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4.11.21(목) 희연횟집에서 옛 동료들을 만나 추억을 소환하다

버팀목2 2024. 11. 23. 10:09

2024.11.20(목) 흐림






☆   앙상한 숲 속 낙엽에

앙상한 숲 속 낙엽에
낙상하는 마지막 너를 찾는 내 목소리와
흐르는 눈물로 너의 무덤 쓰는 가을 하루이다

헤매는 숲 속에서
나를 포옹하고 뽀뽀하고 얼굴 비벼대는
작은 나무들로 긴긴 날에도 너와 한 번도
하지 못했던 일 내가 더 눈물겨운 하루이다

내 구석 뼈들이 다 부서져도 놓지 못할 너
내 가슴 사는 너를 놓아주는 일은
내 일생 가장 큰일이고 말고이다
죽을 만큼 사랑했던 너를 묻는 가을
온종일 산 그늘 내리기까지 한 장, 한 장
낙엽 거두어 너를 묻는 손길
너의 그리움이 일생이 되지 않기를

너를 생각하면 나는 얼마든지 괜찮다
용서 못할 세상이라서 참아온 너의 가슴은
오죽하겠나
그것이 세상없는 너의 영혼이었기에
내게 슬픈 그리움, 그리고 사랑이었지

내 가슴 숨겨놓은 세상없는 내 사람인 냥 했었지 이제 너를 만나기 위해 모았던 세월은 한낱의 허영 살랑대는 나무에게 너를 말했었고

찻창 스치는 고운 가든 한 채 보이면
감나무 아래 나를 기다릴까 너를 생각하고
멀리 선 여인 하나, 너인 줄 나의 혼이
달음질했었고

개울 물소리, 산새들, 소리에 고운 너의 목소리 귀 기울이던 날들
내가 정신 차릴 때면 나는 이제
하나님 앞에서 말씀을 듣고 말하고 서 있겠지 다하지 못한 내 일에 병이라도 있던 없던 고치고 다듬으며 탕감받을 날을
기다려야겠다

☆ 사랑아 사랑아 *  중에서 / 이    응   윤     글



♤      에       필      로      그


따가운 햇살에 등을 태워 가며
몰아치는 비바람 앞에서 시간을 삭혀가며
질긴 운명으로 버텼을 텐데
묵묵히 초침을 재촉했던 맑았던 영혼
활활 타오르던 푸른 시절의 꿈과 용기는
세월이라는 굴레 속에서 점점 변해가네

설원의 그 차갑고 어두운 기억들이
서서히 검은 그림자로 다가올 때
내가 얻은 만큼 그 자리에 있는 당신
부디 나에게 낙엽이라는 이름으로는
다가오지 말아요

당신이
흔들려 떨어진 낙엽 되기 전에
새벽하늘 먼 동이 트기 전에 원치 않아도
내가 먼저 하얗게 재가 되리니


☆ 낙엽이라는 이름으로   /   황  광  주

☆* 시를 꿈 꾸다 *  중에서 ❤️
 


 북신시장 내 희연횟집에서 한 달에 한번씩 모임을 갖는 후배들과의 모임이 있었는데 성복이가 구안와사(일시적 안면마비) 발병으로 치료 중이라 불참한다는 단톡방 문자가 와 있었다. 오늘 소임은 동주라서 자기가 좋아하는 메뉴로 준비했는데 아구 수육이었다. 그것도 좋은 것이 수육으로 술을 마시고 남은 고기로 탕을 끓여 주어 식사를 했다. 강여사가 다른 일행들과 먹기로 했다면서 참 곰장어를 일행들과 합류가 되질 않아 우리 자리로 가져와서 식당 측에서 삶아주어 같이 먹었다. 곰장어 중에 참자가 붙은 곰장어는 처음 접해 본 종류였다. 
 
 며칠전에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대표작 세 권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강남서점에서 10월 25일 날 구매를 했는데, 차일피일하다가 그중에 채식주의자를 손에 들고 사흘 만에 완독을 했다.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났는데, 오늘 새벽잠이 깼는데 먼저 생각나는 것이 채식주의자를 머릿속에 정리를 해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새벽에 어제의 일기를 스마트폰 앱에서 먼저 쓰고 난 다음, 컴퓨터 앞에서 정리에 들어갔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2007년에 출간된 작품으로, 이흔 맨부커상을 수상하여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1장 : 채식주의자가 된 영혜
2장 : 몽고반점, 형부의 욕망
3장 : 나무가 되려는 영혜

사회적 규범이 때로는 개인에게 억압이 될 수 있다.

나는(둘째 딸 영혜의 남편 정서방이 주어로 시작 전개된다)
 아내가 채식을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그녀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끌리지도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여자로 보이는 그녀와 결혼한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아내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꿈을 꿨어'로 시작되었다. 그리하고는 냉장고 안에 있는 샤브샤브용 쇠고기와 돼지고기 삼겹살, 커다란 우족 두 짝, 위생팩에 담긴 오징어들, 시골의 장모가 얼마 전에 보낸 손질된 장어 등을 커다란 쓰레기봉투에 하나씩 주어 담아 싹 버렸다. 
 어두운 숲이었어. 거적때기를 걷고 들어간 순간 봤어. 수백 개의, 커다랗고 시뻘건 고깃덩어리들이 기다란 막대들에 매달려 있는 걸. 그 헛간에서 나는 떨어진 고깃덩어리를 주워 먹었거든. 내 잇몸과 입천장에 물컹한 날고기를 문질러 붉은 피를 발랐거든. 헛간 바닥에, 피웅덩이에 비친 내 눈이 번쩍였어. 그렇게 생생할 수 없어. 이빨에 씹히던 날고기의 감촉이, 내 얼굴이, 눈빛이,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분명 내 얼굴이었어. 아니야, 거꾸로, 수없이 봤던 얼굴 같은데. 내 얼굴이 아니었어. 설명할 수 없어. 익숙하면서도 낯선 ······ 그 생생하고 이상한, 끔찍하게 이상한 느낌을.
 아내가 차린 저녁식탁은 상춧잎과 된장, 쇠고기도 조갯살도 넣지 않은 말간 미역국, 김치가 전부였다. '어차피 당신은 주로 아침만 먹잖아. 점심, 저녁에 고기를 자주 먹을 텐데 아침 한 끼 고기를 안 먹는다고 죽진 않아."
 그러나 이제는 조용히 몸을 피했다. "뭐가 문제야?" '피곤해' "사실은 고기냄새. 당신 몸에서 고기냄새가 나. 땀구멍 하나하나에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 아침에 내가 까닭은 물으면 '꿈을 꿨어'
 남편의 회사 사장과 이사들 저녁식사 모임에 참석하고 돌아온 날 남편은 무엇인가 조치를 취해야 했다. 그날 밤 아내가 자기 방으로 돌아간 후 시골의 장모에게 전화를 해서 "처 영혜가 고기를 전혀 안 먹고 풀만 먹고 삽니다. 여러 달 됐어요" 전화를 끊은 뒤 처형에게 전화해서 아내의 채식을 알리고 좀 전과 똑같은 경악과 사죄, 다짐을 받아낸 뒤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기대했던 장모와 처형의 설득은 아내의 식습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유월은 장모의 생일이 있는 달인데 마침 처형네가 평수를 넓혀 이사를 했으니 집구경도 할 겸 장인 내외가 서울로 올라온다는 것이었다. 공공연히 말하진 않았으나, 아내에 대한 가족들의 질책이 그날로 준비돼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이제 너희 걱정은 다 잊어버렸다, 완전히 자리를 잡았구나" 장인이 수저를 들며 한마디 했다. 처형은 결혼 전부터 운영해 온 대학가 주변의 화장품가게의 수입으로 분양받은 아파트였다. 나는 손윗동서가 부러웠다. 미대를 나와 작가라고 행세하긴 하지만 생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동서였다. 처형이 팔을 걷어붙였으니 동서는 이제 평생 예술이나 하며 마음 편히 살 수 있을 것이다. 
 "처형, 이 음식을 혼자 다 하셨습니까" 그런데 저거 굴무침은 영혜가 좋아하는 거라 일부러 장봐다 한 건데 연혜는 손도 안되네. 나는 숨을 죽였다. 마침내 시작이었다.
"가만있어봐라. 영혜 너 애비가 그만큼 알아듣게 말했는데... 장인의 호통에 이어 처형이 야무지게 아내를 나무랐다. 
"먹어라 애비 말 듣고 먹어. 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이다. 그러다 병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러는 그냐."
"아버지 저는 고기를 안 먹어요." 순간 장인의 억센 손바닥이 허공을 갈랐다. "정서방, 영호, 둘이 이쪽으로 와라." "두 사람이 영혜 팔을 잡아라."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는 아내의 입술에 장인은 탕수육을 짓이겼다. 억센 손가락으로 두 입술을 열었으나 악물린 이빵르 어쩌지 못했다. 마침내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장인이 한번 더 아내의 뺨을 때렸다. 아내의 입이 벌어진 순간 장인은 탕수육을 쑤셔 넣었다. 처남이 그 서슬에 팔의 힘을 빼자 으르렁거리며 아내가 탕수육을 뱉어냈다. 짐승 같은 비명이 그녀의 입에서 터졌다. 비껴! 현관 쪽으로 달아나는가 싶더니 뒤돌아서서 교자상에 놓여있던 과도를 집어 들고 손목을 그어 피가 솟구쳤다. 그때까지 방관하고 있던 동서가 칼을 뺏고 수건으로 지혈을 하고 그녀를 들쳐업었다
 
 아내는 분수대 옆 벤치에 앉아 있었다. 환자복 상의를 벗어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채 앙상한 쇄골과 여윈 젖가슴, 연갈색 유두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토플리스

영혜가 이상해져서 피해자가 되었다며 이혼을 하고 정서방은 떠나고 혼자 남은 영혜는 언니 인혜의 집에서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몽고반점
그의 아내가 아들을 목욕시키고 나서 팬티를 입히는 모습을 보며 아직도 "몽고반점이 크게 남아있군. 대체 언제나 없어지는 거지?" 묻자 아내가 20살 때에도 영혜의 엉덩이에 엄지손가락만 하게 파랗게 몽고반점이 있었다는 인혜의 말을 듣고 여인의 엉덩이 가운데에서 푸른 꽃이 열리는 장면은 바로 그 순간 그를 충격했다. 처제의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남아있다는 사실과 벌거벗은 남녀가 온몸을 꽃으로 칠하고 교합하는 장면이 그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켐코더로 포르노그래피를 연출해 찍을 수 있을까
과연 그것을 전시할 수 있을까?
음란물을 제작한 자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생각은 미처 해보지 않았다

시내 서점에서 우연히 벌거벗은 남녀가 등을 보이며 비스듬히 앉아 있는 공연포스터를 발견하고 보고 일요일 혼자서 공연을 보고는 처제에게 전화를 하고 그녀 집으로 향한다.

처제의 몸에 꽃을 그리고 후배와 포로노그래피를 시도하다가
자신이 빠져들고 캠코더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상태에서 정사 후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사이 인혜가 나타나서 캠코더를 열어보고 둘을 정신병원에 보낸다.
영혜는 정신병원에서 나무가 되기를 바라고
인혜 남편은 정상으로 판정받아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