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5.03.10(월) 주말엔 부모님 기일 준비는 끝내다

버팀목2 2025. 3. 10. 05:57

2025.03.10(월) 맑음



☆   생강나무를 생각하다

상처로 신열을 치른 몸에 생강 냄새가 난다고?
은은하면서도 산뜻한 제 빛깔과
향기가 있는데도 남의 이름을 함부로 갖다
붙였다니!

생강나무에는 생강이 달리지 않는다
산 동백나무에는 붉은 동백꽃이
피지 않는다

봐라
누구 맘대로 네 이름으로 부르느냐
저 나무에 어서 본래 이름을 찾아 돌려주기를 폭력과 권력의 지루하고 그 길었던 그 겨울

몇 차례의 폭설과 영하도 있었지
철 모르고 얼굴 내밀다가 찬바람에
얼어 터져 죽었던 과거 고스란히 드러난
오늘

아침이 먼저 밝아 오는 나라처럼
이른 봄에 제일 먼저 산비탈 양지바른 곳에 그 노오란 꽃이 피는 것이다
마른 뼈에 생기가 돌고 살이 붙고
심장에서 새 피가 터져 나오는 것이다

새 역사가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봄이므로 다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당신 들이 할 일 아직 너무 많이 남아 있으므로 초록으로 무성해지기 전에 겨울 같은 마음 떨쳐버려야 하지 않겠느냐


☆* 시 전 집 * 중에서 /  김   종   제        글



♤       에       필      로      그

생강나무 꽃은
꼭 산수유 꽃처럼 생겼다
무슨 긴한 것을 나누듯 작고 노란 꽃잎들이
에둘러 앉은 모양새가 꼭 같다

생강나무가 산수유가 아님은
나뭇가지를 분질러 보면 안다
부러진 부위에서 싸하게 번지는 생강 내음
가지를 분지르면 노란 똥이 묻어 나오는
애기 똥풀이란 꽃도 있다

이 고요한 식물의 세계에도
얼굴 하나만 가지고 제 이름값을 하는
연예인 같은 꽃들이 있는가 하면
제 가지를 부러 뜨려야 만 저를 드러낼 수 있는 자해공갈단 같은 꽃들이 있다


☆ 생강나무   /   문    성    해

☆* 시 전 집 *    중에서 ♡



지리산둘레길 제3구간 탐방하고 산행기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대충 어제 정리했는데 아무래도 등구재, 창원마을, 금계마을까지 찍지 못하고 산내면 중황리 상황마을에서 종료하고 나머지 구간을 4월 정기산행 시 걷기로 했는데 나는 그날 물목문학회 문학기해므로 경주로 가는 날과 겹쳐서 2017.6.17자 3구간을 탐방했던 기록을 가져와서 마무리해 두었다. 자꾸만 게을러지는 것 같다.
저녁에는 대영 씨 일행과 새 풍화식당에서 도다리쑥국, 장어국. 멸치쌈으로 봄 식단을 차렸다. 계산은 내 차례다 싶어 카드를 주었더니 102,000원이 찍혔다.
오늘도 말실수를 했다. 남이 듣기 싫은 말은 뱉지 말아야 하는데 직설적인 언행으로 타인이 불편하게 만들었다. 엊그제 수필교실 수업시간에도 고동주 선생의 동백꽃을 낭송 후 합평 시  휴가 귀대 시 숙부님 부재로 숙모님이 여비를 주지 않아 난처하게 되었는데 같은 집에 살고 있는 고아인 사촌 여동생이 오빠의 어려움을 알고 이웃 아주머니들에게 동백의 씨를 주워 팔아서 갚겠다고 돈을 빌려서 도선을 타고 막 떠나는 오빠를 부르짖으며 언덕배기를 뛰어내려와서 회귀한 도선에 타고 있는 오빠의 손에 여비를 쥐어주었다는 대목에서 첫 휴가에서 숙부가 쥐어주는 용돈을 목격한 숙모가 못마땅해하는 표정을 눈치채고도 군대에서 받은 사병월급을 아껴서 후일을 도모했어야 하지 않을 점을 지적했다가 고동주를 그야말로 존경하고 수제자로 여기고 있는 양 선생에게 불편한 심기를 안겨주고 말았다.
남이 듣기 좋은 말만 하고 살 수 있도록 노력해 보자.



#1

[朝鮮칼럼] 한반도 적벽대전, 북서풍을 동남풍으로

트럼프의 세계 구상 '큰 그림' "러시아를 중국서 떼내겠다" 우크라발 북서풍, 미·러 회복 후 중국 고립, 트럼프·김정은 회담
하지만 우리 案은 '한·미·일 동남풍' 러 견인·중 견제, 북 끌어내는 데 북서풍보다 한·미·일 연대가 더 유용하다고 트럼프 설득해야

입력 2025.03.10. 00:15업데이트 2025.03.10. 16:19
 
 
 
2017년 7월 7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양자회담을 하고 있다./AP 연합뉴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유라시아 대륙에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조속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낸 후 미·러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러시아를 중국으로부터 떼어낼 참이다. 미·중 경쟁을 미국 대 중·러 구도로 끌고 가는 건 하책(下策)이기 때문이다. 2014년 크림반도 병합,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서방의 경제 제재가 가해지자, 러시아는 중국과 연대했다. 이를 2014년 이전으로 되돌려 놓으면, 중·러가 멀어져 미국이 중국 견제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게 트럼프식 셈법이다. 미·러 관계가 개선되면 북한도 미국에 다가올 걸로 기대할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러시아를 중국에서 떼어내려면 중국이 주는 것보다 훨씬 많은 혜택을 러시아에 줘야 한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러시아에 무력 침공 책임을 묻지 않고 경제 제재를 해제하면 푸틴이 만족할 것으로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는 동안 시진핑에게 신세를 졌다. 중국의 수입 확대로 원유, 천연가스, 석탄 수출을 크게 늘렸고, 반도체, 드론, 산업용 기계 등을 제공받았다. 따라서 트럼프가 개인적으로 푸틴과 더 친해질 수는 있어도, 러시아의 제1 교역국인 중국을 밀어낼 수는 없다.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이 미국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 한, 러시아는 미·중에 양다리를 걸칠 거다. 북·러 관계도 마찬가지다. 러시아가 북한의 파병 덕분에 우크라이나 전황을 개선했다면 푸틴은 김정은에게 빚을 진 셈이다. 더욱이 푸틴이 과거 소련 제국 휘하에 있었던 나라에 대한 ‘고토(故土) 회복’ 야심을 가지고 있다면, 북한과의 동맹은 버릴 수 없는 카드다. 북한도 러시아를 대미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우크라이나 종전을 앞두고 북한과 성급한 대화를 시도한다면 일이 꼬일 수 있다. 트럼프는 2018년 ‘중재’ 역할을 자임한 문재인 정부에 실망했기 때문에, 이번엔 러시아 푸틴 정부에 미·북 간 중재를 요청할 것이다. 푸틴은 응할 것이고, 북핵 문제의 구체적 대응 방안은 커튼 뒤에서 시진핑과 상의할 것이며, 미·북 대화에 응하도록 김정은을 설득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트럼프는 북한만이 아닌 고도로 조율된 북·중·러를 상대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트럼프는 2019년 2월 김정은이 핵 포기를 할 생각이 없음을 간파하고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을 결렬시켰다. 그러나 이번엔 러시아가 중재하고 중국이 러시아를 배후 지도하는 가운데 미·북 협상을 하노이보다 약간 진전된 선에서 ‘스몰 딜(small deal)’로 끝낼 수 있다. 이러면 푸틴과 시진핑은 트럼프를 우크라이나 종전, 중동 안정화, 북핵 문제를 해결한 ‘피스 메이커(peace maker)’로 치켜세우며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 동결과 부분적 비핵화 조치에 대해 제재 해제와 미·북 관계 정상화로 응답하면,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고, 한반도 안보 지형을 근본적으로 흔들게 된다. 결국 한국도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적벽대전(赤壁大戰, 208년)’은 중국 후한(後漢) 쇠퇴 이후 삼국시대의 판도를 가르는 분수령이었다. 조조(曹操)는 전함들을 나란히 묶어 북서풍을 따라 장강(長江) 중류로 내려와 유비(劉備)와 손권(孫權)의 연합군을 공격한다. 그러나 북서풍이 동남풍으로 바뀌는 순간에 유비·손권의 연합군은 쇠사슬로 연결돼 다닥다닥 붙어 있는 조조의 함대에 화공(火攻)을 퍼부어 대승을 거두었다.

유라시아 서쪽 우크라이나에서 동쪽 끝 한반도로 북서풍이 불 조짐이 있다. 미·러 관계 개선을 통한 중국 고립과 미·북 관계 개선이라는 트럼프의 바람이다. 그 북서풍을 타고 푸틴-시진핑-김정은이 서로 연대해 전략적 이익을 관철하려 들 것이다. 이를 동남풍으로 바꿔 북·중·러의 연결 고리를 약화하기 위해선 지금부터 미국이 한·미·일을 핵심 축으로 해서 전략적 협의를 강화해야 한다. 그 토대 위에서 한·러, 미·러, 일·러 관계를 정상화한 후,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야 북핵 해결에 근접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동남풍을 굳게 믿는 정부라면 올해 11월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담을 활용할 수도 있다.

미국이 유라시아 대륙의 북서풍에 편승하기보다 한·미·일의 동남풍을 활용하는 것이 러시아를 붙잡고, 중국을 견제하며, 북한을 끌어내는 데 훨씬 유용한 전략 자산임을 한·일이 끈질기게 설득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우크라이나보다 카드도 많고, 미국과 윈-윈할 수 있는 능력과 조건을 갖춘 동맹국이기 때문이다.

 

 

#2

[조용헌 살롱] [1484] 後天開闢(후천개벽)과 기독교

입력 2025.03.10. 00:06
 
 

영화를 한편 보고 난 후에 기억에 남는 대사가 한 줄이라도 있어야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생각나는 대사가 한마디도 없으면 시원찮은 영화이다. 사람과의 만남도 그럴 때가 있다. YS 살아생전에 상도동 밥상머리에서 들은 한마디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정치는 뭡니까?”

“세(勢)야.”

날아다니는 새가 아니라 세력이라고 할 때의 ‘勢’라는 말이다. ‘세’라고 하는 단 한 글자가 두고두고 생각난다. 워딩은 짧을수록 임팩트가 강한 법이다. 정치 파워는 ‘세’에서 결판난다. 3월 초의 탄핵 반대 세력 집회는 광화문에서 남대문까지 엄청난 인파가 넘쳐 났다. 신세계, 롯데백화점까지도 인파들로 붐볐다. 2002년 월드컵 응원 때보다 훨씬 많다. 내가 살아생전에 본 시위 인파 가운데 가장 많은 수십만(?) 군중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둘러싸는 시위대도 대단했다. 이 광경을 보면서 YS의 ‘세’가 떠올랐다. 세는 바로 민초들이다. 이 세의 토네이도가 한국 사회를 휘몰아친다. 세는 기독교가 앞장서서 만든 것이다. 개신교 목사들과 학원 강사가 앞장섰다. 기독교가 한국 현대사의 변곡점에서 불도저 역할을 하고 있다. 역사의 불도저 역할을 기독교가 맡고 있구나!

이 대목에서 술 한잔해야겠다. 한국의 토종 주역 장문인이었던 야산(也山) 선생은 술 주(酒) 자를 동양의 유·불·선 삼교와 기독교의 만남으로 해석한 바 있다. 삼 수(氵)는 유·불·선에 해당하고 酉는 서방을 가리키니까 서쪽에서 온 기독교로 보았다. 유불선과 기독교의 만남이 酒자인 셈이다. 이질적인 만남에는 스파크가 튈 수 있다. 스파크보다는 원융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때 술이 필요하다. 술은 이런 상황에서 먹을 때 그 본질을 발휘할 수 있다.

야산 선생의 술 ‘주’ 해석을 보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 술을 먹고 지난 5만년의 선천(先天) 세상이 끝나고 새로운 후천(後天)의 5만년 대운을 맞이하자고 말이다. 어변성룡(魚變成龍)의 운세다. 한국이 지난 5000년의 변방 역사를 끝내고 새로운 개벽의 시대로 나갈 때 이 술이 필요한데, 그 술의 주정(酒精) 역할을 한국의 기독교가 담당하고 있다. 기독교가 한국의 ‘K데모크라시’를 이끌고 있다. K데모크라시는 잉어가 용으로 변할 때 가장 어려운 제련 과정이 아닌가 싶다. 넓게 보면 한류의 정점이 여기에 있다. 주역이 끝나는 64괘의 가장 마지막 대목이 술이다. 기독교가 약주(藥酒) 역할을 하여 한국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