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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히말라야(랑탕) 트레킹 6일 차

버팀목2 2024. 4. 6. 01:05

 

네팔 히말라야(랑탕) 트레킹 6일 차

                             

                                                                                                                    김 봉 은

 

 오늘은 강진리(4,569m) 왕복 트레킹이다. 조식 후 오전 8시에 회원들은 롯지에 배낭을 그대로 두고 스틱만 들고 나섰지만 나는 배낭을 메고 올랐다. 왕복 10km, 소요, 예상 시간 3시간이다.

 랑탕 2봉(6,596m)에서 흘러 내려온 봉우리에 올랐다. 산 아래서는 보이지 않던 언덕배기 뒤에 산정호수가 있었고 그 뒤로는 랑탕리웅(7,219m)이 안개인지 구름인지 구분이 어려운 운무 속에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사진으로 대자연을 어찌 표현하랴만, 나는 찍고 또 찍었다.

 왕복 3시간 만에 하산하여 내일 새벽, 이번 트레킹 코스에서 최고봉인 체르고리(4,984m) 등반을 앞두고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숙소 롯지 외벽을 진청색과 분홍색으로 칠하여 자연에서 툭 틔어 보였다. 건물에서 바라본 강진리(4,569m)! 강진곰파 마을이 고도 3,870m이니까 699m 올라가는 셈이다. 산봉우리들이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었고, 나지막한 언덕배기는 풀이나 나무들이 눈을 심심하지 않게 해 주었다. 그날따라 구름이 얼마나 예쁘던지 어느 화가인들 저런 걸작품을 그릴 수가 있을까. 통영 벽방산이 650m니까 안정사에서 벽방산 정도 올라간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오늘은 몸풀기 정도의 수월한 코스였다.

여기서 '리'는 네팔 현지에서는 언덕배기, 달맞이 언덕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고 한다. 집주변에는 양철 담이 쳐져 있는데 키우는 짐승들의 이탈을 막고, 또 하나는 자기 소유지 영역 표시인 것 같았다

 

 인도에서 시작하여 중국까지 2,500km 길이로 이어진 세계에서 제일 높은 산맥인 히말라야산맥에는 에베레스트(8,848m)를 포함하여 7,300m급 준봉이 30여 개나 된다고 하니 4,569m는 山 취급조차 받지 못한다.

 리에 올라서 본 경치는 양쪽으로는 산맥이 사열하듯 서 있고, 가운데로는 계곡이 흐르고 있다. 골이 깊거나 넓거나 상관없이 물줄기는 어디서든 흐르고 있었고, 트레커들은 그 길을 따라 트레킹을 했다. 계속 이어지는 곳을 향하여 걷기 때문에 길을 잃지는 않는다.

 갈지(之)자로 등산로가 돼 있어서 후미는 저 아래에서 뒤따라 올라오고 있다. 랑탕 계곡에서 마지막 마을 강진곰파 마을의 전경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 거대한 히말라야를 글로서만 표현하려니 적당한 문구가 생각나지 않는다.

 여기 사람들은 대부분 트레커 들을 상대로 롯지(산장)를 운영하거나, 야크를 기르며 생활하고 있고, 긴급 생필품은 헬기로 운송해 오고 있었다. 야생 그대로다. 공장지대가 없으니 어릴 때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었던 파란 하늘, 하얀 하늘을 맘껏 볼 수 있다.

 그들의 염원을 글로 새겨 놓은 깃발은 산 꽃대기 바위에 고정해 두어서 아래서 보면 공중에서 펄럭이는 것 같다. 한 곳에 많은 돌무더기에 깃대도 있고 깃발 또한 많이 있어 일행들은 각자 무사 안녕을 빌며 사진을 찍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낭당 같은 곳이리라.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보니 금방 준봉이 보이다가 가려지기를 반복한다. 눈 아래 구름을 보면서 구름 위를 걷는 기분, 신선이 된 것 같다.

 강진리(4,569m) 정상에서 '통영 랑탕 원정대' 단체 인증사진을 찍고 현지인 가이드 머든(madan)과 함께 찍었다.

이제 랑탕리웅(7,227m)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저 골짜기 어딘가에 랑탕리웅으로 가는 베이스캠프(BC)가 있다.

 랑탕리웅 베이스캠프로 가는 길이 보인다. 내가 가서 확인하지는 못했으나 우리 일행이 다녀와서는 빙하가 있다고 한다.

이제 빙하 사진도 남겨서 두고두고 봐야겠다. 언제 다시 이곳을 찾으랴! 남는 건 사진뿐인 것을.

자줏빛 야생화가 언덕배기에 숨어 있어 담았는데 여긴 인터넷이 불통 지역이라서 다음 꽃 검색창은 무용지물이다. 집에 와서 사진 찍은 것으로 검색해 보니 박태기나무꽃일 확률이 있다 한다. 그 추운 나라에서 자랄 리 만무한데… 그래서 단톡방에 꽃 사진을 올리며 현지 가이드였던 머던(madan)에게 물었더니 네팔 현지어로 래까리 풀이라고 답신이 왔다.

 강진곰파 마을 앞에서 남쪽으로 보이는 저 길이 간자라 트렉이다(간자라패스 5,106m), 그리고 오른쪽 아래 사원 쪽이 우리 일행이 강진곰파 마을로 올라왔던 랑탕 트렉이다. 야크가 산에서 내려와서 물을 먹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정겹다. 불현듯 어릴 적 불렀던 동요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먹고 가나요.’ 떠올랐다. 가족이 그리워진다. 오늘 밤 꿈속에서라도 찾아가 봐야겠다. 내일 체르고리(4,984m) 등정을 앞두고 모두 휴식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