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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산의 봄

버팀목2 2024. 3. 20. 10:05

 

미륵산의 봄

                       

                                                                                                 김봉은 

 

 

 

 

 

 미륵산에 봄이 왔다고 다들 난리다. 그리고 진달래는 물론이고 봉수골 벚꽃도 필 거라고 조만간 축제가 시작된단다. 그래서  내 눈으로 직접 봄을 보겠다고 나섰다. 200번 용화사행 시내버스를 타고 용호사광장 종점에서 내려서 우측 미수동 띠밭등 쪽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여긴 아직도 겨울이 채 가시지 않은 냉골 바닥이었다.     

 미수동 띠밭등을 지나 작은 망 아래에 이르렀을 때 갈색 세상이 초록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얼레지 천국이다 아직 꽃은 피지 않았지만 군락지에는 운동장 크기만큼이나 얼레지가 차지하고 있었다. 이어서 큰 망을 지나 봉수대 아래에 이르니 산자고가 대여섯 송이가 활짝 피어 나를 반겼다. 이 길은 박경리 묘소를 조망할 수 있는 사잇길로 사람들의 왕래가 별로 없는 길이다. 그래서 사람들 눈에도 잘 띄질 않는 곳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 앞 화단에도 산자고가 있었는데 거긴 아직 소식이 없었는데 여기가 더 따뜻하나 보다.

 약수터 가까이 오자 여기저기서 손을 번쩍 들고 난리다. 얼레지가 꽃을 만개했다. 이쪽은 미륵산에서 볕바른 남쪽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같은 미륵산일지라도 천차만별이다. 현호색도 꽃을 피웠다. 그런데 진달래는 아직 봄꿈을 꾸고 있는지 찾아볼 수가 없었는데 인스타에서는 어디서 진달래 꽃을 촬영했는지 활짝 핀 진달래를 도배를 해 놓았었다. 약수터에서 물 한 바가지를 단숨에 들이켜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늘 저녁 약속이 있다는 사실을 봄꽃을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느라고 황홀경에 빠져 있다가 뒤늦게 인지하게 되었다.

 뜀박질로 광장 버스 종점에 도착하니 그곳 쉼터 의자에 팔순의 내 중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앉아 계셨다. 선생님도 봄소식에 꽃구경을 나오신 것 같은데 아마 헛걸음했을 것이다. 얼레지, 현호색, 산자고는 팔순의 어르신이 갈 수 없는 곳에 피어 있었으니까···. 버스 안에서 선생님과 잠시 환담을 나누는 사이 버스는 정량동 삼성타워플라자 앞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거기서 선생님은 내리면서 삼익아파트에 산다고 하시며 잘 가라고 손짓을 하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지난번 고동주 문학상 시상식 때 문화회관에서 마주쳐 인사를 드렸는데 노령으로 인해 기억력이 떨어진 것으로 보였다. 참으로 아름다운 분이셨는데 세월을 이길 장사는 없다더니 안타까웠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시 젖은 사이 내도 집 앞에 당도했다. 통영의 봄이 미륵산 자락에 스며들고 있음을 인지한 날이었다.

 

 

"양미경 선생님 첨삭본"

 

미륵산의 봄

                       

                                                                                                         김 봉 은 

 

 

미륵산에 봄이 왔다고 했다. 진달래는 물론이고 봉수골 벚꽃축제도 곧 시작된다고 한다. 미륵산 정상에 오를 겸 봄을 보러 나섰다. 용화사 행 시내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려서 우측 미수동 띠밭등 쪽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여긴 아직도 겨울이 채 가시지 않았는지 들꽃조차 피지 않았다.     

  띠밭을 지나 작은 망 아래에 이르렀을 때 갈색 세상이 초록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얼레지 천국이다. 아직 꽃은 피지 않았지만, 군락지에는 운동장 크기만큼이나 얼레지가 싱그러운 잎새가 자라고 있었다. 큰 망을 지나 봉수대 아래에 이르니 산자고 대여섯 송이가 활짝 피어 나를 반겼다.

이 길은 박경리 묘소를 조망할 수 있는 사잇길로 사람들의 왕래가 별로 없는 길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 앞 화단에도 산자고가 있는데 아직 소식이 없는데 여기가 더 따뜻하나 보다.

 약수터 가까이 오자 여기저기서 손을 번쩍 들고 난리다. 얼레지가 꽃을 만개해 손을 들고 있는 모양세다. 이쪽은 미륵산에서 볕 바른 남쪽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같은 미륵산 자락이라도 기온 차가 있다. 현호색도 꽃을 피웠다. 진달래는 아직 겨울 꿈을 꾸고 있는지 찾아볼 수가 없는데, 인스타에서는 활짝 핀 진달래를 도배해 놓았었다. 약수터에서 물 한 바가지를 단숨에 들이켜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늘 저녁 약속이 있는데 봄꽃을 스마트폰 에 담느라고 뒤늦게 생각하게 된 것이다.

  뜀박질로 광장 버스 종점에 도착하니 쉼터 의자에 중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이 앉아 계셨다. 봄소식에 꽃구경을 나오신 것 같은데 아마 헛걸음했을 것이다. 얼레지, 현호색, 산자고는 높은 곳에 피어 있었으니까···. 버스 안에서 선생님과 잠시 환담을 하는 사이 정량동 삼성타워 앞 정류장에 도착했다. 선생은 잘 가라고 손짓을 하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지난번 고동주 문학상 시상식 때 문화회관에서 인사를 드렸는데 기억을 하지 못하셨다. 참으로 아름다운 분이셨는데 세월을 이길 장사는 없다더니 안타까웠다. 이런저런 생각에 하는 사이에 집 앞에 당도했다.

통영의 봄은 미륵산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일주일 후 쯤 미륵산으로 봄마중을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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