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5(금) 맑음 ☆ 어 쩌 다 나 였 을 까 나의 이름이 벼랑 끝 푸른 소나무일 때가 있다 나의 모습이 썩은 나무 등걸에 독버섯일 때가 있다 어쩌다 나였을까 그ㆍ때ㆍ그ㆍ곳ㆍ에 소나무라면 잠시 청아한 정원수로 살다가 작은 문을 들치는 막대기로 쓰이다가 나중에 화톳불 땔감이어도 좋겠지 독버섯이라면 어느 죄인의 사약 사발에 담겼다가 서슴없이 가련한 한 가닥 명줄을 끊었을지도 몰라 아니, 그보다는 차라리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깊은 바위 계곡 폭포수 한가운데 불쑥 튀어 오르는 물방울이었으면 소리 없이 물안개 걷어가는 바람 한 점이었으면 어떨까 그것도 과하다면 한 점 가을 햇빛일 수 있겠다 모두가 눈부시게 바라보지만 보이지 않는 구름 속에 잠깐 빗방울로 살다가 강물로 사라지는 무지개 빛 비의 흔적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