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5.01.11(토) 물목문학회 월례회

버팀목2 2025. 1. 12. 14:59

2025.01.11(토) 맑음




☆    삶과 주검의 한파

그대여 보고 있느냐
사회에서 낙오되고 세파에 내몰린 주검들을 그리하여 그들은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었다

이 추운 겨울 지하도 계단은
극한 추위에 냉각된 지표들이
긴 침묵의 동면을 그리고 있더라
불 길에 어느 오그라진 손을 보았다
낙하하는 가벼운 나뭇잎 같은 목숨 하나 보았다

염병
삶만큼 거룩한 일도 없는 것이다
꺼질 듯 죽어가는 숨소리를 조문하며
추위에 웅크린 저 만연한 절망들
나는 알았다

잠들 곳이 있는, 있다는 것은
따뜻한 내 방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황홀한 기적이며 눈물 나게
감사할 일이냐

21세기 인간의 비정은 극에 달했다
우리는 가난을 보고 더욱 비굴해져라
종용한다
마치 귀한 품종의 족속들처럼
추위에 얼어 죽어 간다는 것은 어떤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냐

아니면
힘과 권력에 의해 죽어간다는 것은
얼마나 암울한 고통과 분노를 남길 것이냐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감각이 굳어가는 심지에 마지막 불꽃같은 화려하고 따뜻한 천국을 보고 있을까 그들은

보고 있느냐 그대여
가난 위에 짐짝 같은 세상 위에
저 버려진 사람 위에 다시 싸늘한 주검 위에 눈이 내리고 눈이 쌓여 간다

영롱한 햇살에 수정처럼 반짝이며
여섯 개의 투명한 꽃잎을 펼쳐 헤엄쳐 오는
하이얀 눈송이들 저것은 세상을 굽이치며 흘리던 그들의 눈물이다
버림받고 무시당한 설움의 흔적이다

우리가 누리는 무심한 행복의 대가는
그들의 절망이며 혹여 그들에게
아주 사소한 희망이 된 적은 없었는가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설을 쇠고
얼마나 많은 떡국을 삼켰기에 이리도 질겨져 버린 것이냐
어찌하여 이리도 몰염치한 삶을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당당하게 버젓이
살아가는 것이냐

☆* 그리움은 학이 되어 *  중에서 /  고    은   영       글


♤     에      필     로     그

보내지 못하고 내 안에 영혼으로 있음이
피안이라고 한다면
누굴 위해 이 겨울에 서서 따뜻한 마음과 마음을 이유 없는 버림의 나눔이라고
아름다운 인연설이 되어 살아있음을
느껴 보겠는가

끝없이 걸어가야 홀로 보이는 인간의 경지
도량의 근본은 비우는 것이라는 세속을
버리지 않는 이들 고난을 자처라도 하듯이 진리로 우뚝 서려하는 세상

그러나
그 또한 세속 애민한 속세의 겨울 속에
손 한 번 숨결 한 번 누구에게 내밀어 보았는가
진리, 그 사랑의 추구 꼭 떠나야 한다면
아직 그 가슴 뜨거운 것, 살아있다는 것

그러나 정녕 아시는가
살아서도 살지 못하고 입이 있어도 말 못 하는 이들이 있다 함으로 이토록 꽁꽁 얼어버린 세상 그대의 손과 가슴 한 번 내미는 것이 진정 도이고 진리였으리

우리 언제 이생의 한 자락에서
그와 같은 느닷없는 사랑 때문에
생각 때문에 뜨거운 가슴으로 닿고 닿아
그토록 떨어보려나

한 세월 한순간이라도 그와 같은 사랑으로
잊힐 아주 잊혀진다 할지라도
좋은 너의 마음속 정신을 이룬 피안의
세계에 들고 싶다


☆ 한 파   /    유          화

☆* 내 안에 바람이 분다 *  중에서 ♡




오늘 참 긴 일정이었다.
강여사.시진.대영이와 고성 쌈밥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원산리 '통영동백커피 식물원'에 들렸다. 처음으로 방문했는데 주차장이 만차였다. 오후 네시부터 물목문학회 월례회가 있는데 일행들에게 재촉도 못하고 애가 탔다. 인근 딸기농장에서 딸기 산다고 지체도 하고 대영이 근무처로 가서 '화과자' 선물세트도 준다고 가져 가라고 해서 들리고 승용차 주유도 하고 빠듯하게 맞춰 통영도서관 3층에 도착하니 양선생님과 고동주기념사업회장 고미현씨와 단둘이 임장해 있었다.곧이어 착착 도착했다.
오늘 수필발표는 나를 포함해서 김혜정 선생님의 '엄마의언어',김수돌 선생님의 '아내 이발사',강기재 선생님의 '물메기탕',김승봉 선생님의 현대시조 '광대 풀꽃',채영우 선생님의 '감잎 서정'  등 6명이었다. 내가 발표한 '북극성을 보며'가 합평 시간이 제일로 길었다.
한우정으로 이동하여 사무국장이 주문해둔 음식(전골)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헤어졌다.


북극성을 보며(인생길의 나침판)


김 봉 은


나는 가끔 새벽에 나와 별을 본다. 직장에서 근무할 때 당직 날이면 새벽 3시 청사 주변을 순찰하면서 생긴 습관이다. 언제였던가.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암수 부엉이가 부~엉하며 우는 소리를 들었다. 한 놈은 내죽도 공원 소나무 숲에서 울고, 다른 한 놈은 소방서 옥상 송신탑에서 번갈아 가며 사랑 타령을 하고 있었다.
어릴 적 고향 마을 뒷산에서 울려 퍼지는 부엉이 소리는 고요한 밤 동네를 공포에 몰아넣는 듯 들렸다. 성인이 되어 듣는 부엉이 울음소리는 짝을 찾는다는 걸 알게 되어선지 미소가 지어졌다.
가끔 올려다본 밤하늘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나는 별은 보면 제일 먼저 카시오페이아 별자리를 찾고 이어서 북두칠성을 찾는다. 군대에서 ‘독도법’을 배웠는데 길을 잃었을 때 방향을 찾기 위해서였다. 별 5개가 모여 W자 형태를 이루고 있는 카시오페이아 별자리 W자의 꼭짓점에서 북두칠성의 바가지 모양새 한 변의 5배쯤 거리에 있는 북극성을 찾는다. 재미있는 것은 카시오페이아와 다른 별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위치를 이동하는데 북극성만은 그 자리에 고정되어 있다. 그래서 북극성이 위치한 방향이 진북으로 산에서 길을 잃으면 북극성을 찾으면 된다.
오래전 전문적인 등산에 입문하기 전의 어느 늦가을의 일이다. 피아골의 단풍이 좋다는 말에 일행 넷이 의기투합하였다. 피아골 단풍도 구경할 겸 지리산의 3대 봉 중 하나인 반야봉에 오르기로 했다. 간단한 간식거리를 배낭에 챙기고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에 등장하는 사찰 ‘연곡사’를 지나 피아골 들머리인 직전마을에 주차했다. 산행길 단풍은 ‘삼홍소’에 이르러 그 절정에 이르렀다. 등산로 우측으로 흐르는 계곡물과 어우러져 산과 사람까지 모두 붉게 물든다고 하여 ‘삼홍’으로 불리는 피아골 단풍에 정신을 빼앗겼다.

지리산의 주 능선인 피아골 삼거리에 올라 우측으로 진행하여 임걸령 샘터에서 목을 축이고 반야봉에 올랐다. 커다란 정상석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오던 길로 도로 내려오는데 임걸령 샘터에서 일행 두 명이 무릎이 아프다며 주저앉고 말았다. 등산은 초보였지만 귀동냥한 건 있어서 가을 산행은 일찍 시작해서 마쳐야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들에게 잠시 쉬었다가 뒤따라오라 하고는 둘이 함께 함께 원점회귀 코스를 향해 걸었다.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는데 피아골 삼거리 표지판은 보이지 않고 이상하게도 올라올 때 보이지 않던 높은 봉우리가 떡 버티고 있었다.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마침 등산객이 있어 피아골 삼거리가 아직 멀었느냐고 물었더니, 벌써 지나왔다는 게 아닌가.
앞에 있는 산이 노고단이라며 조금 있으면 어두워지니 노고단을 거쳐 성삼재로 하산해야 한다고 했다. 청천벽력이었다. 일행들과 같이 타고 온 내 차가 직전마을에 있는데 성삼재로 하산하라니! 눈앞이 캄캄했지만 되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뒤돌아서서 걷기 시작했다. 해는 지는데 헤드랜턴도 없었다.
당시는 스마트폰이 개발되기 전이라 핸드폰 뚜껑을 열어 희미한 통화 화면 빛에 의하여 걸었다. 그러다 방향감각을 잃어버렸고,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 순간, 군대에서 배운 대로 하늘을 올려보며 북극성을 찾았다. 북극성이 있는 반대쪽이 남쪽이니 북극성을 등지고 가면 직전마을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안도의 숨이 쉬어졌다.
한참 후 피아골 삼거리 표지판을 발견하고 내려오는데 경사가 심하고 돌길과 철재 계단, 교량을 따라 이동하다가 동행이 발목이 접질렸다. 부축하여 하산하는데, 전방에 등산로 표지판이 보이는 게 아닌가. 이제 살았다는 생각에 환호성이 터졌다.     피아골대피소를 지나 한참을 내려오는데 맞은편에서 손전등을 든 사람 둘이 올라오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일행이었다. 먼저 직전마을로 내려갔다가 도착하지 않은 우리를 찾아 손전등을 빌려서 찾으러 온 것이었다.
그때 서야 피곤이 몰려오면서 부축해 오느라 진땀을 흘렸다는 걸 알았다. 사람의 몸에서 나온 끈적끈적한 땀이 바짓가랑이에서 등산화 안으로 흘러내려 양말까지 젖은 상태였다. 좀 쉬었다 가자 하고는 교량 위에 덜렁 드러누웠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참 무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어두운 산속에서 자칫 낭떠러지에서 떨어졌거나, 독도법을 몰랐다면 기온이 내려간 깊은 산속에서 어떻게 되었을까? 참 아찔했다. 마음이 안정되니 별이 눈에 들어왔다.
지리산 피아골 밤하늘은 도시의 전등 불빛이 비치지 않는 곳이라 별이 유독 많았고 밝았다. 은하수와 어우러진 무수한 별들이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았다. 그날 우리를 살린 것은 북극성이란 생각이 들었다.
살아오면서 산속에서뿐만 아니라 인생길에서도 길을 잃고 헤맸던 게 어디 한두 번이었으랴. 산에서는 북극성을 찾듯이, 인생길에서도 옛 성현의 말씀이나 어른들의 말씀과 책에서 얻은 지식도 북극성이 아닌가 싶다. 인생길의 나침판이 되어 준 북극성, 오늘도 밤하늘을 보며 별자리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