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1.04.11(일)

버팀목2 2021. 4. 11. 10:25

2021.04.11(일) 맑음

 

 

 

미루다가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 거류산 둘레길에 있는 대명사 가는 길에 있는 엄나무를 보러 갔습니다.

 

마애여래좌상불로 올라가는 갈림길에서 대명사 쪽으로 한참을 내려갔으니 내려갈 때는 보이지 않았으나 허탕을 치고는 이왕 온 김에 마애불이나 보고 정상에 올랐다가 가자 싶어 되돌아오는데 엄나무를 보았습니다.

 

그렇게 올라와서 정상을 올랐다가 제1코스로 하산을 했는데

그야말로 녹초가 되다시피 해서 돌아왔습니다.

 

[봄, 그 연일의 시간 / 김기철]

 

아직은 이른 봄

삼동 긴긴 밤 낯선 삭풍 걷어차며

밤새 칭얼대는 아가들 재불 재워 두고

 

간밤의 시샘 바람 분연히 떨치고

이슬 찬 새벽을 걸어 봄의 동정을

살폈다

 

이미 봄이었다

실개천 버들개지 실바람에 살랑이고

노란 개나리 줄지어 저마다 인사하는

땅속 틈새 연시 궁금한 노랑 병아리들

저만치 앞서간 엄마 뒤쫓다 넘어지는

 

앞서 온 봄날이 떠나가는 연일의 시간

때늦은 봄의 향연에 들어 곤했던

나날들

그리고 그리고 또 가슴 아린 별리의

시간

 

불사춘의 깊은 밤 포근히 깜 싸준 잎새

사흘 화사한 향연의 나래짓 곱던 꽃잎

이 산 저 산 넘어오는 남녘 먼

바닷바람

그 바람에 모다 모질게 떨구었다

 

살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잎새를 버리고

꽃잎을 버리고

짧은 봄날의 꿈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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