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4.08.12(월) 맑음
☆ 한 여 름 날 의 꿈
이 도시의 절망적인 몸짓이 빚어내는
가련한 흐느적 거림으로
한때, 가식에 묻혀 사랑을 꿈꾸다
유토피아의 땅으로 곤두박질하던
내 꿈이 진정 어리석었다는 걸
그 얼마나 오랫동안 깨우쳐야 하는지
이건
분명 네가 떠남으로 인해 빚어진
도시의 높아 가는 빌딩 숲에 갇혀
허우적거리게 만드는 슬픈 몸짓
애꿎게도
내가 너 아니면 일어설 수 없는 푸른 언어를 꿈꾸며 자라는
플라타너스 한 그루의 앙상한 가지같이 한 여름날의 꿈만 꾸며 기다리는
초라한 몰골로 서 있을 수 밖에 없는 이 도시에서의 고립
하지만
진정 무엇이 나를 슬프게 하는지
내 슬픈 눈을 감싸는 절망의 어둔 눈물만 잔 속으로 채워지고
술기운에 온통 흔들리는 불빛은
찬란한 몸짓으로 스멀거리며 내 옷깃을 파고드는데
쓸쓸한 것의 의미도 모르는 체
하늘은 밤비를 불러 내린다
그저
사랑을 하고 싶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뜻하건
죽을 때까지 너로 인해 살아가는 나
나로 인해 즐거워지는 너를 위하여
오직 사랑을 위해 사랑을 하고 싶었다
☆* 시 전 집 * 중에서 / 손 정 일 글
나의 낚시 경력 소환
김봉은
며칠 전 생선 이름 때문에 곤욕을 치른 일이 있었다. 그 당시 친구 하나가 자신이 낚시 경력이 30년이라고 하면서 생선 종류에 대해서는 통달했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사실은 삼벵이를 아까모찌라고 주장했던 친구 덕에 내 낚시 추억을 소환했다.
내가 태어난 곳은 읍내에서 십리길이나 떨어져 있는 반농 반어의 빈촌이 내 고향이다. 내가 다닌 중학교는 읍내에서 다시 오리나 더 비포장도로를 걸어서 가야 하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초봄부터 늦가을 까지는 아침에 등교하기 전에 날이 새자마자 소를 끌고 나가서 야산에서 소에게 풀을 뜯어 먹이고는 마을 뒷산 소나무에 매어 놓고 학교를 가고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다시 그 소를 몰고 마을 인근 들이나 야산으로 가서 소에게 풀을 먹이는 게 일상이었다. 이른 아침 소를 몰고 나가면서 반바지 차림이니 깔다구가 정강이를 물어뜯어서 내 정강이는 성한 날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서도 마을에서 두어 살 위 형들이 마을 아래 선창가에서 낚시를 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고는 나도 취미로 낚시를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는, 이웃 마을 남의 대밭에 톱과 낫을 들고 바람처럼 숨어 들어가서 주인 몰래 하나를 베어서 줄행랑을 쳐서 집으로 와서 보니 벨 당시는 곧게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었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굽어 있었다. 주인 몰래 낚시대용 대나무를 훔친다고 살펴볼 겨를이 없어 대충 보아서 곧게 뻗은 대나무라고 벤 것인데 그대로는 도저히 낚싯대로 사용할 수가 없어 곧게 펴야 사용할 수 있었다. 대나무 곧게 펴는 방법은 동네 형님들에게서 눈 때 중으로 익혀온 터다. 대나무 굽은 부위를 짚불에 구워서 뒤안에서 곧게 펼쳐놓고 담장 돌을 가져와서 대나무 굽은 부위를 눌러서 곧게 펴서 낚싯대를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 놓은 낚시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한시 썰물 때 마을 아래 바닷가 갯벌에서 오뉴월 땡볕아래에서 비지땀을 흘리면서 낚시 미끼인 갯지렁이를 오후 내내 파서 잡아 놓고는, 해질 무렵 산에 풀어놓았던 소를 냇가에서 물을 먹여서 집으로 몰고 와서 외양간에 매어 놓고는 선창가 바닷가로 내달렸다.
방파제에서 밀물에서 썰물로 바뀔 때까지 낚싯대를 드리웠으나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깜깜하게 어두워진 둑방길을 따라 집으로 오는 길에 그렇게 정성스레 만들었던 대나무 낚싯대를 분질러서 내팽개치고는 다시는 낚시를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허공에다 냅다 소리를 꽥 지르고는 집을 향해 너털너털 걸었다.
그때서야 낚시할 생각에 들떠서 하루종일 빈속이라는 것을 뱃속에서 쪼르륵 거리는 소리를 듣고 허기를 느꼈다.
몇날 며칠을 낚싯대로 쓸 대나무를 훔칠 기회를 엿본다고 허비했고, 굽은 대나무를 곧게 편다고 짚불 연기에 눈물까지 흘려가면서 하루해를 보냈고, 땡볕아래 잇갑 판다고 비지땀 흘렸는데 내 태공 입문은 이렇게 허사로 막을 내렸다.
현시대는 돈만 있으면 가까운 낚시점에 가서 입맛에 맞는 낚싯대를 고를 수가 있고, 미끼도 낚을 생선 종류에 따라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으니 시간과 취미만 있으면 언제든지 낚시를 즐길 수도 있는 세상이다. 이제 칠순을 바라보는 이 시점에서 언제 날 한번 잡아서 어릴 적 못다 이룬 낚시꾼의 꿈을 이루어 보고 싶다.
낮에 현종이가 집에 왔다. 내게 하는 말이 할아버지 방학도 이번주면 끝난다고 했다. 다음 주 수요일(21일) 개학을 앞두고 있어 내게 하는 말이었다. 그러면 21일부터 주중에는 아침마다 죽림으로 가서 현종이를 태우고 원문고개를 넘어와서 통영초교에 등교를 시켜야 한다. 어찌 보면 귀찮지만 다른 각도로 생각해 보면 그것이 내가 흐트러지지 않고 계획적인 생활리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내게는 동아줄 같은 역할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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