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5(토) 맑음




☆ 가 을 떡 갈 나 무 숲
떡갈나무 숲을 걷는다
떡갈나무 잎은 떨어져 너구리나 오소리의 따뜻한 털이 되었다, 아니면 쐐기 집이기나 지난여름 풀 아래 자지러지게 울어 대던 벌레들의 알의 집이 되었다
이 숲에 그득했던 풍뎅이들의 혼례
그 눈부신 날갯짓 소리 들릴 듯한데
텃새만 남아 산아래 콩밭에 뿌려 둔 노래를 쪼아
아름다운 목청 밑에 갈무리한다
나는 떡갈나무 잎에서 노루 발자국을 찾아본다
그러나 벌써 노루는 더 깊은 골짜기를 찾아
겨울에도 얼지 않는 파릇한 산울림이
떠내려오는 골짜기를 찾아 떠나갔다
나무 등걸에 앉아 하늘을 본다
하늘이 깊이 숨을 돌이켜 나를 들이마신다
나는 가볍게 오늘 밤엔 이 떡갈나무 숲을
온통 차지해 버리는 별이 될 것 같다
떡갈나무 숲에 남아 있는 열매 하나
어느 산짐승이 혀로 핥아 보다가 뒤에 오는 제 새끼를 위해 남겨 놓았을까?
그 순한 산짐승의 젖꼭지처럼 까맣다
나는
떡갈나무에게 외롭다고 쓸쓸하다고
중얼거린다
그러자 떡갈나무는 슬픔으로 부은 내 발등에 잎을 떨군다
내 마지막 손이야
빰을 대봐
조금 따뜻해질 거야, 잎을 떨군다
☆* 시 전 집 * 중에서 / 이 준 관 글
♤ 에 필 로 그
가을 숲에 서면
나무들의 옷 벗는 소리가 들린다
한 시절 살아온 말없던 삶이 빛바랜 세월을 털고
이 가을, 나무는 정직한 맨몸으로
찬 바람 속에 선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확실한 것이던가
추수의 마차들이 숲을 지날 때 지난여름의 셈은 끝나고 돌아오라, 고독한 자유여
나무는 저마다 혼자서 가을 햇살에 몸을
씻노니
바람이 올 때마다 아픈 손을 흔들어도
가을 하늘 높이에서 아득한 그리운 이름
슬픔으로 수액을 말리고 메마른 육체를 쓰다듬어
겨울 문턱에 서서 나무는 그 싱싱한 내일을 위하여
이 가을, 말없이 옷을 벗는다
가을 숲에 서면
나무들의 아픈 숨소리 들린다
☆ 가을 숲에서 / 김 문 희
☆* 시 전 집 * 중에서 ♡





집사람이 아침 일찍 출근했고, 어제저녁 부르고 회 월례회에서 같은 테이블에서 술을 마셨던 B가 귀갓길에 넘어져 코뼈가 골절되고 이마부위에 열상을 입고 진주 경상대학병원으로 후송되는 되었다는 어두운 소식이 채팅방에서 전해졌다.
나도 어떻게 헤어졌는지 가물가물하다.
부일복국집으로 가서 주차를 시키는데 K가 전화를 해서 콩나물 국밥을 먹자고 했다. 그래서 차에 올라 24시 콩나물국밥집으로 가서 황태와 김치콩나물 국밥을 2인분을 주문했는데 잠시 후 K가 시원 콩나물국밥집에 있다며 그리로 오라고 했다. 곤란한 상황이 되었다. 벌써 국밥이 불위에 올리간 상태라 취소가 안된다고 했다가 단골손님 입장을 헤아려 취소를 해 주었다.
그렇게 시원국밥집으로 가서 아침을 해결하고 집에 왔다.
오전일을 마치고 온 집사람이 식사를 하고는 오후 일정이 용호마을 이라며 태워달라고 했다.
용호마을에 내려주고 그대로 직진해서 죽전마을~좌진~송계~분지포~잠포~범골~구촌~하양지~상양지~수월~괘방치~도산면소재지로 와서 14번 국도로 시내로 오던 중에 조암마을 뒷산에 터를 잡고 있는 박정옥이 농장으로 올라갔다.
두눈박이 진돗개가 요란스레 짖어댔다.
마침 차 트렁크에 예초기를 싣고 있는 그를 만났다.
개 집 앞을 지나가야 농장을 둘러볼 수가 있는데 지난번에는 그가 집을 비웠기에 개 집 앞을 통과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주인이 제지를 하기에 통과해서 농장을 둘러볼 수 있었다. 밭에는 이제 막 마늘을 심어놓았고 배추도 심어져 있었다 닭장에는 어두워 세어볼 수 없었지만 그의 말은 50수가 된다고 했다.
병아리도 부화를 시켜서 여나믄 마리 사육하고 있었다.
꾸지뽕 열매가 한창 익어가고 있어 한 개 따서 맛을 보니 당도가 높은데 내 입맛에는 맞지 않은 과실이었다.
성 회장 밭에 풀을 베러 나서는 길이라서 오래 머물 수가 없어 내가 추천해서 양미경 수필교실 2에 수강토록 해 주었는데 내게 한마디 의논 없이 그만두었다는 소식을 양 선생한테서 들었기에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싶었다.
결론은 워드가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컴퓨터로 글을 써서 메일로 양 선생에게 보내고 해야 되는데 원고지 작성은 가능하나 컴퓨터로 문서 작성이 되지 않는 컴맹이었다.
공직에서 컴맹은 상하 간에 대우를 받지 못하기 진급도 불리하고 옳은 보직도 받지 못한다. 그의 친구 LJO이 생각이 떠 올랐다. 컴맹이다 보니 변방만 떠돌다가 퇴직한 그의 친구다.
오후 다섯 시 남성컷으로 이발을 하러 갔다.
가는 길에 삼성생명 앞에서 집회 준비를 하고 있는 민주평통 자문회의 협의회장 K를 만났는데 아들 결혼식장 참석이 어렵다며 지갑에서 금 10만 원을 꺼내 축의금으로 주어 받았다.
남성컷에 들어서니 오늘따라 두 명이나 손님이 있었다. 오늘 드디어 마누라 성화에 못 이겨 머리 염색을 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남성컷 대표 조사장은 골고루 물이든 은빛머리가 아깝다며 염색을 만류했지만 혼주 머리가 가족사진 분위기를 망쳤다는 집사람 이야기를 하면서 염색을 강행하기로 했다. 마침 청록회 모임이 옆에 있는 오정식당에 하기로 되어 있어 회원들에게 나눠줄《수필과 비평》책을 5권 묶어 들고 갔는데 대표께서 책에 눈독을 들이기에 넌지시 사장님은 손님이 없는 시간에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고 물었더니 태블릿을 주로 본다고 하기에 그럼 독서는 안 하느냐고 했더니 눈에 피로도가 자주 오기 때문에 책은 안 본다고 했다.
그러더니 왜 그걸 묻느냐고 해서 혹여 내가 신인상 수상한 작품이 실린 책이라서 한 권 드릴까 싶었는데 안 주어도 괜찮겠네요 했더니 아주 서운한 표정으로 돌변했다. 그래서 이름을 물어서 132 페이지 내 '북극성이 비추는 길 따라' 작품이 실린 베이지에 조수민 님께 김봉은 드림 2025.10. 을 적어 주었더니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안 주고 나왔으면 꽤쫴쫴한 놈이라고 욕했겠다 싶었다.
오정식당에서의 만찬이 끝나고 계산서를 회원들에게 열람시키자 이구동성으로 음식도 괜찮았고 가격도 싸다면서 흡족해했다.
#1 오피니언전문가칼럼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이번엔 다르다"는 늪에 다시 빠진 민주당
행정부·입법부 장악하면 빠지는 세 가지 늪
①부동산 폭등 ②검찰·사법 개혁 ③강성 지지층
노무현·문재인 정권 답습하며 "이번엔 다르다…"
보통 사람들 욕망을 탐욕으로 몰아붙인 오류와
재물 탐하면서 "그럴 필요 없다"는 위선·집단최면
민주·도덕성·인권 등 상징 자본을 빠르게 탕진
케네스 로고프와 카르멘 라인하트의 저서 ‘이번엔 다르다’는 과도한 부채로 이루어진 호황은 언제나 금융 위기로 끝난다는 사실을 파헤쳤다.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호황과 불황에 숨겨진 금융 흐름의 일정한 패턴을 찾아낸 것도 놀랍지만, 금융 위기의 징후가 보여도 ‘이번엔 다르다’는 착각으로 위기를 반복한다는 통찰이 날카롭다.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간다. 쉽게 얻은 정권도 쉽게 잃는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국회 과반을 얻어 행정부·입법부를 동시 장악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2020년 총선 압승으로 행정부·입법부를 동시 장악했을 때,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행정부·입법부를 동시 장악한 지금 모두 민주당의 인식 흐름에 ‘이번엔 다르다’며 반복하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①부동산 폭등 트라우마 ②검찰 개혁·사법 개혁에 대한 과도한 집착 ③강성 지지층 추수주의가 민주당 인식을 지배한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또다시 세 가지 늪에 스스로 빠져드는 중이다.
민주당이 부동산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수요 억제냐 공급 확대냐’ 하는 정책이 아니라 이념적 세계관이 드러난다. 부동산 투자를 거의 범죄 다루듯 하기 때문에 민주당 정부의 부동산세는 세금이 아니라 ‘벌금’이라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 정부는 부동산에 대한 세 가지 치명적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
첫째 ‘공공 임대주택’ 공급 확대로 쾌적한 주거 환경 욕구를 해소해 주면 된다는 오류. 이건 사회주의 방식으로 실패가 검증됐다. 둘째, 다른 사람보다 좀 더 좋은 집에서 살고 싶다는 보통 사람의 욕망을 탐욕으로 몰아붙인 오류. 자본주의는 인간 욕망을 자연스러운 본능으로 받아들이는 체제다. 셋째, 정작 자신들은 탐욕스럽게 살면서 모두 그렇게 살 필요는 없다는 위선의 오류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의 “내가 강남 살아봐서 아는데 모든 국민이 강남에서 살아야 할 이유는 없다”는 말이 두고두고 오르내린다. 두 아들을 외고에 보낸 진보 교육감이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면서 “양반 제도 폐지를 양반 출신이 주장할 때 더 설득력 있고 힘을 갖게 된다”고 말한 신박한 논리에 버금간다.

자신은 갭 투자를 해놓고 “돈 모아 집값 안정되면 그때 사라”는 국토교통부 1차관, 재건축 아파트를 여러 채 사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자산 증식을 위한 건 아니었다”고 한 경제부총리의 말은 “양자역학 공부하느라 딸 결혼식 신경 못 썼다”는 국회 과방위원장 말과 신뢰도가 비슷하다. 이런 사례는 끝이 없다. 국회의원, 고위 공무원, 대통령 참모 중 상당수가 노골적으로 위선을 드러냈다. 부동산 정책 실패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진 패턴이 이번에는 다를까.
2004년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국회 과반 의석 152석을 차지한 열린우리당은 이른바 ‘4대 개혁 입법’을 추진한다. 핵심은 국가보안법 폐지였다. 한나라당은 ‘4대 국론 분열법’으로 규정하고 격렬하게 저항했다. 결국 국가보안법 폐지는커녕 여권 내부 분열로 개정도 못 했다. 사립학교법은 장외투쟁을 이끈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위상만 올려줬다. 나머지 두 법도 흐지부지됐다. 4대 입법 실패로 열린우리당은 개혁 동력을 상실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레임덕에 빠졌다.

2020년 총선에서 180석을 얻은 민주당은 ‘검수완박’을 목표로 하는 검찰 개혁에 정권의 명운을 걸었다. 그 결과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하고 민주당이 청문회에서 철통 방어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정권을 내줬다. 78년 만에 검찰청을 폐지한 검찰 개혁, ‘대법관 증원’과 ‘대법원 판결에 대한 헌법 소원으로 사실상 4심제’라고 하는 사법 개혁 밀어붙이기도 이번에는 다를까.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과 대법관 집무실 현장 검증 모습은 서부지법 난입 사태와 겹쳐 보인다. 박근혜·윤석열 정권을 거치면서 국민의힘이 ‘보수의 신화’라는 상징 자본을 탕진했듯, 민주당도 민주·도덕성·인권의 상징 자본을 빠르게 탕진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오래전부터 “스윙 보터는 있지만 중도는 없다”며 “도로 한가운데 노란 중앙선에 서 있는 사람은 없다. 여당이 여당답게 잘하면 여당 찍어주고, 여당이 잘못하는 걸 야당이 반대 역할 잘해서 브레이크 잘 걸면 야당 찍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치 집토끼들, 열혈 지지자들을 헌신만 하는 당연한 표로 생각한다. 뜬금없는 소리 하는 사람들을 마치 중도 표 가져오는 사람처럼 생각한다”며 ‘중도(산토끼) 외연 확장’보다는 ‘지지층(집토끼) 결집’을 우선하는 전략적 인식이다. 이런 인식은 홍준표와 비슷하다.

정청래와 홍준표는 의외로 닮은 데가 많다. 혼자 힘으로 당대표까지 오른 정치적 저력, 탁월한 메시지 능력, 소탈하고 서민적인 모습, 뛰어난 정치적 공격수 역할, ‘중도는 없다’는 인식, 김어준에 대한 애정 등등.
그러나 가장 닮은 건 ‘스윙 보터’라는 중도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여당이 잘하면 여당 찍어주고, 야당이 잘하면 야당 찍어준다”는 말처럼 ‘중도 스윙 보터’는 유연하다. 그 점은 두 사람 모두 정확하게 봤다. 그러나 ‘잘한다’에 대한 해석을 정반대로 한 것이 결정적 오류다. 강성 지지층만 추수하면 중도는 이탈한다.
노무현·문재인 정권이 실패한 길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이번엔 다르다. 이번엔 다르다. 이번엔 다르다…”는 집단 최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이번에는 다르게 가는 것이 중요하다. 과연 민주당이 회군할 수 있을까.
[朝鮮칼럼]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된 한국의 86 정치인들
서구의 68 혁명은 지성 영역에서 빛나는 운동 권력·사익 추구는 드물어
한국 86 정치인들은 '쭉정이' 무교양·반지성 운동의 필연 민주주의마저 무너진다

바야흐로 ‘386 전성시대’다. 1996년쯤 운동권 출신들이 자기들 모임 이름을 정하는 과정에서 ‘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을 줄여 만든 용어라는 설도 있고, 그 무렵 최신형 컴퓨터 모델 ‘386′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는 바로 그 386 말이다. 아직 공식 사전에는 등재되지 않았지만 각종 사전형 웹사이트에는 386(세대)이라는 항목이 심심찮게 나온다. 그사이 세월이 흐르고 흘러 486, 586이라고도 한 그들의 오늘날 통칭은 그냥 ‘86’이다.
2000년대 초 존재감을 크게 높인 386은 노무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 이후 ‘폐족(廢族)’을 자처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들에게 이재명 정부에서 ‘386 세상’이 열리고 있다. 우선 국무총리와 집권 여당 대표부터 ‘진386’이다. 장관직 상당수도 그들 차지다. 이른바 권력 실세 빅5 가운데 하나라는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그쪽 인물이다. 국회의장과 국정원장도 직전 세대 학생운동권 출신 ‘범386’이며, 민주당 국회의원 가운데 70명 이상이 학생회나 운동권과 연관돼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의 우당(友黨)이자 현재 원내 제3당 비대위원장은 386 간판 스타였다.
단순한 숫자나 자리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이들의 ‘거침없는 하이킥’이다. “대통령도 갈아치웠다”는 식의 무용담은 결코 허장성세(虛張聲勢)가 아닌 듯하다. 정치권 내부는 이들의 동업자로 넘쳐나고, 이들의 우호 세력이 포진한 법조계·언론계·노동계·학계·문화예술계도 난공불락 진지(陣地)처럼 보인다. 대한민국 권력장(權力場)의 안방 진입에 성공한 이들은 이제 권력의 최후 고지를 향해 전진할 태세다. 사실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수십 년에 걸친 지독한 권력 의지의 승리가 아닐까 싶다.

학생운동의 세계사적 대명사는 서구의 68혁명이다. 1960년대 말 냉전 체제와 경제적 풍요를 배경으로 선진 민주·자본주의 체제 나름의 권위주의와 위계질서에 도전한 격렬한 사회변혁 운동 말이다. 그것은 역사상 최초 대학발(發) 사회혁명으로 이후 서구권의 사회변동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68혁명은 기본적으로 ‘지도자 없는 운동’이었다. 참여자 가운데 훗날 스스로 권력자로 변신한 경우는 매우 드물었고, 정치인이 되더라도 눈에 띄지 않는 소박한 직분이 대부분이었다. 우리처럼 단순 학생운동 경력자가 ‘여의도 정치꾼’으로 직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우리의 86과 달리 서구의 68이 남긴 유산은 권력 세계가 아니라 지성 영역에서 더욱 빛난다. 가령 68혁명은 좌파 내부에서 신(新)마르크스주의가 분화하는 계기가 됐다. 그 결과, 비폭력적 의회주의 방식에 따른 자본주의의 개혁 가능성을 논의하고 실험하기 시작했다. 68혁명이 촉발한 포스트모더니즘은 근대주의가 자임해 오던 이성과 합리주의, 사회적 계몽, 권력의 공공성, 지식 및 과학의 보편성 등에 의문을 제기하며 인류 문명의 대안적 미래를 제시했다.
소통과 대화, 숙의에 기반한 공론장 재구성을 통해 합리성과 근대주의의 새로운 출발을 모색한 위르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의 ‘비판 사회학’도 68혁명의 결실 중 하나였다. 한국의 민주화 세대 지식인들에게 큰 울림이 된 바로 그 사회 이론 말이다. 오늘날 한국인들이 유별나게 열광하는 ‘공정으로서의 정의’ 역시 이론적 모태는 68혁명이다. 뼛속까지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의 나라이던 미국에서 존 롤스(John Rawls)가 철학적 언어로 평등과 복지 논리를 정립한 데는 68혁명의 영향이 지대했다. 68을 ‘사태’가 아닌 ‘혁명’이라 부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반해 한국의 86은 지성사적 측면에서 볼 때 쭉정이에 가깝다. 아직도 반제국주의·반봉건 이념이나 민중주의 계급론 수준에 머물러 있는 그들의 정신세계는 대학 시절부터 체질화된 무교양·반지성주의의 필연적 대가로 보인다. 86과 똑같이 서구의 68은 학생운동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서구의 68이 역사의 진보에 적잖이 공헌하며 인류 공통의 지적 자산으로 남은 반면, 이렇다 할 지적 성찰이나 진화를 경험하지 않은 우리의 86은 날이 갈수록 사익과 권력욕으로 얼룩지고 있다. 바로 그런 이들 손에 온 국민의 피땀이 어린 공든 탑, 민주주의 또한 무참히 무너져 내린다.
'일기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25.10.27(월) 덕담 한마디 (0) | 2025.10.27 |
|---|---|
| 2025.10.26(일) 돼지한판 (3) | 2025.10.26 |
| 2025.10.24(금) 18:30 장생관 부르고회 (0) | 2025.10.26 |
| 2025.10.23(목) 14:00 사회복지관 2층 수필교실 2, 15:00 수영강습, 18:00 황금코다리 고중23회, 18:00. 경우회이사 (0) | 2025.10.26 |
| 2025.10.22(수) 집안에 꽃향기가 가득하다 (0) | 2025.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