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3.11.02(목)

버팀목2 2023. 11. 2. 08:47

2023.11.02(목) 맑음

 

 

☆    1 1    월    의      시

어디선가
도사리고 있던 황량한 가을바람이 몰아치며
모든 걸 다 거두어가는 11 월에는
외롭지 않은 사람도 괜히 마음이 스산해지는 계절입니다

11 월엔
누구도 절망감에 몸을 떨지 않게 해 주십시오

가을 들녘이 황량해도
단지, 가을걷이를 끝내고 따뜻한 보금자리로 돌아가서
수확물이 그득한 곳간을 단속하는 풍요로운
농부의 마음이게 하여 주십시오

낮엔 낙엽이 쌓이는 길마다 낭만이 가득하고
밤이면 사람들이 사는 창문마다
따뜻한 불이 켜지게 하시고 지난 계절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사랑의 대화 속에
평화로움만 넘치게 하여 주소서

유리창을 흔드는 바람이야
머나먼 전설 속 나라에서 불어와 창문을 노크하는
동화인 양 알게 하소서


☆* 짧은 글 깊은 생각 *  중에서  /  이  임  영      글



♤           에          필          로         그

가을이 익을 대로 익은 만추의 11 월에는
살아온 삶을 추억하며 길게 미소 짓게 하소서

일일이 삶을 다 헤아리지 못해도
남은 생의 길을 잘 찾아서 늠름하게 걸어가게 하소서

찬바람 불고 화려한 단풍들이 낙엽 되어 휘날려도
가슴속에서는 훈훈한 바람 불고
사랑과 희망의 일이 무성하게 하소서

하여
만추의 11 월에는
행복한 겨울을 꿈꾸게 하소서


☆ 만추의 11 월에는    /    김       영     근

☆* 수선화 그리움 *     중에서   ♡

 

 

 

 

"내 직업 천직 국립경찰!"

 

빈농의 십 이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소학교를 졸업하고 십오리길 읍내에 있는 중학교로 진학한 이는 집안 형제간에서 내가 처음이다.

 

그 후 농업고등학교를 나왔다.

그런데 내가 농사를 지을 땅은 한 평도 없었다.

 

군대를 제대하고 나오니 이제 내 인생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벽에 부딪혔다.

 

객지를 한 3년 빈손으로 떠돌았다.

그러다가 예비군 훈련이 최대 난관이었다.

 

어느 날 동원예비군 훈련에 소집되어 가까운 군부대에서 일주일 훈련을 마치고 귀가한 날 마을 이장집에 무료로 배달된 서울신문 1면 톱기사에 경찰관 모집 공고가 났는데 '초봉 25만 원 고졸이상' 최초로 공무원 채용시험에 학력 제한이 적용되었고 더욱이 경찰은 예비군 훈련을 안 받아도 된다는 소식에 매료되었다.

 

고민할 것도 없이 내가 가야 할 길이 이 길이다 싶었다.

 

필기시험에 합격되어 면접시험을 보기 위해 인천 부평동에 있는 경찰종합학교 앞 여관에 하루전날 투숙했는데 지방에서 면접시험을 보러 올라온 투숙객들이 넘쳐나서 생면부지의 얼굴들과 3~4명이 혼숙을 하게 되었다.

 

모두들 '서점에서 구입한 면접용 '일반상식' 책은 기본이고 어깨너머로 바라보니 국기에 대한 맹세는 물론이고 애국가 4절까지 적힌 서브노트를 펼쳐놓고 있었다.

그걸 보고 주눅이 들었다.

 

아무 준비 없이 맨손으로 여길 온 이는 내뿐이었다.

 

다음날 세병관 기둥보다 더 굵은 기둥과 천장이 하늘과 맞닿아 있는 듯한 경찰종합학교 넓디넓은 대강당에서 면접시험을 치렀는데 내보다 앞장서 면접을 치르는 이들의 면접관 질문에 답변하는 목소리가 카랑카랑하게 칸막이 너머로 내 귓전을 때렸다.

 

"국가에 충성하고 등등..."

 

내 차례가 되어 면접관 앞에 후덜 거리며 두 다리로 힘주어 부동자세로 섰다.

면접관 왈 "왜 경찰관이 되려고 하느냐?"라고 물었다.

 

나는 단연코 말했다.

"먹고살기 위해서 직업으로 선택했습니다"

 

면접관 심중(心中)을 두들겼는지 간택되어 그 후 34년간 국민의 공복으로 열심히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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