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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매물도 트레킹을 하면서

버팀목2 2024. 11. 24. 14:05

 

 

 

대매물도 트레킹을 하면서

                    김 봉 은   

                                           

 통영항에서 여객선 편으로 일곱 명이 대매물도로 트레킹을 하러 갔다.
 매년 여름방학 숙제처럼 8월에는 통영 사랑산악회가 테마산행으로 매물도 당금 마을에서 회원이 운영하는 하나펜션에 캠프를 차린다지난여름에도 장군봉 산행 후 당금 마을 선창에서 물놀이를 즐겼었다, 이번에는 입춘(入春)을 앞두고 대매물도 섬 산행을 나섰다.
 차디찬 갯바람이 귀를 사정없이 후려치는데 선실 내에서는 충무김밥 특유의 무김치 냄새 때문에 선상에서 김밥으로 아침 식사를 했다. 대항마을에서 하선하여 우측  길바닥에 표시된 해품길 안내에 따라 걸었다. 대매물도 최초의 정착민들이 오랜 흉년으로 모두 고꾸라졌다 하여 '꼬돌개'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가슴 아픈 지명이다. 그들이 살았던 꼬돌개 마을 쪽으로 가면서 보니 등산로 아래로는 천 길 낭떠러지고 위쪽으로는 정착민들이 개간했던 계단식 천수답이 보였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되어 억새만 바람에 흔들리며 지난 추억을 더듬는 듯했다
 앞서갔던 일행들은 장군봉에서 흘러내린 산줄기가 바다로 들어간 지점으로 내려가 경관을 조망하는 사이 나 홀로 소매물도 등대섬 전망대에 올라 등대 멍에 빠졌다.
 

 1988년도 비진도 초소장 시절 비진 초등학교 선생들과 마을 어선을 타고 소매물도 해상관광을 갔던 날이 어슴푸레 떠올랐다. 김 교장의 인자한 모습이 유난히 선명하게 그려졌다.
 매주 수요일 오후에는 직원 체육의 날이라고 오전수업을 마치고 나면 초등학교 교사들과  마을 청년들이 편을 나누어 배구 경기를 하였는데 무선국장과 초소장은 마을 청년 편에 참여했다. ·가을에는 운동장 조회대에서궂은날에는 교무실에서 뒤풀이했었다. 지금은 다들 잘 살고 계시는지 소식이 궁금하다.
 잠시 후 대매물도 최고봉 장군봉에 올라 남해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아름다운 유, 무인도를 조망하는데 미세먼지로 인해 예전 같지는 않았다. 대마도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동쪽 하늘에 떠 있는 햇살이 비쳐 바다에는 윤슬이 반짝였다. 가슴이 확 뚫리면서 마음이 평안해진다. 바다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넉넉한 품으로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게도 한다.
 3시간 30분에 걸쳐  트레킹을 마치고 대매물도의 유일한 당금식당에서 각종 해초류와 방파제에서 낚은 학꽁치 조림으로 점심을 먹었다
 사람은 나이 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더니 오늘 대매물도에서 36년 전 내 젊은 날들을 스케치해 보았다. 사람들은 다리에 힘이 있을 때 많이 다니라고 한다. 옳으신 말씀이다.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건강을 위해 계속 트레킹과 산행을 다닐 것이다. 아내와도 함께하는 시간을 가져 자연이 베풀어주는 선물을 만끽해 보리라. 가족들과 더 나은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하며 섬을 떠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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