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10(목) 흐림





☆ 4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붓 하나 없이 계절마다
신비의 수채화를 그려내는 자연의 손길
고요하게 그러나 순수하게
그 빛깔만으로도 많은 것을 말해주고
그 향기 만으로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합니다
나무와 풀, 꽃은 오늘 어떤 기도를 할까
살아가는 동안 바람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나무는 흔들리는 잎새들에게 일러주겠지요
그리고 또 이렇게 말하겠지요
마음의 평정을 찾아야 할 때는
꽃이 필 때가 아니라 질 때라고
진실로 아름다운 것은
빛깔보다는 그 향기 때문일 거라고
깊은 숲 속에서 흐르는 한 모금의
샘물을 마시는 기쁨을 맛보려면
뿌리까지 길어오는 역경을 이겨내야 한다고
끝없는 욕망의 늪으로
불어오는 한 줄기 봄바람의 여운이
가슴까지 스치며 나를 부끄럽게 합니다
바람 속에서도 꿈을 키워온 나무처럼
날마다 쌓아가는 삶의 탑에 차곡차곡
인내의 공을 들여야겠다고
나무와 풀, 꽃처럼
나는 오늘 어떤 기도를 해야 할까
☆* 시가 있는 아침, 이 채의 뜨락 * 중에서 / 이 채 글
♤ 에 필 로 그
희망과 용기를 새롭히며
아름다운 장미 가시에 찔려
미지의 사랑으로 승화한 릴케의 가슴 아픈
사월의 잔인함 일지라도
꽃비 나리는 작은 길을 다정히 걷고 싶은
봄과 같은 사람 하나 만나 사랑하고 벗하여
인생 여정을 함께 걸어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 아니랴
그리하여 그대에게 고마워하고
사랑한다는 말로 일관하며 봄과 같은
푹은 함으로 배려해 주고 그대를 소중히
여기며
마음속은 항상 라일락꽃 흩날리는
향기롬으로 그대와 짝하여 평생 사월의 봄과
같은 소박함을 그대와 나의 옷깃에
가둬두고 살아갈 그런 봄과 같은 사람 만나 사랑하고 지고 싶으리
☆ 4 월에 띄우는 편지 / 허 명
☆* 시 전 집 * 중에서 ♡



복지회관 2층 3 나눔실 강의실에서 수필교실 2 양미경 강사의 강의가 있었다.
내가 습작한 수필 '남해여행기'를 첨삭 지도한 양 선생님이 파독 광부와 간호사 이야기와 줄거리가 비슷한 '코리안 엔젤'이라는 수필을 내더러 읽어보라고 메일로 보내왔다.
저녁에는 B사자미 지난번에 이어 술 한잔 하자고 전화가 왔다. 요즘 나더러 어디 자주 가느냐고 묻기에 대충 둘러대었더니 무전동 국제아파트 앞 모서리에 있는 한려곰장어집을 추천했다. 요 며칠 전 예술의 향기 후배들과 갔었는데 괜찮더라며ᆢ
그렇게 히기로 해놓고 강여사에게 그리로 오라고 했더니 선약으로 시진이와 청도소갈비 식당에서 미나리를 먹기로 돼 있다고 해서 한려곰장어에서 방향을 선회했다.
어제저녁에도 거기서 삼겹살을 굽었는데 연타다.
코리안 엔젤
집사람 몸에 이상이 생겨서 한동안 병원신세를 지게 되었다.
아내를 따라 나도 병실에서 밤을 지새우며 간병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 겪어보는 환경이라서 느낀 것도 많았다. 특히 간호사들의 역할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쉽게 나타나지 않는 혈관을 찾아 애를 먹는 모습도 그렇고 혈관으로 주사액이 잘 스며드는지 수시로 살피고, 일정간격으로 체온, 맥박, 혈압등을 체크하느라 바쁘다. 수술 후에는 더욱 긴장하여 수시로 환자의 동태를 살피느라 밤새도록 환자실을 수십 번씩 들락거린다. 그러면서도 지친 표정 감후고 항상 미소를 앞세운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서 간호사란 직업은 천사와 같은 정신의 소유자가 아니면 견디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순간 역사 속에 묵혔던 '코리안 엔젤' 이라는 함성이 느닷없이 환청으로 들리는 듯했다.
그 환청을 따라 6. 25 전쟁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 본다. 조국이 불바다가 된 후 잿더미 속에서 얻은 것이라곤 세계에서도 제일 못 사는 지독한 가난이었다.
그런 가난을 몰리치고 공산주의자들에게 승리하기 위한 수단임을 명분 삼아 5. 16 군사혁명이 일어났다. 그 당시 혁명정부의 목표였던 경제발전과 산업화를 위해 많은 돈이 필요했지만 온 세상에서 거지 취급을 받던 한국에 돈을 빌려줄 나라는 하늘 아래 어디에도 없었다. 유일한 우방이 라고 생각했던 미국에 우리 대통령이 사정을 해 보려고 갔지만, 미국 대통령은 혁명세력이라 하여 아예 만나주지도 않았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참담한 심정으로 분단된 공산국 동독과 대치되어 있는 서독에 노크했다.
서독에서 간절히 필요했던 간호사와 광산 노동자를 담보로 사절단을 통해서 1억 4천만 마르크를 빌린 것이 차관의 최초였고. 조국근대화의 점화( )였다.
악속대로 정부에서는 서독에 파견할 간호사와 광부를 모집했는데. 얼마나 살기 어려웠으면 독일인이 마다하는 그 험한 일자리 희망자가 수십대 일, 수백 대 일이나 되었을까.
그때 많은 경쟁자 속에서 선발되어 낯선 땅 독일로 간 간호사들은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시골 병원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곳에서 맡은 일은 이방인의 시체를 닦는 일이었다. 어린 간호사들에게는 가혹한 임무였지만 그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거즈에 알코올을 묻혀 딱딱하게 굳어버린 시체를 닦고 또 닦았다. 부패한 시체의 역겨운 냄새에 질렸지만 달이 가고 해가 바뀌어도 그런 일만 계속했다.
같이 간 광부들도 지하 일천 미터가 넘는 광(鑛) 속에 들어가 뜨거운 지열을 받으며 석탄을 캐내는 일에 땀을 쏟았다. 가난 때문에 겪어야 하는 설움을 삼키며 하루에 열두 시간씩 모두들 억척스럽게 일했다. 서독의 방송과 신문들도 열심히 일하는 한국 간호사와 광부들을 보고 대단한 민족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때 붙여진 별명이 '코리안 엔젤' 이다.
몇 년 후 서독 대통령이 우리나라 대통령을 초청했다. 서독 시민들은 플래카드를 들고 연도에 나와 뜨겁게 환영해 주였다. 그때 들고 나온 플래카드 구호는 '코리안 간호사 만세!' '코리안 광부 만세!' '코리안 엔젤 만세!'였다.
대통령이 미국에 갔을 때, 썰렁했던 분위기를 회상하면서 서독의 환영이 감격에 겨워 눈물을 글썽거렸다.
일정에 따라 모국 대통령의 연설회장에 간호사와 광부들이 모두 모였다. 먼저 애국가 제창이 있었다. 하지만 간호사. 광부, 대통령, 수행원 할 것 없이 힘없는 조국의 한이 맺혀 노랫소리는 입이 아닌 눈으로 쏟아 쳤다. 연설회장이 울음바다를 이루었다.
시커멓게 그을린 광부들의 얼굴과 간호사들의 가냘픈 모습을 다시 둘러본 대통령은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한참 동안 침묵이 흘러간 다음, '우리 조국이 잘 살 때까지 후손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합시다' 겨우 젖은 목소리로 위로를 했다.
연설을 마치고 나갈 때, 광부들은 서독 대통령 앞에 몰려가서 큰절을 하며 '한국을 도와주십시오! 우리 대통령을 도와주십시오! 우리는 무슨 일이든지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외치면서 바닥에 엎드려 일어날 줄을 몰랐다.
간호사들도 영부인에게 몰려가 '어머니! 어머니!' 하면서 치맛자락을 붙잡고 울부짖었다. 참고 또 참았던 설움이 파도가 되었다.
두 대통령이 같은 차를 타고 호텔로 돌아갈 적에 박정희 대통령은 계속 눈물을 닦고 있었다. 그때 뤼브케 대통령은 손수건을 건네주면서 '우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서독 국민들이 도올 것입니다'라고 위로했다.
이 순간의 분위기, 그 감동이 우리 경제 회생의 시발점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퇴원하는 날, 간호사는 아내의 간병인인 나에게 당부를 하고 또 한다. 자가 치료에 관한 주의사항이다. 봉사정신이 돋보이는 그 거룩한 직업을 보면서 역사 속에 근로자들을 생각해 본다.
한국 경제발전의 서곡을 올린 그때 그 '코리안 엔젤'은 지금쯤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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