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5(일) 맑음
☆ 봄날은 간다
늙은 도둑놈처럼 시커멓게 생긴
보리밭가에서 떠나지 않고 서 있는 살구나무에
꽃잎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자고 나면 살구나무 가지마다 다닥다닥
누가 꽃잎을 갖다 붙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쓸데없는 일을 하는 그가 누구인지
나는 매일 살구나무 가까이 다가갔으나
꽃잎과 꽃잎 사이 아무도 모르게
봄날이 가고 있었다
나는 으드득 지는 살구꽃을 손으로
받아들이다가 또 입으로 받아먹다가
집으로 돌아가곤 했는데
어느 날 들판 가운데
살구나무에다 돛을 만들어 달고 떠나려는
한 척의 커다란 범선을 보았다
살구꽃을 피우던 그가 거기 타고 있을 것 같았다
멀리까지 보리밭이 파도로 넘실 거리고 있었다
어서 가서 저 배를 밀어주어야 하나
저 배 위에 나도 훌쩍 몸을 실어야 하나
살구꽃이 땅에 흰 보자기를 펼쳐 놓을 때까지
나는 떠나가는 배를 바라보고 있었다
☆*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 중에서 / 안 도 현
♤ 에 필 로 그
살구꽃이 잠깐 피었다 졌다
살구꽃 무늬 양산을 활짝 폈다가
사지는 않고 그냥 가격만 물어보고
슬그머니 접어 내려놓듯이
정말 우리는 살구꽃이 잠깐이라는 걸 안다
봄의 절정인 어느 날 활짝 핀 살구꽃이
벌들과 혼인 여행을 떠나버리면
남은 살구나무는 꽃이 없어도
그게 누구네 나무라는 걸 눈을 감고도
훤히 알듯이 재봉틀 소리 나는 곳이
살구나무 수선 수선집이고 종일 망치 소리
나는 곳이 살구나무 철공소라는 걸
멀리서도 알고 있듯이
살구나무와 연애 한 번 하지 않아도
살구나무가 입은 속옷이 연분홍
팬티라는 걸 속으로만 우리가 알고 있듯이
☆ 살구꽃 / 송 찬 호
☆*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 중에서
☆ P * S
° 살구꽃 ° 꽃 말
* 꽃 속의 사랑을 찾아서 *
* 처녀의 수줍음, 의혹 *
외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감정과 연민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고 전해짐 ♡
어제 부르고 회 모임 마치고 2차 호프집까지 갔으니 과음으로 인해 아침까지 숙취에 시달렸다. 집사람이 오이지 담을 거라고 거북시장 가서 부추를 사 오라고 해서 다녀와서 아침밥을 먹고는 헬스장으로 갈까? 미륵산을 한 바퀴 할까? 망설이다가 오후 1시가 넘자 집사람에게 국수를 삶아 달라고 해서 점심으로 비빔국수를 한 그릇 비우고는 CU 편의점에서 도산막걸리 두 병을 사 와서 식수와 같이 배낭에 넣고는 오후 두 시에 천암산을 가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산에서 먹는 막걸리 주량은 한 병인데 굳이 두 병을 가지고 가는 이유가 있다. 오래전에 벽방산을 혼자서 노산에서 출발하여 벽방산 종주를 하는데 천년송 쉼터와 개복숭아 군락지 가기 직전 쉼터에서 혼자서 막걸리와 멸치 안주를 꺼내서 먹으려고 하는데 마침 고교후배이고, 통영시청 과장으로 있는 J 부부가 나타났다. 같이 막걸리 한 병을 나눠 마시려니 량이 모자랐다.
그날 이후 남겨 오더래도 항상 두 병을 가져간다.
멍게수협 앞에 이르니 14:27 경이다 북포루까지 갔다가 헬기장, 명정고개 천암산, 갈목까지 6.8km를 걷기로 하고 출발했다.
오늘 걷는 이 길이 통영지맥길이다. 고성 대가면 무량산(544.9m) 아래 대곡산에서 출발하여 남산을 거치고 월평 주유소에서 도로를 건너 철성초교 앞을 지나 돼지 뻔득(멀다)을 올라 벽방산(651.4m)을 오르고 천계산(520.6m)을 지나 대당산(436.8m)에서 시루봉(370.4m)으로 내려서고,
다시 도덕산(341.8m)을 올라 남으로 진행하여 시금치재 현대오일뱅크 앞에서 14번 국도를 건너고 상노산에서 발암산(276.5m)을 올라, 제석봉(280.8m) 원문고개에서 다시 도로를 건너 해병전적비가 잇는 공원을 지나, 미늘고개, 굿산(126.50), 망일봉, 통영공설운동장, 여항산(173.8m) 명정고개, 천암산(257.9m) 갈목마을 옛 갈목초소 아래 바닷가가 끝단이다.
새벽에 잠이 깨면 베란다로 나가서 장골산을 오르는 사람이 있는지 바라보면 헤드랜턴 불빛이 가끔 보이는 곳에서 우리 아파트를 내려다보았다. 도심 속 소공원 숲이 있는 곳이 내가 사는 아파트다.
북포루에서 바라본 강구안 풍경과 건너편 미륵산 전경이다. 오늘 가시거리가 좋은 편이다. 미륵산에서 대마도가 조망될 것 같다.
한산도 쪽이다.
동충에서 남망산 아래로 연결된 연륙교가 조망된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한산도 제승당으로 수학여행을 와서 항남동 은하장여관에서 투숙했다. 그때 동충에서 나룻배가 다니던 그곳으로 연륙교가 건설되었다.
멍게수협에서 북포루까지 거리는 1.2km이고 소요시간은 약 33분 걸린 셈이다.
오다가 김광수 선배를 만나 이야기 나눈다고 좀 지체가 되었다.
북포루 현판 글씨는 누가 썼지?
국립서울대학교 규장각에서 보관하고 있다는 통영 옛 지도(1872년)
맨 좌측 10시 방향이 고성 무량산이고, 12시 방향 벽방산에서 대당산으로 능선길이 이어지고 시루봉은 보이지 않으나 도덕산, 발암산, 제석봉까지 데크 쉼터에서 조망된다.
명정고개에서 천암산 쪽으로 올라서는데 체육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곳에 여태껏 보이지 않던 칼라 전단지가 붙어 있어서 가까이 가서 확인해 보니 '가출인을 찾습니다'라는 전단지였다. 내용은 2025. 4.25. 06:45경 가출인의 행선지를 CCTV로 확인한 결과 명정고개에서 천암산 방향으로 올라가서 아직까지 귀가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가출인은 무전동 소재 휴먼하임 아파트 거주자로 천 XX 51세였다.
이후 걷는 내내 양방향으로 시선이 왔다 갔다를 했다. 잠시 후 명정고개 인근에 거주하는 후배 부부를 만났는데 가출인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출인은 딸에게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로 '나를 찾지 마라'라고 해 놓고는 새터 서호시장을 경유하고는 이곳 천암산을 올라갔다고 했다. 나와 같은 방향이다. 후배에게 오늘 내 눈에 뜨일 줄 모르겠다는 농을 남기고 좌우를 살피며 걸었다.
10시 방향 네가 출발했던 멍게수협 하얀 건물이 조망되고 장골산, 북포루로 이어지는 지맥길이다.
좌측에서 연화도, 초도, 욕지도, 추도, 두미도 순이다.
천암산에서 갈목까지 1.9km, 명정고개까지 2.4km.
평림동 노을 전망대 앞 대망자도와 소망자도.
고성 대가면 무량산에서 벽방산, 도덕산, 발암산, 제석봉까지 내 눈에는 통영지맥이 선하게 들어온다.
민양항 입구를 지키는 수국도. 네이버 지도에는 상항도, 중항도로 표기되어 있다. 내 기억에는 욕지출신 한국일보 논설고문 출신인 김성우 씨 소유로 '수국작가촌'이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었는데 '수국'은 김고문의 외동딸 이름이 수국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매매를 하여 타인 소유라고 들었다.
천암산 소나무.
한 폭의 수묵화다.
오른쪽 사량도 하도 너머로 아스라이 보이는 곳이 남해 삼동면이다. 지난 이월 가족여행으로 남해로 갔을 때 저곳에 바라본 욕지도, 두미도, 추도, 사량도가 지근거리에 있었다.
당겨 본 사량대교.
때늦은 진달래꽃이 혼자 걷는 길손을 반겼다.
갈목마을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17:10경이었다. 소포마을로 가는 버스가 17:25경에 이곳을 통과한다고 되어 있었다. 15분이면 갈목초소로 가서 통영지맥 끝을 보고 올 수 있겠다 싶어서 내려갔다. 그런데 돌아오니 17:27경으로 2분이 초과되었다. 버스는 지나갔다. 소포마을 쪽으로 갈 것인가?, 민양 마을 쪽으로 갈 것인가? 민양 고개가 경상대 방향 630번 버스 종점이다 싶어 약 2km 거리를 걸었는데 민양고개 50m를 앞두고 시내버스가 정차해 있는 것을 눈으로 훤히 보이는데 버스가 출발이다. 또 놓쳤다. 인평초교 앞까지 1.5km를 더 걸었다. 완전 녹초가 되었다. 거기서 7,000원 주고 개인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14:00경 집을 나서서 18:20경 귀가했다. 총 4시간을 걸었다.
낚싯대가 펼쳐져 있는 이곳이 통영지맥 끝단이다.
옛 갈목초소에서 지맥 끝으로 내려오는 길.
갈목마을.
갈목마을 입구에서 갈목 초소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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