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16(목) 흐림 ☆ 가 을 을 보 내며 삼강이 지나고 입동까지 지나고 나니 가을빛이 더 야위어 간다 빛은 시공간을 뚫고 굴절되어 가을은 힘없이 대지에 드러눕는다 대지는 조금씩 식어가고 하늘은 한없이 높아 시리도록 푸른 날 우리들 청춘도 회기선 축 따라 가을 닮아 비틀거린다 아름다운 시절에 꿈꾸던 열정의 불꽃은 노을처럼 늙어 먼 산 수미산의 그림자가 다가와 술 한 잔을 권하며 이 풍진 세상 한바탕 걸쭉하게 놀다 가잔다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 오늘이란 늪에서 묶여 허둥거린 인생들이 갈바람에 엿가락처럼 잘려 나간다 시나브로 가을은 겨울을 닮아가고 어느새 내 걸음은 동안거를 떠나는 스님을 따라나선다 또 이렇게 가을 하나 떠나보내며 초 겨울의 어느 모퉁이에서 뒤돌아 보는 가을에게 손을 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