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0(수) 흐림

☆ 늦가을의 책갈피에서
무심코 펼쳐본 책갈피에서
딸랑 노랑나비처럼 은행잎 하나가
날아왔습니다
그대였지요
언젠가 그날 곱게 물든 이 은행잎을
건네준 이는 그대 눈에 비쳤던
그 빛깔 그대로 고이 간직하려고
내 마음의 갈피에 살며시 끼워 두었는데
그 순간뿐, 금세 까맣게 잊고 말았지요
이처럼, 아름다운 것들은
처음 본 순간 쉽게 토해냈던 감탄사만큼이나 또 그렇게 너무도 쉬이 잊히나 봅니다
은행잎은 고치 속의 누에보다 더 깊은 어둠 속에서 참 오래오래 기다리고 있었을 것입니다 다시 보는 밝은 빛이 너무 눈부셔
숨을 죽인 채 내 손바닥에 가만히 누워
있습니다
아 ~
어느새 한 마리의 노랑나비로 살아나
내 마음속으로 날아듭니다
그 빛깔 그대로
이제 다시 내 마음의 갈피에
소중히 간직하렵니다
그러나 맨 처음의 그 약속처럼
영영 잊지 않으리라는 다짐은 섣불리 하지
않으렵니다
☆* 아! 깜짝 놀라는 소리 * 중에서 / 신 형 건 글
♤ 에 필 로 그
아마
내가 당신을 만난 건 단풍잎이 빨갛게 물든던 늦가을 어느 날이었던가요
지난밤 내린 소슬한 가을비에 촉촉이 젖은 채 길바닥에 떨어져 나뒹구는 겹겹이 쌓인
단풍잎 한 장을 주워 책갈피에 끼워 고이 접어 두었지요
곱디고운 단풍잎에 그리움 싣고
당신이 내게 오시려고 그날따라 붉게 물든
단풍잎이 그리도 고왔나 봅니다
내 안에 당신을 담은 가을은
해가 바뀌고 철이 바뀌어 또 이렇게 같은 계절을 몇 번이나 되풀이해 맞이하는군요
숱한 세월 뒤로 한 지금에도
여전히 하얀 그리움으로 자리한 당신에게
이 가을 어느 하늘 아래에서
나처럼 살아갈 당신의 행복을 빌며
내게 남은 마지막 사랑을 실어 그리움으로
부치는 가을 편지를 띄워 보냅니다
☆ 그리움으로 부치는 가을 편지 / 박 현 희
☆* 시 전 집 * 중에서 ♡
어제 오전에 백마회 총무로부터 전화가 와서 형국이가 돌아갔다고 하며 망자의 친구 최복천으로부터 기별을 받았는데 이후 처신을 회장과 의논해서 하겠다는 내용이어서 망자의 가족관계를 대충 알고 평소 백마회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졌던 후배라 당연히 백마회 단체조문을 지시했다. 이후 내 머릿속에는 두 명이 떠올랐다. 내 동창생이고 같은 백마회 소속이었던 이강석과 망자의 동창 정주갑이다. 몇 번을 형국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할까 망설이다가 끝내 못했다. 오후 5시 고성 제일장례식장으로 출발했다. 요양병원 앞마당 주차장에 주차를 시키고 시계를 보니 5시 30분이다. 백마회 단체조문이 6시로 약속되어 있는데 이른 시간이다. 천천히 걸어서 장례식장으로 이동했다. 1층 로비 안내판에 故 안형국의 특 2호실에 상주 조카 김상용 혼자 적혀 있었다. 망자는 사촌도 없고 유일한 혈육으로 누님의 아들이 유일했다. 부인도 먼저 저 세상으로 갔고 자식도 두지를 못한 모양이다. 로비에 걸린 천상병 시인의 '귀천(歸天)' 액자를 흴껏 쳐다봤다. 그때 정정철 총무로부터 전화가 와서 지금 상리 부포 공사현장에서 일 마치고 출발하는데 15분 정도 지체되겠다고 한다. 조금 후 후배 한 명이 도착하고 이어서 동창생 백봉현이가 도착했다. 6시에 접객실로 들어가서 조문을 했다. 생각보다는 썰렁하지는 않았다. 상주로부터 망자의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들었다. 폐부종에서 폐암으로 진행되어 경상대학병원에서 입, 퇴원을 반복하면서 임종을 앞두고는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조카를 불러 사후 주변 처리를 꼼꼼하게 일러주면서 안락사를 부탁했다는 말도 했다. 그렇게 조문을 마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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