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6(토) 맑음

토요일 아침 7시30분 집사람은 일터로 출근하고 혼자서 부시시 털고 일어나서 시원콩나물국밥집으로 가서 콩나물비빔밥으로 식사를 하고 북신제2공원으로 걸오는데 감나무에 땡감 하나가 달랑 붙어 있었다.



☆ 아무도 내 그리움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먼 산 너 머
반나절 하품 같은 침묵 사이로 그날의 기억 여기 다 모여 너를 그리나니
바람 부는 빨강 우체국 앞에서
살아도 춤추지 않는 네 심장에 대고
연서 한 장 띄우면 나를 알아볼까
어디로 보내야 할지 몰라
마음 안 태엽만 감은 채
기억 못 할 향기에 취해 묻노니
한 잎 낙엽 위 떨어진 물방울
한 잎 암호로 슬픈 가슴께 일어
맨 발의 물푸레나무여
천년의 심장으로 나부끼거라
물의 정원에 기억이 걷는다
기억을 걷다 기억의 미궁 속에 빠져 허우적
오 ~ 왜 내가 여기 서 있나
꿈의 풍경에는 추억만 흥건하다
☆* 그 도 세 상 * 중에서 / 양 애 희 글
♤ 에 필 로 그
아주 작은 종이 위에 연필로 써진 글들이
계절과 함께 춤을 춘다
아주 미세하게 조금씩 흔드는 글과 글 사이의 계절은 홀짝홀짝 술 한 잔의 목 넘김에 가을이다
붉은 가을길에 손을 잡고 길을 걷는
노부부의 모습은 눈물겹게 사람으로서의
감동이 온다
만남과 이별이 너무나 쉬운 지금 이 시대에
뒷모습이 서로 아름다운 건
손을 잡은 세월이 따뜻하였던 이유이리라
그리움은
왜냐고 이유를 묻지 않는다
그냥 왠지 강물처럼 흘러내린다
노을이 붉고 황홀한 건 우리 안에 숨 쉬는 열정이 붉게 타오르기 때문일까
화려한 꽃의 일생이 너무나 짧아도
늘 활짝 웃고 흔들리다 시들고
우리의 가슴에는 꽃이 되어 남겨진다
시가 하얀 접시에 담겨서 노을빛 연가로
된다 우리들의 노래는 뽀얀 수프국물처럼 달고 찰지다
그리움은 이유도 없이
어머니가 아버지가 웃으시며
우리의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우리 딸 우리 아들이라고 부르며
하얀 정적이 흐른다
차 한 잔을 마시면
뜨거운 입김과 넘어가는 소리들이
이유가 없듯이 그리움은 이유가 없다
☆ 그리움은 왜냐고 이유를 묻지 않는다 / 정 해 경
☆* 무지개 뜨 듯 * 중에서 ❤️






물목문학회 월례회가 죽림 박원순 노인복지센터 사무실에서 열렸다.
'관조의 눈, 사색의 힘이라는 허상문 교수의 글을 양미경 회장이 설파했다.
이어서 박태주 고문의 "잠시 스쳐온. 폼페이 ', 내 글인 '낚시 유감 ', 김수돌 선생의 '옻 알레르기' 작품을 읽고 함평회가 이어졌다.
합평회 란 내가 보기에는 수필 작품을 낭송하고 나면 작품에 대한 품평을 하는 것을 말하지싶다.
내 작품에 대해서 지적 사항으로 초임지 파출소장에 대한 존칭사용에 지적을 받았다.
그리고 낚시대용 대나무를 훔치러 톱과 낫을 들고 눈독 들여온 남의 대나무밭에 바람처럼 숨어들었다. 에서 숨어들어 곧게 뻗은 대나무 하나를 베어서 집으로 왔다로 수정하면 좋을 것 같다는 지적도 있었다.
거기에 대해 물목 문학회 가입 전에 양 선생님의 당부 말씀이 떠올라서 지적사항에 대해 감사하다는 인사말을 했다.
오늘 참석한 회원뿐만 아니고 물목 문학회에 올해 신규회원으로 가입한 수필교실 출신 중에 수필과 비평사 4월호에 김혜정 선생이 '달빛 사색 의자 '로 제270호 신인상 당선되어 등단했고, 이어 7월에 제273호 신인상으로 채영우 선생이 '정구지 꽃'으로 수상하여 등단, 8월에 제274호 신인상을 강주인 선생이 '오징어 에기'로 수상하여 등단했고, 9월 제275호 신인상 이은희 선생이 <까마귀와 갈매기 그리고 인간의 생존법> 수상하여 등단하는 등 네 분이 수필가로 등단했고, 강둘자 선생과 내가 아직 등단하지 않은 채 물목에 가입한 것이다. 분발해야 될 것 같다.
낚시 유감
김 봉 은
내 고향은 읍내에서 십 리나 떨어져 있는 반농반어의 빈촌이다. 중학교는 읍내에서부터 오리나 더 비포장도로를 걸어서 가야 하는 곳에 있었다.
언제였던가. 두어 살 위 형들이 마을 아래 부둣가에서 낚시하는 모습을 보고는 나도 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학년이 바뀌자 가정방문 조사서에 취미가 무엇인지 적는 난이 있었다. 나는 적을 게 없어서 무심코 ‘소 풀 먹이는 거요.’ 했더니 친구들이 폭소를 터뜨렸었다. 그 부끄러웠던 생각을 떠올리니 낚시를 배워서 취미가 ‘낚시’라며 정정당당하게 적어보고 싶었다.
하루는 톱과 낫을 들고 남의 대밭에 바람처럼 숨어 들어 주인 몰래 대나무 하나를 베어 집으로 와서 보니 굽어 있었다. 낚싯대용 대나무를 대충 보고 곧게 뻗은 대나무라고 벤 것인데 그대로는 사용할 수가 없었다. 대나무 곧게 펴는 방법을 동네 형들이 하는 것을 어깨너머로 본 게 있어서 그대로 해보았다. 굽은 부위를 짚불에 구워서 뒤꼍에 펴놓고 담장 돌을 가져와서 그 위에 눌러두었다. 며칠 후에 보니 희한하게도 곧게 펴져서 낚싯대를 만들 수 있었다.
낚시하기 위해 썰물 때 마을 아래 갯벌로 갔다. 오뉴월 땡볕에 비지땀을 흘리면서 갯지렁이를 오후 내내 파서 찌그러진 통에 담았다. 해 질 무렵 산에 풀어놓았던 소를 집 외양간에 매어 놓고는 바닷가로 내달렸다.
방파제에서 밀물에서 썰물로 바뀔 때까지 낚싯대를 드리웠으나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깜깜하게 어두워진 둑길을 따라 집으로 오는 길에 그리 정성스레 만들었던 낚싯대를 분질러서 팽개쳐버렸다. 다시는 낚시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허공에다 냅다 소리를 지르고는 집을 향해 너털너털 걸었다. 뱃속에서 쪼르륵거리는 소리를 듣고서야 낚시생각에 들떠서 온종일 빈속이라는 것을 알았다.
몇 날 며칠을 낚싯대로 쓸 대나무를 꺾을 기회를 엿보고, 굽은 대나무를 곧게 편다고 짚불 연기에 눈물까지 흘려가면서 하루해를 보냈고, 땡볕 아래 미끼 판다고 비지땀 흘렸는데 내 강태공 입문은 그렇게 허사로 막을 내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후회가 된다. 서너 번 더 시도도 해보지 않고 그만두다니! 그래도 다행이다. 다른 일들은 중도하차 안 했기에 이 정도로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낚시하면 떠오르는 분이 있다. 첫 부임지의 파출소장이었다. 소장은 비번날이면 차석이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어디론가 모셔다드렸는데, 알고 보니 낚시터였다. 소장은 김해 출신이라 바다낚시보다 저수지나 수로에서 민물낚시를 즐긴다고 한다. 특이한 것이 차석이 오전에 소장이 원하는 장소로 모셔드렸다가 저녁 무렵 모시러 가면 처음 내려 준 곳에서 한 치의 움직임도 없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고 한다.
훗날 직장 단체 회식 자리에서 낚시터에서 고기가 입질이 없으면 장소를 이동해야지, 왜 같은 장소에서 계속하느냐며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은 이러했다. “낚시터는 명상하는 자리라네. 처음에는 오늘은 어떤 종류의 고기가 입질을 할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살아온 과거를 반추하면서 잘못에 대해 반성도 하고, 닥쳐올 미래도 구상한다네. 낚시는 고기를 잡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세월을 낚는 것이다.”라고 말씀했다. 진정한 강태공이었다.
소장은 평생 남에게 손가락질받지 않고 살았다. 이태 전 갑작스러운 부고를 전해 들었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가족에게, 달포 전에 목욕탕에서 만났을 때는 건강했는데 어찌 이런 일이 있느냐며 물어보았다. 갑자기 급성 췌장암 판정을 받고는 수술비와 항암치료 등을 걱정하면서 남은 가족에게 폐 끼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제 살 만큼 살았다.’라며 그만 수저를 놓고는 열흘 만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평생 사치라고 모르며 직장에 충실하던 그분의 털털한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다. 낚시 생각하니 좋은 추억보다는 유감이 많다.
아직 늦지 않았을까? 이제 나도 내 인생을 반추해 보며 세월을 낚기에 늦지 않았을까? 요즘은 돈만 있으면 낚시점에서 입맛에 맞는 낚싯대를 고를 수가 있고, 미끼도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다. 이제 칠순을 바라보는 이 시점에서 어릴 적 못다 이룬 꿈을 펼쳐볼까. 언제 한번 아들 녀석과 바다 낚시하러 가봐야겠다. 내 살아온 삶의 발자취도 들려주면서 인생 선배로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도 나누면서 부자간의 정을 쌓아봐야지. 낚시는 고기를 낚는 게 아니라 삶의 발자취를 뒤돌아보면서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세월을 낚는 것이라는 소장의 말씀을 들려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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