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19(일) 결혼 40주년 기념 여행 구례 화엄사 운정(雲頂)은 아침공양을 마치자 바랑을 챙겼다. 바랑을 챙긴다고 해 보았자 누더기승복 한 벌과 밥그릇 · 국그릇으로 쓰는 바리때 두 개, 금 강산 박달나무를 손수 깎아 30년 가까이 사용해 오고 있는 숟가락과 젓 가락, 광목수건 한 개가 전부였다. 또 다른 소유물이 있다면 입고 있는 승복과 나무단주(短珠) · 고무신이었다. 길을 나서 걷기에 지치면 버려진 막대기로 지팡이를 삼았고, 어느 절에든 머물게 되면 그 막대기는 땔감 으로 보태었기에 지팡이는 일정한 소유물이 아니었다. 각황전을 하염없이 올려다보고 있는 운정의 가슴에는 공허한 바람이 맴을 돌고 있었다. 삭발한 지 40여 년, 어느 길을 돌고 돌아 여기에 와 있으며, 깨닫고 이루었음이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