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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懺悔)

버팀목2 2024. 7. 28. 17:09

참회(懺悔)

김봉은
 

 제목을 참회라고 써놓고 한자를 찾아보니 懺자도 뉘우칠 참자요, 悔자도 뉘우칠 회자였다. 뉘우치다를 제곱하는 셈이다. 
 공직에 있으면서 체력단련을 목적으로 산악회를 조직하였다. 매주 수요일 퇴근 후 미륵산을 야간 등산하는 산악회로 명칭이 수요산악회였다. 
산악활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외연을 확장하게 되어 외부인도 참여를 시키게 되었다. 주로 지인들과의 인맥을 통하여 섭외한 구성원들로 일당백의 산악회였다. 정회원 15명의 산악회에서 통영시 산악연맹 회장이 배출된 산악회로서 명성이 산악인 사이에서 자자했다. 회원들끼리 단합이 잘 되다 보니 회원으로 가입할 수 없느냐고 다수가 의사를 타진해 오기도 했다. 그런데 회칙에 신규 회원은 기존 회원 중에 단 한 명이라도 기피하면 가입이 될 수 없었다. 탄탄한 조직력이 최대 장점인 산악회였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며칠 전 산악회 월례회에서 벌어진 사단(事端) 이야기이다. 모둠회를 시켰는데 회원들끼리 낯선 생선회에 대하여 의견이 분분하였다. 대부분이 개상어라고 단정했다. 내 또한 개상어라고 했다. 옆좌석에 있던 회원이 노랑가오리라고 주장하는데서 문제가 발생했다. 산악회 월례회가 있기 며칠 전 통영에서 만나 친구처럼 지내는 한 살아래 친구 둘과 셋이서 무전동 '야온 생선구이 정식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데 생선구이 정식을 주문하여 나온 생선구이 3인상에서 큰 접시에 담긴 간고등어, 참돔, 백조기, 북양 도다리, 삼벵이가 나왔는데 발단은 삼벵이였다. 한 명은 삼벵이를 아까모찌(금태, 눈볼대)라고 주장했고, 또 다른 한 명은 북양 볼락(대서양 붉은 볼락)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내가 먹어보니 국내산 삼벵이였다. 이후 세 사람이 모두 삼벵이로 의견이 모아진 일이 있었다. 당시 먼저 북양 볼락이라고 주장한 사람은 섬 출신이고 은근히 이전에 활어 판매상을 했다며 그런 경험으로 미루어 자기주장이 옳다고 했고, 다른 친구는 통영에서 태어났고 자랐으며 낚시 경력 30년이라고 하면서 아까모찌가 맞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삼벵이로 밝혀져 일단락되었다.
 다시 산악회 모임으로 돌아와서 모둠회 중에서 개상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다수였는데, 그중에 지난날 섬출신이고, 활어판매상 유경험자가 노랑가오리라고 하더니 담배 피우러 밖으로 나간 줄 알았더니 그새 횟집 주방으로 가서 횟집주인에게 생선회 확인을 하고 와서는 '노랑가오리'라고 맞다며 생선도 옳게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몰아세우기에, 그게 뭔데 그리도 중요하냐며 내가 나서서 이전에 생선구이집 이야기를 꺼내면서 그때는 당신도 삼벵이를 북양볼락이라고 했지 않느냐고 했더니 얼굴색이 변하더니 욕설을 섞어서 지금 그 이야기를 왜 이 자리에서 꺼내느냐고 하면서 소리를 쳐서  본인과 언쟁으로 번지고 말았다.
여성 회원들도 있는 자리라서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는지 아니면 과음으로 인한 취기의 발로 였는지 쌍방이 과열해서 주먹다짐 일보직전에서 주변의 만류로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1988년 88올림픽이 서울에서 열리던 해, 그러니까 36년 전에 만나 긴 세월 다져온 우정을 세치 혀 끝에 날아가 버렸다.
 하루가 지나고 보니 내가 뱉은 말이 상대방에게는 자존심을 허무는 말이 될 수도 있는 것을 끄집어낸 것이 원인이었지 싶다. 앞으로 절대 상대방이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하겠다. 옛 어르신들의 말씀이 생각난다. '논둑길 가다가 무심코 던진 작은 돌멩이 하나가 논에 있던 개구리에게는 생명이 걸린 일이다'.
 평소 절친이라고 여기고  불쑥 농담 삼아 던진 말이 상대방에게는 가슴에 못 박히는 아픔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가슴 깊이 되새기며 '참회'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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