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19.10.25(금)

버팀목2 2019. 10. 31. 14:07

2019.10.25(금) 맑음







시월 / 황동규


1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

석양이 짙어가는 푸름 모래톱

지난날 가졌던 슬픈 여정들을,

아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리.


2

지난 이야기를 해서 무엇하리.

두견새 우는 숲 새를 건너서

낮은 돌담에 흐르는 달빛속에

울리던 木琴소리

목금소리 목금소리


3

며칠내 바람이 싸늘히 불고

오늘은 안개속에 찬비가 부렸다

가을비 소리에 온 마음 끌림은

잊고 싶은 약속을 못다한 탓이리.


4

아늬,

石燈 곁에

밤 물소리

누이야 무엇하나

달이 지는데

밀물 지는 고물에서 눈을 감듯이

바람은 사면에서 빈 가지를

하난 남은 사랑처럼 흔들고 있다

아늬,

석등 곁에

밤 물소리.


5

낡은 단청 밖으로 바람이 이는 가을날,

잔잔히 다가오는 저녁 어스름.

며칠내 며칠내 낙엽이 내리고

혹 싸늘히 비가 뿌려와서...

절 뒤울 안에 서서

마을을 내려다보면

낙엽지는 느릅나무며

우물이며 초가집이며

그리고 방금 켜지기 시작한 등불들이

어스름 속에서 알 수 없는

어느 하나에로 합쳐짐을 나는 본다


6

창 밖에 가득히 낙엽이 내리는 저녁

나는 끊임없이 불빛이 그리웠다

바람은 조금도 불지를 않고

등불들은 다만

그 숱한 향수와 같은 것에 싸여가고

주위는 자꾸 어두워갔다

이제 나도 한 잎의 낙엽으로 좀 더 낮은 곳으로,

내리고 싶다.


"시월"은 황동규 시인이

서울대 영문과 재학시절 사랑하는 누군가를 그리며 집필했다고 합니다. 


오늘은 연금이 나오는 날입니다

공무원연금공단 부산지부에서 황동규 시인의 '시월'이라는 시를 카톡으로 보내주어 즐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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