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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발선인장

버팀목2 2025. 1. 27. 16:28

 

                                                                      게발선인장        

                                                                      김 봉 은


  오늘은 집사람이 소속된 통영 휘 타구 클럽 월례회 날이라고 어제부터 밑그림을 깔았다. 집에 있는 찹쌀이 오래된 거라 약밥을 만들어야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새벽부터 일어나 약밥을 만드느라 달그락거리면 내가 일찍 깰까 봐 미리 양해해 주라는 말이다.
  주방에서 음식 만드는 소리에 잠이 깼다. 텔레비전을 켜야 하는데 비상계엄 방송만 계속하고 있으니, 베란다로 나갔다. 게발선인장이 얼마 전부터 꽃망울을 터뜨리고, 방울토마토가 열매를 맺었으니 화분 위치 이동을 하려는 것이다.
게발선인장은 몇 해 전 아내가 베란다에 있는 건조대에 빨래를 널다가 화분이 몸이 부딪히면서 게발선인장 몸체에서 일부가 바닥으로 떨어져 있었다. 이것도 생명인데 싶어서 스티로폼 상자에 흙을 담아 꽂아 두었더니 어느새 어미보다 더 세를 확장했다.
  꽃망울을 어디에 품고 있었을까. 제 몸통보다 몇 배나 큰 꽃을 달고 있으니 정말 신기할 정도다.  보통 꽃들은 봄이나 여름철에 꽃을 피우는데 게발선인장은 12월 차디찬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날씨가 되어서야 꽃봉오리를 매단다. 기특해서 베란다 한쪽 구석에 있던 그것을 눈에 잘 보이는 메인 장소로 옮겼다.
  또 그 옆에는 방울토마토를 두었다. 지난봄에 손녀 규민이가 어린이집에서 토마토 심기 수업을 한 결과물이다. 종이컵에 방울토마토 한 그루를 심어서 갖고 왔기에 게발선인장과 동거를 시켰는데 꽃을 피우기 시작하더니 이제 토마토가 대롱대롱 열렸다. 이 삭막한 계절에 게발선인장꽃과 방울토마토가 조화를 이루어 미소와 따뜻한 마음을 가지게 한다.
화초도 사람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정성을 쏟아부으면 준 것만큼 화답해 준다. 자칫 버려질 운명에 처한 것을 햇볕을 쐬고 물을 적당히 주었더니 그 보답으로 이 엄동설한에 붉은 선인장꽃을 감상하지 않는가. 사람도 마찬가지다. 가정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거나 도움을 주면 대부분 성공하여 받은 그것 이상으로 베푸는 이야기를 우리는 주변에서 보곤 한다. 우리 지역에서는 세자트라 장학재단을 통해서, 또 박명용 장학재단에서도 많은 인재를 키워낸다. 그렇게 학문적으로 성공한 학생들은 우리나라 그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의 후배들을 양성하고 있다.
나는 게발선인장을 가꾸면서 새로운 눈 뜨임을 하였다. 사물에서도 배울 게 있다는 것을. 식물이나 사람도, 애정과 관심을 주는 그것만큼 베풀어 준다는 교훈을 깨우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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