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5(금) 맑음
시월 / 황동규
1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
석양이 짙어가는 푸름 모래톱
지난날 가졌던 슬픈 여정들을,
아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리.
2
지난 이야기를 해서 무엇하리.
두견새 우는 숲 새를 건너서
낮은 돌담에 흐르는 달빛속에
울리던 木琴소리
목금소리 목금소리
3
며칠내 바람이 싸늘히 불고
오늘은 안개속에 찬비가 부렸다
가을비 소리에 온 마음 끌림은
잊고 싶은 약속을 못다한 탓이리.
4
아늬,
石燈 곁에
밤 물소리
누이야 무엇하나
달이 지는데
밀물 지는 고물에서 눈을 감듯이
바람은 사면에서 빈 가지를
하난 남은 사랑처럼 흔들고 있다
아늬,
석등 곁에
밤 물소리.
5
낡은 단청 밖으로 바람이 이는 가을날,
잔잔히 다가오는 저녁 어스름.
며칠내 며칠내 낙엽이 내리고
혹 싸늘히 비가 뿌려와서...
절 뒤울 안에 서서
마을을 내려다보면
낙엽지는 느릅나무며
우물이며 초가집이며
그리고 방금 켜지기 시작한 등불들이
어스름 속에서 알 수 없는
어느 하나에로 합쳐짐을 나는 본다
6
창 밖에 가득히 낙엽이 내리는 저녁
나는 끊임없이 불빛이 그리웠다
바람은 조금도 불지를 않고
등불들은 다만
그 숱한 향수와 같은 것에 싸여가고
주위는 자꾸 어두워갔다
이제 나도 한 잎의 낙엽으로 좀 더 낮은 곳으로,
내리고 싶다.
"시월"은 황동규 시인이
서울대 영문과 재학시절 사랑하는 누군가를 그리며 집필했다고 합니다.
오늘은 연금이 나오는 날입니다
공무원연금공단 부산지부에서 황동규 시인의 '시월'이라는 시를 카톡으로 보내주어 즐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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