일 귀국하여 11박 12일간의 랑탕계곡 트레킹 산행기를 작성하여 '랑탕 트레킹' 단톡방에 연재를 했는데 산행기를 읽고 감동을 받았다는 일행으로부터 수필교실 입문 권고와 양 선생님에게 추천을 해주어 초급반에 입문을 하게 되었다. 초급반, 중급반을 수료하고 2024. 6. 13 상급반 수업이 시작되는 날 '수필가 양미경의 수필교실' 상급반 수업이 '한산대첩문화재단과  함께하는 통영예총 아카데미'로 전환되어 시간도 3개월에서 5개월로 연장되었다. 수필 수업은 또 그렇게 시작되어 10월 ..

글쓰기방 2025.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