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3.12.30(토)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다

버팀목2 2023. 12. 31. 07:32

2023.12.30(토) 흐림

 

 

☆    사  랑  의   다  른   말

사랑의 다른 말이
* 함께 * 인 것을 배우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사랑의 다른 말이
* 함께 * 인 것을 깨닫기에는
먼저 고독한 시간들이 필요했습니다

사랑의 다른 말이
* 함께 * 인 것을 깨닫기에는
먼저 아픔 가득한 시간들이 필요했습니다

인생이라는 책갈피에
* 함께 *라는 낱말을 가만히 적어 봅니다
마음이 다만 봄 풀처럼 흔들릴 때에
가끔은 꺼내어 읽어보세요

이토록 좋은 말 한마디
이토록 햇살 가득한 말 한마디
* 함께 * 가 그대로 사랑입니다


☆* 시 사랑 시의 백과사전 *   중에서  /   홍    수    희         글



♤          에           필           로         그

섭섭하면 오히려 너를 토닥여 주고
서운하면 오히려 너를 품어 주고
쓸쓸하면 오히려 네게 줄 선물을 사고

너로 하여 화가 날 때
팝콘 같은 웃음꽃을 날려 줘야지
너로 하여 눈물이 날 때
너의 좋은 점을 콕 찍어 일러 줘야지

그래야
모진 세상 모진 마음 자라지 못할 테니
그래야
각진 세상 모서리가 둥글둥글 둥그러질 테니

햇살 한 조각으로 아침이 오듯
아지랑이 하나로 봄이 열리듯
내가 먼저 작은 꽃씨가 되려 한다
내가 먼저 사랑이 되려 한다


☆ 내가 먼저 사랑이 되려 한다    /   홍      수   희
☆* 시 사랑 시의 백과사전 *      중에서  ♡

 

 

정말 오랜만에 지리산의 천왕봉을 오르기로 했다.

사실 천왕봉을 오르는 최 단코스인 중산리~칼바위~망바위~천왕봉(5.4km) 코스는 최 단코스인만큼 그 대신 급경사이다 그러니 약간의 두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변칙 코스인 중산리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자연학습원 입구(3.0km)까지 가서 거기서 로터리 대피소(자연학습원~로터리대피소 2.7km)로 올라갈 거라고 내 나름 머릿속에 그림을 그렸다.(로터리대피소~천왕봉 2.0km, 로터리대피소~칼바위~중산리 3.4km)

그런데 천왕봉 산행을 제안한 구대장은 분명 칼바위 코스로 갈 거라고 작정하고 있을 것이다.

그 코스가 자기 스타일에 딱 맞는 그리로 가자고 할 테니 미리 내 나름대로 셔틀버스를 탈 구실을 만들었다.

 

06:30경 무전동 소재 세무서 앞 24시 콩나물국밥집에서 만나 아침밥을 먹고 출발하기로 했으니까 06:10경 집을 나섰다.

 

어둠이 채 가시지도 않았고 서쪽 하늘에는 동짓달 열여드레 하현달이 떠 있었다.

이윽고 콩나물국밥집 앞에서 오늘 같이 동행할 박태도 씨를 만나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지난번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에 대장으로 동행했던 김종진 씨가 콩나물국밥에 소주 한 병을 비우고 있었다.

 

박태도 씨와 같이 콩나물 국밥을 주문하려 하자 그는 산행을 가는 날에는 아내가 어떤 일이 있어도 새벽 일찍 일어나 아침밥을 차려준다고 자랑삼아 이야기했다.

내 지인 중에는 건넌방에서 자고 있는 아내가 잠을 깰까 봐 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도둑고양이처럼 집을 빠져나온다고 하는 이도 있는 반면에 나는 그래도 잠이 깨자마자 밥이 속으로 넘어가지 않아 아내에게 잘 다녀오마고 인사는 건네고 집을 나서고 요즘은 장거리 산행에서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아침을 해결하는 편이다. 

 

조금 후에 도착한 구대장도 식사를 주문했고 소주 한 병이 주량에 못 미쳤는지 종진이는 한 병을 더 시켜 나더러 한잔만 거들어달라고 애교를 부렸다. 알면서도 속아주는 척 동의를 했고 종업원이 가져온 소주를 반주삼아 두 잔을 마셨다.

우리 일행의 밥값까지 종진이가 카드로 결제했다.

 

오늘 산행은 구대장이 참여 인원이 셋 뿐이라고 했다. 애당초 가기로 했던 다른 한 명은 이전에 수술한 무릎 핑계로 빠졌다고 한다.

 

07:00경 통영을 출발해서 중산리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플래카드에 중산리 국립공원 주차장 내부 공사로 차량 출입을 통제한다고 되어 있었다. 아스팔트 포장길로 1km를 오르막길로 걸어서 가야 한다니 짜증부터 났다. 그래도 가는데 까지 가보자고 하여 2~300m를 차량을 타고 올라가니 역시나 국립공원 직원 둘이 나와서 신호봉을 들고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다.

 

통제하고 있는 그 장소 옆에 약간의 주차할 수 있는 노견이 있어 그나마 거기에 주차를 하고 도보로 이동하면서 일행 둘에게 오늘 저녁 죽림에 살고 있는  딸네미 가족들과 연말 식사모임이 있다는 핑계 삼아 산행시간을 단축을 위해 셔틀버스를 타고 가자고 제안을 했고 마침 도착시간이 08:40 경이었는데 09:00경 셔틀버스 출발시간이라고 하니 적절한 타임이었다.

 

자연학습원까지 3km를 차비 1인당 2,000원을 주고는 타고 가서 10여분을 걸어서 올라가는데 셔틀버스를 같이 타고 온 사실이 없는 비구니 스님 대여섯 분이 같은 방향으로 올라가고 있기에 로터리대피소 위에 있는 법계사에 가는 스님들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법계사를 지나쳐 천왕봉으로 올라가고 있었는데 스님들의 차림새가 천차만별이었다.

 

시중 등산용품점에서 파는 스틱을 짚고 가는 스님이 있는가 하면 나무작대기를 짚고 가는 스님이 있었고 아이젠도 2구짜리 또는 4구짜리 각양각색이었고, 승복도 고급스러운 고어텍스 승복도 있었고, 누더기 같은 목도리를 둘둘 목에 감고 있는 스님도 있기에 내 나름대로 속가에서 재정지원을 받거나 재산을 가지고 출가한 스님과의 차이가 아니겠는가 싶었다.

 

잠시 후 도착한 로터리 대피소에서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먹고 있는 동안 일행인 박태도 씨가 20여 년 전 내가 대피소 화장실에서 카메라 빠뜨린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내 생일선물로 딸아이가 손안에 들어오는 자그마한 케논 디지털카메라를 38만 원인가를 주고 사주어서 산행 시 가지고 다녔는데 그날 대피소 건너편에 있는 화장실에 용변을 보러 갔다가 방한복 상의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다가 그만 같이 들어 있던 카메라가 튕겨 나와 재래식 화장실에 빠졌다. 가만히 내려다보니 동계라서 변이 얼어 있어서 카메라가 모로 꽂혀 있었다 그래서 건너편에 있는 등산 스틱을 가져와야 하겠는데 내가 화장실을 비운 사이 다른 사람이 입장해서 그 위에 용변을 볼까 봐서 안절부절못하면서 큰소리로 건너편에 있는 우리 일행들을 불렀으나 워낙 많은 등산객이 몰려 있다 보니 내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았다. 잠시 머리를 굴려 아이디어를 낸 것이 상의를 벗어 화장실 문에 걸어 두고 뛰어가서 스틱을 직접 가져오는 방식을 취했다. 다행히 통했다.

물티슈로 몇 번씩 반복해서 닦아서 사용했고 그 이후 수년간 사용해 오다가 카메라 렌즈 앞 가림막이 고장 났고, 제품이 단종되는 통에 부품 교체가 안 돼도 그래도 내가 애지중지하던 물건이라 쉽게 버리지 못하고 지금도 보관하고 있다.  

 

로터리대피소에서 천왕봉까지는 2km 거리다 그런데 급경사 오르막으로 제일 힘든 구간이다 개선문도 지나고 더디어 천왕샘 못 미쳐 마지막 쉼터에 당도했다, 그런데 그 장소 바로 눈앞에 수년 전 부상자를 수송하러 갔던 119 구조대 헬기가 구조 도중에 헬기가 추락한 사건 현장이다 아직도 그 옛날을 상기할 수 있는 추락하는 헬기에 부딪혀 부러진 구상나무가 고사목이 되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오늘은 겨울 날씨치고는 천왕봉 가는 길이 이렇게 포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예상외다 마침 날씨사 포근한지라 남강 발원지 천왕샘에서 흘러넘치는 샘물을 한 바가지 떠서 목을 축일 수 있었다. 천왕봉을 오르는 마지막 철계단 35 계단도 세어보고 다음 나무계단 110 계단도 세어가며 옛날을 추억하는 마지막 천왕봉 등산길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 젖어 보기도 했다.

 

1915m 지리산의 최고봉 천왕봉에서 인증샷도 촬영하고 올랐던 길로 되돌아오면서 쉼터에서 스마트폰 내 블로그에 따로 적었던 지리산 산행기를 꺼내 보았더니 딱 50회가 기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더불어 지리산 둘레길 22구간을 걸어면서 적었던 지리산 둘레길 산행기 19회까지 합치면 지리산 이야기는 69회 차를 기록한 셈이다.    

 

하산 시에도 올라갈 때 들렀던 로터리 대피소에 잠시 들렀는데 거기서 일행 둘의 눈치를 살폈다. 결국 둘이서  망바위를 거쳐 칼바위 쪽으로  하산하자고 했다. 급경사로 3.4km를 내려가야 한다 정신 바짝 차리고 가야 한다 모든 산악사고는 하산 시에 발생한다. 다리에 힘이 빠져 자칫 잘못하면 부상을 입기 일쑤다.

 

무사히 7시간에 걸쳐 중산리까지 산행을 마치고 나니 집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직 통영에 도착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내 빠진 가족 식사모임을 진행하라고 당부했다.

 

일행 셋이서 목욕하고 저녁식사하기로 했다가 시간부족으로 목욕은 각자의 집에 가서 하기로 하고 청도소갈비 식당으로 직행해서 생갈비 5대(1대 35,000원)와 소주와 맥주를 주문했다, 2023년 계묘년 마지막 산행을 마치고 아직 그래도 천왕봉을 오를 수 있는 체력과 용기에 서로를 위로하는 막연회 식사자리였다. 

박태도 씨가 구대장은 차량을 지원했기에 우리 둘이서 밥값 반반씩 분담하자고 했다. 내심 반가운 희소식이었다. 밥값을 내가 낼 거라고 당당하게 소 생갈비 5대를 주문했었는데... 

 

        

 

집을 나서면서 서쪽 하늘을 바라보니 동짓달 열 여드레 하현달이 내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중산리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3km를 와서 자연학습원 앞 종점에서 하차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법계사를 0.7km 앞두고 앞서가는 비구니 스님들을 발견했다.

 

 

 

 

 

 

 

법계사 산문이다.

 

 

 

저쪽은 천왕봉에서 대원사 쪽으로 하산하는 길인데 논농사를 지을 때 사용하는 농기구인 써레를 닮았다고 하여 써래봉이다. 

 

개선문이다.

 

수년 전 부상자 구호를 위해 출동했던 119 구조 헬기가 추락했던 장소의 고사목이 된 구상나무. 

 

천왕샘 위 고드름

 

 

3시간 만에 천왕봉에 올랐다.

 

 

 

 

 

 

 

 

 

 

 

 

 

12시 방향이 촛대봉이다

 

 

 

중봉에서 칠선계곡으로 흘러내리는 능선이 수년 전 산사태 지역이다. 

 

칠선계곡이다 소지봉에서 흘러내린 마지막이 창암산이다. 우리 통영시산악연맹에서 동계훈련으로 백무동에서 창암산을 넘어서 칠선계곡으로 스며 들어섯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구상나무 고사목.

 

 

 

 

 

 

정면에서 바라본 개선문

 

 

지리산 국립공원 내 음주금지 장소 : 전 대피소, 산정상(천왕봉, 노고단, 반야봉, 만복대 정상 일원)

 

써래봉

 

망바위 

 

산행이 종료되고 나니 중산리에는 비가 내리고 뒤돌아 본 천왕봉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