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4.12.24(화) 부르고회 부부 송념 모임, 송학초밥

버팀목2 2024. 12. 24. 07:15

2024.12.24(화) 맑음





☆   겨울이 그려준 하얀 보고픔

밤새 소복소복 하얀 눈이 내려
보고 싶은 당신 모습을 그렸습니다
당신을 보고 싶은 마음이 큰 줄 알고
온 세상이 다 보도록 크게 그렸습니다

어제까지 길을 막던 저 언덕은
오뚝한 당신의 코가 되었습니다
처량해 보이던 마른풀들도
오늘은 당신의 머리카락입니다

유난히 큰 까만 눈은 아니어도
수줍어 속눈썹이 보이는 모습입니다
환하게 미소 띤 얼굴은 아니어도
내가 좋아 쳐다보던 그 모습입니다

조용히 부는 눈바람은
당신이 나를 향한 속삭임 같고
앙상하여 볼품없었던 나무들도
당신의 손에 들린 하얀 꽃송이 같습니다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아는 하늘은
내 가슴에 새겨져 있는 모습과 같이
간밤에 그렇게 그렸습니다
하얗게 그리움으로 그렸습니다


☆* 시는 아름답다 *  중에서 /  오   광   수    글


♤      에       필      로      그

당신이 손 내밀 때 내가 잡질 못했던가?
뿌옇게 색이 바랜 아쉬움들을
가슴속에다 억지로 밀어 넣어도
회상의 실핏줄을 타고 튕겨 나와선

가끔씩 가끔씩 심장을 꼬집으며
덮어두었던 노래를 열고 가슴을 데우려고
하지만 굳어진 현실의 시간 앞에선 그저 아랫입술만 꼭꼭 씹습니다

그때 하지 못했던 그 고백들은
이제는 탁한 숨소리가 되어
가슴이 아닌 세월에다 불을 붙이며
한 줄 나이테로 사라지는 오늘

당신이 손 내밀 때 잡지 못했던 손은
지금 주머니에서 겨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겨울의 회상 / 오    광     수

☆* 시는 아름답다 *  중에서 ♡


송학초밥에서 부르고회 부부 송년모임이 있었다. 우리 집사람만 일 때문에 불참했다. 맛있게 먹고 즐겁게 2차 가라오케까지 마쳤다. 하종만 씨만 빠졌다. 부인은 얼굴을 모르니까 참성벼 부는 내가 알지 못한다. 하종만 씨는 직장 때문에 계속 불참하는데 회비는 꼬박꼬박 내고 있으나 어느 누구 하나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 일 년이면 36만 원인데 다음 기회에 상품권이라도 돌려주는 방안을 모색해 보아야 하겠다. 

 

  

 

빼때기

 

김봉은

 

 가을이 시작될 무렵에 지인으로부터 10kg 10kg짜리 고구마 두 박스를 선물로 받았다. 집사람이 한 번 삶았는데 맛이 없다면서 베란다에 방치된 지 두 달째다. 어쩌다 눈길이 가서 박스를 열어 보았더니 반쯤은 썩어가고 있고 반쯤은 싹이 자라고 있었다. 그것도 생산지가 황토밭이 아니라 습지에서 캤는지 흙투성이였다. 이대로 두면 얼마 안 가서 생활쓰레기봉투에 담겨서 아파트 쓰레기 집하장행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농촌에서 자란 나는 그걸 묵과하지 못하는 성미다. 어릴 때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터라 부엌 앞 배수구에 밥알이 한 톨이라도 눈에 띈 적이 없는 우리 집 가훈 같은 실천 덕목이었다.

 박스채로 싱크대 앞으로 들고 와서 우선 세척부터 했다. 삼분지 일은 부패해서 버리고, 삼분지 일은 반반이라서 칼로 잘라서 반은 버리고 반은 남겼다. 세척한 고구마 량은 그래도 부부가 며칠 내로 먹어치우기에는 과도한 량이었다. 그래서 빼때기 (절간고구마)로 변신시키기로 했다. 부엌칼과 도마를 준비해서 신문지를 넓게 펴고 그 위에서 고구마를 잘랐다. 내 어릴때 체험했던 빼때기 빽기 작업이었다. 아주 어릴 때는 안방 윗목에서 밤새껏 부엌칼이나 작두로 빼때기를 자르다가 그만 깜박 졸음에 손가락을 자른 마을 아주머니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그 다음으로 개발된 것이 절간 고구마 전용 기계였다. 밭에서 천막을 펼치거나 인근 뻔득 잔디밭에서 소쿠리에 고구마를 담아 나르고 한 사람은 연신 빼때기 기계를 돌려서 대량 작업이 시작되었다. 원래 고구마는 첫서리가 내릴 즈음인 시월 중순에 캐기 시작하는데 대부분이 당일 수매 가마니에 담겨 생고구마로 주정공장에 팔려 나갔다. 그런데 그 고구마를 절간을 해서 팔면 손이 더 들어간 만큼 수익을 더 올릴 수 있었다. 벼농사와 수확시기가 겹치기도 했는데 나락은 대부분 아침 햇살이 비칠 때 꺼내서 말렸다가 오후에 거둬들이지만 빼때기는 물기가 많아 며칠 동안 뒤집기를 반복하면서 노상에 그대로 있는데 라디오도 없던 시절이고, 일기예보도 하늘에 구름과 바람 방향에 따라 점치던 때라 한 밤중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빗소리를 듣고서야 잠에서 깨어 까꾸리, 대나무 빗자루 등을 챙겨 온 식구들이 빼때기 걷어 들이는 작업에 동원되었다. 그러고 나면 빼때기에 곰팡이가 썰어 수매 시 등급이하로 판정을 받아 헐값으로 팔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