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니
김봉은
우리 어머님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27년째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난 울 엄니가 이승을 떠나 저승에 계신다고 여겨지지 않습니다. 혼돈(混沌)일까요 착각(錯覺)일까요. 울 엄니는 나에게만은 불사신(不死身)의 존재(存在)입니다. 지금도 울 엄니는 어느 한적한 산골 마을 돌담이 둘러쳐진 외딴 오두막집에서 백발이 성성한 채 혼자 살아가고 있다는 착각이 들곤 합니다.
그래서 울 엄니는 절대 저승 사람이 아니라 어딘가에 이승에서 내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를 보살펴 주고 있다고 여기며 난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끔 불길한 일이라도 닥칠라치면 꿈에라도 나타나서 예고도 해주시고, 세상사 뜻대로 되는 일 없으니 욕심 버리고 사라고 충고도 해 주시며, 생전에 늘 그랬듯이.
오늘도 어머니 없는 세상은 감히 생각지도 못하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울 엄니는 나에게는 믿음이요 종교입니다.
2009. 5. 8. 어버이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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