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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과 비평》4월호 포토





□. 오늘의 운세
"소일거리 만들거나 가벼운 산책하기."
□."33년 적자" 공무원연금 개혁 더는 못 미룬다.
지난해만 적자보전에 9조 원 안팎의 혈세 투입 추정.
☆ 4 월 의 마 지 막 황 홀
사랑하는 4월아
어떻게 사월인 줄 알고 먼 길 돌아서
귀하신 봄의 생명들이 몸을 푸는가
노래 부르는가
춤추는 가
웃는 가
궁전 같은 이 강산에 울긋불긋한 봄 꽃들과
작은 미물들의 시샘이 치열하구나
나는 너보다도 나를 사랑하였으나
나보다 더 예뻐졌구나
난 명품을 입어도 별 티가 나지 않는데
넌 아무 가지에나 피어도 화사한 꽃이구나
4월은 가고 사월은 또 오지만
거듭할수록 난 깊은 노인이고
너는 늘 동안이구나
살다 보면
시름이야 없겠냐마는 생각도 나 보다
하나도 버릴 게 없네
사람들은 너를 좋아하고
너의 매력에 푹 빠져서 4월은 잔인하다 하네
☆* 그도 세상 * 중에서 / 김 동 기 글
♤ 에 필 로 그
산마다 꽃 불 지펴 놓고 번지는 불길에 놀라
달아나는 그대
열 손가락으로 잡히지 않는 그대의 꽃자락
가슴에 얹질러 놓은 사랑의 수액은
다 어쩌라고 봄바람으로 터진 세상 소문
다 어찌하라고
진한 녹색 옷 입고 라일락 꽃관 쓴 5 월이
고개 내밀 때 뒤돌아 볼 새 없이
초록 물결 속에 숨어든 연둣빛 그대
☆ 달아 나는 4 월 / 목 필 균
☆* 그도 세상 * 중에서 ♡
소먹이는 목동과 뤼르봉의 별
김 봉 은
나는 ‘소먹이는 목동’이었다. 초봄부터 늦가을까지 등교하기 전에 소를 몰고 가서 풀을 뜯어 먹이고는 뒷산 소나무에 매어 놓고 학교로 갔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오면 다시 그 소를 몰고 들이나 산에서 풀을 먹이고 집으로 몰고 오는 게 내 일과이었다.
어쩌다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어울려 축구라도 하고 늦게 오면 뒷산에는 우리 집 소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뒤늦게 나타난 나를 쳐다보는 소의 눈빛이 애처로워 보였다. 하굣길에 잔망을 피우다가 배를 곯게 했다고 원망하는 것 같았다. 말 못 하는 짐승이지만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얼른 냇가로 소를 몰고 가서 물부터 먹이고 나면 미안한 마음이 조금은 사그라들었다.
저녁에 빨아놓은 교복 상의를 걷어서, 새벽공기를 가르며 거북선 다리미 속 숯불이 칙칙 소리를 내며 타오르면, 나는 정성껏 펴진 교복의 주름 위에 가난을 꾹꾹 눌러 담듯 다림질을 했다. 집에서 중학교까지는 시오리 비포장길로 차량이 한 대 지나가면 뽀얀 먼지로 한동안 앞이 보이지 않는다.
비 오는 날에는 차가 빗물을 튕겨 교복을 버리기 일쑤고, 도로 사정이 그러하니 하얀 교복 상의가 깨끗할 날이 없었다.
어머니 마흔넷에 내가 태어났다. 빈촌에다가 논보다 밭이 많다 보니 아버지보다 어머니 일이 더 많았다. 밭에서 시금치 캐고, 갯벌에서 조개를 파거나 자연산 굴을 까고, 옥수수 심어서 삶아 파는 등 갯벌의 훈장처럼 몸에 두른 채 사계절을 지탱하시던 분이었다. 오십 줄이면 허리가 굽어버리는 마을 여인들의 고단한 운명 속에서도, 어머니는 내 배움을 길을 닦는 억척스러운 기둥이었다.
밭에서 농사지은 채소와 갯벌에서 잡은 조개를 팔아서 내 교복과 등록금을 충당하기 때문에 어머니가 교복을 다림질해 주기를 애당초 기대하지 않았다. 내가 어머니 덕에 학교라도 다닐 수가 있기에 소먹이는 일이나, 교복 다림질을 손수 해야 했다.
여름철 볏논에 멸구 약이나 도열병약은 학교에 가지 않는 일요일에 농약을 쳤다. 농약을 치는 펌프질은 내 차지였다. 어린 마음에 시오릿길 학교에 다니기도 고달프고 아침저녁으로 소 먹이러 다니는 일도, 겨울철 소죽 끊이는 일도 내 몫이다. 도회지 친구들처럼 방과 후 공부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것이 늘 불만이었다.
소는 집에 중요한 자산인데, 학창 시절에는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두 번 한 게 아니다.
언제였던가. 도서관에서 눈에 들어온 ‘알퐁소 도데’의 『별』이 눈에 들어왔다. 젊은이들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인 것 같았다. 내 나이에 맞지 않은 내용일 것 같았지만 젊은 시절을 느끼고 싶었다.
줄거리는 목동이 주인집 아가씨를 짝사랑하는 내용이었다. 내 가슴에 와닿는 내용을 노트에 옮겨보았다.
나는 뤼르봉 산 위의 목장에서 두 주일마다 양식을 실어다 주는 꼬마와 노라드 아주머니 오기를 기다린다. --중략--
그런데 이럴 수가! 그렇게 보고 싶어 하던 목장 주인집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노새를 끌고 나타난 것이 아닌가.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중략--
식량을 내려주고 아가씨는 노새를 타고 돌아갔다. 그때 또 한 번의 기적이 일어났다! 아가씨가 소나기로 불어난 강물을 건너려다 물에 빠져 온몸이 흠뻑 젖은 채로 되돌아온 것이다. 옷을 말리기 위해 장작불을 피웠다. 천막에 새 짚을 깔고 한 번도 쓰지 않은 모피를 깔아 쉬도록 하고 아가씨에게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말한 후, 나는 천막 앞에 앉았다.
오늘 밤처럼 하늘이 넓고 깊어 보인 적은 없었고, 하늘에 별이 이렇게 많았는지 그리고 별이 이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낯선 환경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모닥불 옆에 있겠다고 아가씨가 나와서 옆에 앉자, 어깨 위에 모피를 걸쳐 주고는 나란히 앉아 있는데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와 함께 산속의 모든 것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중략--
아가씨의 머리가 내 어깨 위로 포개지고 나는 아가씨의 잠든 얼굴을 보면서 꼬빡 밤을 지새웠다. 저 숱한 별 중에서 가장 가냘프고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고이 잠들어 있었다.
책장을 덮자, 알프스의 서늘한 밤공기가 내 초라한 뒷산 소나무 아래까지 불어오는 듯했다. 멸구 약통을 짊어지던 어깨가 순간 길 잃은 별 하나를 받쳐 든 성스러운 재단처럼 느껴졌다.
학창 시절 ‘소먹이는 목동’이란 말이 그리 싫었는데 이리 살갑게 다가오다니! 그런 순수한 아가씨를 만난다면 사랑에 빠지지 않을 총각이 어디 있을까. 내 가슴속에 연정의 꽃이 피었다. 찰나로 끝났지만.
내 젊은 시절의 추억들, 꿈이든 현실이든 빛바랜 사진처럼 가슴 한쪽에 모아 두련다. 살아온 발자취며 소중한 추억이니까. 요즘은 ‘나는 소먹이는 목동이었다.’란 말이 참 좋다. 스테파네트 아가씨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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