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9(수) 맑음
☆ 동 백
동백의 숲까지 나는 간다
저 붉 은 것
피를 토하며 매달리는 간절한 고통 같은 것
어떤 격렬한 열망이 이 겨울 꽃을 피우게
하는지
내 욕망의 그늘에도 동백이 숨어 피고 지고
있겠지
지는 것들이 길 위에 누워 꽃길을 만드는구나
동백의 숲에서는 꽃의 무상함도
다만 일별해야 했으나
견딜 수 없는 몸의 무게로 무너져 내린
동백을 보는 일이란
곤두박질한 주검의 속살을 기웃거리는 일
같아서
두 눈은 동백 너머 푸른 바다 더듬이를
곤두세운다
옛날은 이렇게도 끈질기구나
동백을 보러 갔던 건 거기 내 안의 동백을
부리고자 했던 것
동백의 숲을 되짚어 나오네
부리지 못한 동백 꽃송이 내 진창의 바닥에
떨어지네
무수한 칼날을 들어 동백의 가지를 치고
또 친들
나를 아예 죽고 죽이지 않은들
저 동백 다시 피어나지 않겠는가
동백의 숲을 되짚어 나오네
부리지 못한 동백 꽃송이 내 진창의 바닥에
피어나네
☆* 시 전 집 * 중에서 / 박 남 준 글
♤ 에 필 로 그
한 봄날이어도
지는 놈은 어느새 지고
피는 놈은 이제야 피는데
질 때는 한결같이 모가지째 뚝 떨어져
이래 봬도
내가 한 때는 꽃이었노라
땅 위에 반듯이 누워 큰소리치며
사나흘쯤 뜨거운 숨을 몰아 쉬다
붉은 글씨로 마지막 유언을 남긴다
지겹게 살다 가네
☆ 동 백 / 양 광 모
☆* 시 전 집 * 중에서. ♡
#1
[朝鮮칼럼 장대익] 침팬지도 싸우고 나면 포옹한다
예전엔 국회 목욕탕에서 등 밀어주며 여야 화해 침팬지도 치열한 싸움 끝나면 서로 털 골라주고 포옹·키스
헌재 판결 뒤에는 정치인들도 '공감의 목욕탕' 다시 들어가 정치 쇼 넘어 상대 진영 등 밀어줘야… 헤어질 결심 아닌 화해할 결심을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론이 코앞이다. 한국 사회는 이미 깊고 날카로운 균열 위에 서 있다. 서로를 향한 양극단의 분노는 이제 손가락질에서 주먹질로 번질 기세다. 이대로라면 판결 이후에 더 깊은 갈등과 혼돈의 수렁으로 빠질 가능성이 크다.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사피엔스는 ‘우리’와 ‘그들’을 나누도록 프로그래밍된 존재다. 부족 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 편은 선이고 상대편은 악마인 게 생존에 유리했다. 하지만 21세기 한국 사회는 구석기의 부족 전쟁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의 극단적 분열은 생존을 돕기는커녕 모두를 파멸로 이끌 뿐이다.
몇 년 전 여야 국회의원들의 독서 모임에 초대받은 적이 있다. 공감의 반경에 대한 토론이 한창 무르익었을 때 나는 다소 직설적인 질문을 던졌다. “어쩌다 우리 정치 지도자들은 ‘통합’이라는 단어조차 더 이상 입에 올리지 않을까요? 요즘 의원들은 아예 자기 팬덤만 챙기겠다고 작정한 거 같아요.”
한동안 어색한 침묵이 흘렀고 나중에 한 의원이 다가오더니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사실 국회 의원회관에 목욕탕이 있어요. 예전에는 여야 의원이 본회의에서 노골적으로 싸우다가도 목욕탕에 들어와서는 ‘선배님, 아까는 너무 세게 나오신 거 아니에요?’ 하고 웃으며 농담하곤 했어요. 그러다 보면 갈등이 누그러졌죠. 그런데 지금은 달라요. 아예 목욕탕에서조차 얼굴 보기를 꺼립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으니 같이 숨 쉬는 공기조차 불편한 상황이에요.”
이것이 대한민국 정치의 비극이다. 이제 우리 정치에는 서로 등을 밀어주는 문화조차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 인류 탄생 이후로 갈등 없는 시기가 과연 있기나 했을까? 진짜 문제는 갈등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갈등을 해결하는 법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반대자들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 비상계엄을 선포해 버린 대통령과, 의견이 다르다고 탄핵 카드들부터 꺼냈던 국회의 공통점은 갈등을 파국으로 보는 극단적 인식이다.
그러나 다행이다. 인간 본성에는 갈등만큼이나 강력한 화해 본능도 있으니. 영장류 학자 프란스 드 발은 침팬지와 보노보 같은 영장류가 치열한 싸움 후에 상대방에게 다가가 털을 고르고 포옹하고 키스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화해를 위한 스킨십이 진화한 것이다. 그들은 이런 행동을 통해 관계를 복원하고 집단의 평화와 생존을 유지해 왔다. 사실 우리 사피엔스는 그 이상이다. 갈등 이후에 화해하는 능력이 없었다면 인류는 진작 멸종했을 것이고 지구 상에 문명 따위는 존재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우선, 집단 사이에 파인 깊은 골을 메우기 위해서는 자주 만나야 한다. 사회심리학의 ‘접촉 가설’에 따르면, 서로에게 적대감을 가진 집단이라도 지속적으로 만나고 교류하면 편견이 줄어든다. 단, 조건이 있다. 긍정적 만남이 되려면 집단 간 지위가 대등한 상태에서 만나야 하고(노예와 주인 관계로 백날 만나봐야 소용이 없다), 협력적 분위기에서 상호작용 해야 하며, 사회적 지지와 공동 목표가 있어야 한다. 즉, 진정성이 있는 접촉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북아일랜드의 ‘성금요일 협정’은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무려 30년간 구교계와 신교계의 유혈 충돌로 3600명이 사망하고 부상자가 5만명 이상 나온 북아일랜드에서는 분쟁을 종결할 협정을 체결했다(1998년 4월 10일). 그 후 양쪽 진영 청소년들은 같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정기적으로 문화 교류와 봉사 활동을 함께했다. 그랬더니 그들은 점진적으로 서로를 적이 아닌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평화 프로세스는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편견과 적대감은 지난날보다 크게 감소했다.
제주 4·3 사건 치유 과정도 좋은 사례다. 이 과정은 정부가 공식적으로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희생자 유족들에게 사과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추모 행사, 평화 공원 설립, 역사 교육 프로그램 같은 제도적 지원이 이어졌고, 제주도민과 육지 사람들의 빈번한 교류를 통해 서로에 대한 혐오가 줄어들었다.
불행히도 그동안 우리 정치권은 사회 분열의 가장 강력한 진원지였다. 극한 분열 시기에 그들이 통합의 비전을 제시하는 지도자로 환골탈태할 수는 없을까? 그러기 위해 해야 할 일. 첫째, 헌재의 판결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 자신들의 팬덤을 넘어 상대 진영의 고통과 요구에도 공감의 손길을 뻗어야 한다. 단지 ‘정치 쇼’로서 화해가 아니라 상대방의 상처에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지도자들이 솔선해서 ‘공감의 목욕탕’에 다시 들어가 상대 진영의 등을 밀어줄 때 국민들도 서로에게 손을 내밀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호 협조를 통해서만 해결이 가능한 공동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경제, 안보, 인구, 교육, 의료 위기와 같은 공동 난제를 함께 풀어내야 한다. 우리가 공유할 미래는 절대 한 진영만의 승리로 이루어질 수 없다. 서로가 등을 돌려서는 희망이 없다. 대한민국의 지속과 공존의 길목에서 모두에게 절실한 결정은 ‘화해할 결심’이다.
#2
1993년 3월 20일 지금 나는 휴전선 앞에 서 있다. 어제, 김영삼 정부 출범 한 달도 안 돼, 비전향 장기수 리인모가 북송됐다. ‘최초’ 비전향 장기수 북송이다. 리인모는 6·25전쟁 중 인민군으로 낙동강까지 내려왔다가, 유엔 연합군의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자 빨치산이 된다. 1952년 지리산에서 체포돼 7년 복역, 1959년에 출소하지만, 1961년 6월 부산에서 ‘지하당 활동’으로 검거돼 27년형을 선고받았다. 1988년 10월까지 복역한 뒤로는 경남 김해의 양아들 집에서 지냈다. 북한은 리인모 송환을 계속 요구하고 있었다. 남한 386 대학가에서는 비전향 장기수들을 무슨 지사(志士)처럼 여겼고, 북한에 도착한 리인모는 국가 영웅 대접을 받는다. 소설, 영화, 노래, 기념우표의 주인공으로서 동상도 세워진 그는 300만명이 굶어 죽는 ‘고난의 행군’ 한가운데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조창호 국군 소위는 1951년 5월 강원도 전투에서 중공군에게 붙잡혔다. 북한으로 끌려간 그는 국군 포로로서 43년간 강제 노역 등의 지옥살이를 견뎠다. 대한민국은 조 소위 구출은커녕 남한에 있는 그의 가족이 그의 탈출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으나 한중 관계 눈치로 방관했다. 언론에서 이를 보도하여 여론이 악화되자, 그제야 받아들였다.
386 대학가는 국군 포로를 멸시했고 대한민국은 ‘평소’ 국군 포로 송환에 소홀했다. 그래서 이 나라에는 진정한 좌파 정부도 우파 정부도 없는 것이다. 좌파든 우파든 정상 국가(正常國家)라면 마지막 단 하나의 국군 포로까지 구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백두 혈통’을 칭송하는 저 나치보다 사악한 것들도 조창호 소위 덕에 저럴 수 있는 거다. 북한에서는 남한 드라마 봤다고 청소년들이 공개 처형 당하고 있다. 리인모 조창호 둘 다 역사 속에서 제 신념과 운명 때문에 고생이었지만, 내가 ‘빚을 진’ 이는 대한민국 육군 조창호 소위다. 인민군이며 지하당 조직원 리인모가 아니다. 계산은 정확히 하고 살자.
그동안 잊고 살았던 김영삼 전 대통령을 떠 올려 본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경상도, 그것도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웃한 고성에서 태어나고 통영에서 경찰관으로 평생을 바쳤다. 그래서 늘 우호적이었다. 그런데 지금와서 보면 정말로 나쁜 대통령이었다. 비전향 장기수 리인모를 1993년 3월 19일 김영삼 정부 출범 한달도 안돼 북송했다. 남한의 386 대학가에서 비전향 장기수들을 무슨 志士처럼 여겼고, 북한에 도착한 리인모는 국가 영웅 대접을 받는다. 소설, 영화, 노래, 기념우표의 주인공으로 동상도 세워졌다고 한다.
조창호 국군 소위는 1951년 강원도 전투에서 중공군에 붙잡혔다. 그는 북한으로 끌려가 국군포로로서 43년간 강제노역 등의 지옥살이를 견뎠다고 한다. 1951년에 전사 처리되어 육군 중위로 추서되어 있었으나 1994년 10월 4일 북한에서 목선을 타고 중국을 거쳐 77시간 풍랑과 싸우며 1994년 10월 23일 대한민국 수산청 소속 어업지도선에 구조되어 귀환후 정식으로 전역하였다.
"386 대학가는 국군 포로를 멸시했고 대한민국은 ‘평소’ 국군 포로 송환에 소홀했다. 그래서 이 나라에는 진정한 좌파 정부도 우파 정부도 없는 것이다. 좌파든 우파든 정상 국가(正常國家)라면 마지막 단 하나의 국군 포로까지 구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백두 혈통’을 칭송하는 저 나치보다 사악한 것들도 조창호 소위 덕에 저럴 수 있는 거다. 북한에서는 남한 드라마 봤다고 청소년들이 공개 처형 당하고 있다. 리인모 조창호 둘 다 역사 속에서 제 신념과 운명 때문에 고생이었지만, 내가 ‘빚을 진’ 이는 대한민국 육군 조창호 소위다. 인민군이며 지하당 조직원 리인모가 아니다. 계산은 정확히 하고 살자."
이응준 시인의 칼럼을 보고서야 이제 알았다.
5.18광주사태를 기념일로 승격시켜준 이도 김영삼이다. 그런데도 같은 경상도라고 지금껏 옹호하고만 하고 살았다. 부끄럽다. 정말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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