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6.01.09(금) 제주 쌈밥

버팀목2 2026. 1. 10. 10:12

2026.01.09(금) 맑음 6°/-5° 07:34/17:32

 
 



☆     어    떤      이      름

어떤 이름을 부르면 마음속에 등불 켜진다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나지막하고
따뜻해서 그만 주저앉고 싶어 진다
애린이란 그런 것이다

어떤 이름을 부르면 가슴이 저며 온다
흰 종이 위에 노랑나비를 앉히고 맨발로
그를 찾아간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그는 없다
연모란 그런 것이다

풀이라 부르면 풀물이 , 불이라 부르면 불 꽃이
물이라 부르면 물결이 이는 이름이 있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어떤 이름을 부르면 별이 되고
어떤 이름을 부르면 풀밭 위를 바람이 지나고
은장도 같은 초 저녁 별이 뜬다
그리움이란 그런 것이다

부를 이름 있어,
가슴으로만 부를 이름 있어,
우리의 하루는 풀 잎처럼 살아있다
풀 잎처럼 살아있다


☆* 시 전 집 *  중에서 / 이  기   철      글



♤       에           필          로           그

떠 오르는 수많은 생각들 속에
한 잔의 커피에 목을 축인다

살다 보니 긴 터널도 지나야 하고
안개 낀 산 길로 홀로 걸어야 하고
바다에 성난 파도도 만나지더라

살다 보니 알겠더라
꼭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고
스치고 지나야 하는 것들은
꼭 지나야 한다는 것도
떠나야 할 사람은 떠나고
남아야 할 사람은 남겨지더라

두 손 가득 쥐고 있어도
어느샌가 빈 손이 되어 있고
빈 손으로 있으려 해도
그 무엇인지를 꼭 쥐고 있음을

소낙비기 내려 잠시 처마 밑에
피하다 보면 멈출 줄 알았는데
그 소낙비가 폭풍우가 되어
온 세상을 헤집고 지나고서야 멈추는 것임을

다 지나가겠지만
그 순간 숨을 쉴 수 조차 없었다
지나간다 모두 다
떠나는 계절, 저무는 노을, 힘겨운 삶마저도
흐르는 것만이 삶이 아니다

저 강물도, 저 바람도, 저 구름도, 저 노을도
당신도, 나도
기다림의 때가 되면 이 또한 지나가기에


☆ 살다 보니 알겠더라  /  조   관  희

☆* 시 전 집 *   중에서    ♡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작가가 쓴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는 태수 작가의 에세이집을 고성군청 옆 교학사 서점에서 샀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고 떠들썩했던 2024년 11월 중순에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그의 책 3부를 구매한 이후에 '수필과 비평', '물목', '통영문학', '수향수필', '겨울밤 세석에서' 등 수필 관련 서적들이 내게로 쏟아져 들어왔다. 간간히 강남서점을 들락거렸는데 이들 문학 서적들로 인하여 눈을 돌릴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어른이 된 나의 목표는, 아니 꿈은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 불행해지지 않는 것이다. 아프지 않고 매일을 별 탈 없이 마무리할 수 있길 바란다. "오늘 저녁은 뭘 먹지?"라는 사소한 고민에 시간을 충분히 써도 괜찮은 지금이, 조금 더 지속되길 바란다. 행복이 더 많아진 삶이 아니라 불행이 더 줄어든 삶이다.
그렇기에 미안하지만 앞으로 시작될 이야기 역시 행복을 찾아가는 낭만적 여정이 되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매일 찾아오는 불행을 아득바득 수비해 내는 꽤나 현실적이고 세속적인, 낭만 없는 분투기가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어도 인생이 좋아지진 않을 것이다. 그저 내 인생도 나쁘진 않다는 뜻밖의 진실만을 가져갈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나쁘진 않네"라는 마음도 매일같이 가질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정말로 좋은 인생이 아닐까.
 하이라이트가 넘치지 않아도 무편집된 인생마저 웃으며 볼 수 있는 그런 인생 말이다.
 당신에게도 그런 삶이 찾아오길 바라며
이제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 한다.
 
                                                                                                                              2024년 가을 태수"
 
내보다 서른 살이나 적은 작가가 쓴 에세이 집을 손에 잡았다. 손에 잡으면 끝을 보고 마는 성미인데 '경남수필과 비평'을 210페이지에서 접었다. 273페이지 까지 63페이지나 남았는데도...

저녁에 오랜만에 아니 12월 16일 김장했었고 곰솔문학 동인지 창간호 출판기념식 했던 날 저녁 제주쌈밥 식당에서 모였던 이후 처음인데 아직 한 달도 안 되었는데도 까마득히 오래된 것 같은 느낌은 이전에는 자주 만났었다는 증거다.
진이가 그 좋아하던 맥주를 끊었다고 한다. 끊고 나니 택배 보낼 때 실수가 없어졌다고 하면서 그렇게 좋아한다. 그 이전에는 굴공장에서 택배 주문을 받아 보내면서 자주 오류를 일으켰었는데 이제 그런 일이 없어졌다고 한다.
더 늦기 전에 다행스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