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1.02.24(수)

버팀목2 2021. 2. 24. 11:34

2021.02.24(수) 맑음 11˚ / 1˚

 

 

 

 

 

현종이가 죽림어린이집에서 유치원 과정을 수료하는 날입니다.

아침 9시경에 등원시켰다가 12경 졸업식이 끝날 무렵에 하우너시키기 위해 갔더니

이제 막 졸업식을 마치고 현관앞에서 사진촬영이 한창이었습니다.

 

죽림어린이집 유치원 과정은 20명씩 2개반이었습니다.

차례로 줄을 서서 '졸업축하' 무대에서 가족들과 사진을 촬영하고 떠나면 차례대로 입장해서 사진을 촬영하고는 사라져 갔습니다.

요행스럽게도 현종이는 같은 반 친구가 뒤에 서 기다리고 있어서 그 친구랑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해서 찍고는 헤어졌습니다.

집에와서 졸업 기념으로 중화요리집에 삼성짜장과 잡채밥을 시켜 가족끼리 점심을 먹었습니다.

   

두번째 읽는 태백산맥도 이제 서서히 끝을 보아 갑니다.

 

9권 제4부 전쟁과 분단중에서

'이동준비'라는 빨치산 환자들이 모여 있는 속칭 환자트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필사해 봅니다.

 

빨치산 환자트의 의무과장이 치료약이 공급되지 않아

환자들을 그냥 죽일 수가 없어서 최후의 수단으로 찧어붙인 호박속이 꼭 거짓말처럼 신기하게도 상처치료에 효과를 나타냈던 것이다.

「보시씨요, 우리 민간요법이 무턱대고 비과학적인 것이 아니랑께라.

과학적이라고 낯 내세우는 서양의학이 우리 민간요법이 갖고 있는 과학

성을 몰르고 허는 비과학적인 소리제라. 나 말이 워쩐가요?」

   조원제가 비꼬는 투로 서양의학의 허점을 찔렀다.

 「글쎄요, 호박에 염증을 빼는 무슨 성분이 좀 들었는지 원 ······.」

   의무과장은 미씸쩍고 마땅찮은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조원제

의 지적을 스긍하려고 하지 않았다.

  「서양의학이 지아무리 과학적이라고 혀도 이 세상에 허천나게 많이

있는 생물덜이 사람의 병에 워떤 효력얼 나타내는지 일일이 분석실험얼

못혔으먼 한방이고 민간요법을 무작정허고 비과학적이라고 몰아때래서

는 안 되는 것 아닌게라? 돼지고기나 닭고기럴 묵으면 상처가 곪아터지

는디 개고기럴 묵으먼 암시랑토 않은 것도 서양의학이 과학적으로 답허

덜 못허지 않는게라?」

    조원제의 또다른 공박에 과장은 그만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는 환

자들이 체험한 그 두 가지 약효에 대해서 대꾸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어채피 약 구허기넌 틀렸응께 과장 동무도 빨치산의학이나 새로 연

구허는 것이 워쩔랑가 몰르겄구만요.」

    조원제는 짓궂게 웃으며 계속 이죽거렸다. 그건 옆구리의 상처가 아

물어가는 데서 얻은 심적인 여유이기도 했다.

   약이 조달되지 않는 환자들의 유일한 상처치료제는 호박속이었고, 상

처에 부작용 일으키지 않는 영양식도 개고기였다. 그건 새로운 것이 아

니고 구빨치들이 벌써 써온 방법이었고, 그보다 앞서서는 오랜 세월 동

안 전해내려오는 민간요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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