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5.04.21(월) 겨울옷 세탁,정둘선 모친 부고장

버팀목2 2025. 4. 21. 06:35

2025.04.21(월) 흐림



아파트 화단에 핀 들꽃을 네이브 검색창으로 검색하니 씀바귀, 다음 꽃검색 창으로 검색하니 고들빼기로 나왔다. 같은 종?

☆     곡     우(穀   雨)

종일 비가 내렸다
어젯밤부터 우수관을 타고 콸콸 흘러내리는 빗물소리가 폭포수 같은 굉음을 내며 잠귀를 파고들어 꿈자리를 걷어냈다

남쪽 바다 흑산도 어디쯤 겨울을 보낸
조기가 격열비열도까지 올라오는 소리가
이와 같을까
북녘 땅 용흥강 어디쯤 살진 숭어 떼가
산란을 위해 돌아오는 소리가 이와 같을까

오면 오나 보다 할 일을 곡우에 내리는 비라니!
내 귀가 들으라고 굳이 소리 내어 말한다

빗줄기 보다 먼저 알아차렸다
초저녁부터 뺨에 촉촉한 바람이 끼치고
코 끝에 저 멀리 땅 끝에서 올라온
흙내가 감돌았다
메마른 지표 밑에 잠들었던 미물들이
깊은숨을 몰아쉬는 소리조차 들릴 것 같았다

마른 봄을 해갈시키며 이틀을 꼬박 쏟아진 비는
한 번 밖에 오지 못한 이 봄을 만끽하는
꽃들을 돌아가게 하고 그 덕에 신록으로
갈아입은 나뭇가지는 가벼이 능청거린다

꾀죄죄했던 길가의 노란 팬지는
수분을 가득 머금은 채 살랑거리고
곡우에 모든 곡물들이 잠을 깬다고
믿는 곳도 있고 곡우에 비가 오면
농사를 망친다고 믿는 곳도 있으니
넓지도 않은 이 땅에서 어느 말이 맞을까
궁리하다가 비는 어느 장단이든
춤을 춰야겠구나 결론을 내리고

어쨌든 이날 부부가 잠자리를 하면
토신이 질투하여 쭉정이 농사를
짓게 만든다는 것만은 믿기로 한다
생명을 먹여 살리려면 하늘도 끝없이 조화를 부려야 할 테니까

가면 가나보다 할 일을 비가 그쳤네!
내 귀가 들으라고 굳이 소리 내어 말한다

띄엄띄엄 서 있는 전봇대 사이로
늘어진 전깃줄을 타 넘으며 비늘구름이 묵은 시간을 거두어 가고 서쪽 하늘에 쪽빛
노을이 번져오자 참새들은 일제히
높은 가지를 향해 날아오른다

비가 오고 가고
하루가 오고 가고
올 사람도 없는데 베란다 난간에서
맥없이 고개를 빼고 밖을 내다본다

청명과 입하사이 지금 적립해 있는 곳이
딱 그 어디쯤 삼월과 오월 사이 그 어디쯤에서 나는 비를 맞고 서 있다
활짝 피어난 라일락 꽃 향기 속에
젊은 날의 추억, 첫사랑, 우애, 우정
아름다운 맹세 같은 이 세상에서
가장 진부하고 맥 빠진 단어들을
떠올리며 억지로 환한 미소를 지어본다

☆* 시 전 집 *  중에서 / 이   로  미      글



♤       에       필      로      그


한눈에 들어오는 창문 밖 살구나무
저 살구나무 아래로 놀러 가 연애하자
꽃들이 자꾸 피어나서 다닥다닥 붙어서
새끼손가락만 한 가지를 덮어주어
만개한 꽃송이들 구름처럼 번진 의자
가볍게 신발을 벗고 백 년 동안 앉아보자

굵은 빗방울이 멈춘 푸른 그늘 저만치로
봄날이 가기 전에 애인을 기다리자
허공의 꽃 진 자리마다 풋살구가 열린다


☆ 곡 우    /  이     석     구

☆* 시 전 집 *   중에서

☆ P * S
° 곡 우 °
청명과 입하 사이에 * 곡우 *는 긴 겨울이 끝나고 따스한 햇살 속 천지만물이 살아 움직이는 시기다
24 절기의 여섯 번째 절기,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이다 ♡


 나는 상상(想想)을 해서 그 내용을 글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거나 터득하지 못해 그쪽으로는 서투르다. 다시 말해 할 줄 모른다.
한평생이라고 할 만치 삼십사 년의 직장생활에서 피해자의 억울함을 귀담아듣고는 글로서 담아내고.
가해자의 변명을 끝까지 추궁하여 자기 잘못을 깨우치고 진심 어린 반성과 속죄하는 마음에서 우러러 나오는 말을 글로 옮겨 적는 일에 매달려 온 결과물이지 싶다.
히말라야 랑탕계곡을 같이 트레킹 했던 지인으로부터 뒤늦게 양 선생님의 글쓰기 공부방을 소개받아 출발해서, 내가 겪었던 일 들을 백지위에 그림 그리듯 쓰고, 체험했던 일상 속의 일들을 반추하여 글로써 표현해 내는 일은 내 직업에서 단련됐었기에 조금은 수월한데 타인의 입맛을 맞추는 미사여구를 동원할 기술이 모자람은 고백한다.

한아름 산악회 단톡방에 히말라야 같이 동행했던 정둘선 씨의 모친이 돌아가셨다고 부고장이 떴다. 카피해서 키나발루 단톡방에 올렸다. 내일 저녁 7시 단체조문을 가기로 하는데 아들내미 혼사날을 잡아 놨기에 나는 불참한다고 하고는 계좌로 조의금 10만 원을 보냈다.
 아침에는 겨울 패딩 두 벌과 코트 한 벌을 크린토피아 세탁소에 맡겼다.
 저녁에는 지난번 서울족발에서 j가 술을 샀기에 오늘은 내가 낼 요량으로 j 사무실로 가서 업무 마무리 하고는 장사국밥집으로 오라고 하고는 그리로 먼저 가서 수육을 주문했다. 강여사와 경민 씨도 동석하게 되었고, j의 그녀도 참석했다. 경민 씨가 낮에 싼 김밥과 봄나물을 들고 왔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j가 밥값을 결제했다. 지난 월요일 셋이서 밥 먹고는 내가 결제했기 때문에 아마 이번에는 j가 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