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스크랩]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것을...

버팀목2 2011. 11. 18. 11:23

2011. 11. 17.(목) 구름 많음

 

오늘 나는 당신이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하였다가

목욕을 하고 다시 집으로 가서 옷을 갈아 입고

09:00경 발인하여 당신이 당도할 그곳에 갔습니다.

 

먼저 온 손님들이 의식을 치루고 있었고

당신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더군요

 

30여분을 기다리며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더디어 도착한 당신은 나무관속에 갇혀 있는 모습으로 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기독교식 장례절차라 내가 지금껏 보아온 의식과는 차이가 많았습니다

말 그대로 생소하였습니다

 

화장장으로 관이 들어가기 전에 재물을 차리고 간단한 의식을 치루고

마지막으로 제일 가까운 사람이 이름을 부르며 집에 불이 났다고 외치면

육체에서 영혼이 분리되어 빠져 나온다고 하였는데 기독교식은 그런 절차는 없었습니다

평소 체력이 약해 피곤해서 깜박 졸기를 잘하는 당신이 그런 의식이 생략되다 보니

영혼까지 타 버리지는 않았는지 조바심이 났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한줌의 재로 변하는 동안 당신의 처가 다니는 교회에서 목사와 신도분들이 와서

부르는 찬송가 소리도 당신은 생소하였으리라 여겨집니다

난 당신이 교회에 다니지는 않았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승으로 가기 사나흘 전에 당신은 처와 밤새껏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고

당신의 처 김연남씨로부터 들었습니다

그때 이미 장례절차까지 논의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세상에 남긴 당신 육체의 잔해는 당신의 고향 척포로 간다고 하였습니다

부디 고향땅에서 평온을 찿기를 기원합니다

 

저녁이 되니 부슬부슬 초겨울비가 내리기 시작하는군요

당신이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나 봅니다

세월이 흐르면 난 당신을 잊을 겁니다

 

지금 이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에도 당신의 처와 지훈이, 은아가  검은 상복을 입은 채

서로 부둥켜 안고 있는 모습이 떠 오르며 콧등이 찡해 옴을 느낍니다

부디 영면 하시옵소서...

 

신묘년 시월 스무이틀 초저녁에

김봉은  씀.

 

 

   

출처 : 山 벗 산악회
글쓴이 : 버팀목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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