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4.06.20(목) 수필교실 가는 날

버팀목2 2024. 6. 21. 10:43

2024.06.20(목) 흐림

 

 

 

 

☆  그대가 그리워지는 날이면

그대가 그리워지는 날이면
언제부터인가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며
눈물 흘리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리움이 사무쳐
행여, 그대를 볼 수 없다는 생각이
가슴을 쥐어짜듯이 헤집고 시커먼 어둠 속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비 오는 날이면
빗줄기 넘나드는 창가를 괜스레 서성이다
이내 풀썩 주저앉아 넋이 나간 사람처럼
비를 맞으며 그대 이름 부르다 지쳐버린
눈물만 쏟고 말았습니다

그대는 아시는지요
사랑이 이토록 슬프고 아려오는 눈물이란 걸
그리움이 이렇게 가슴 아프고 서러운 것인지를

이제는
가슴에 멍이 들어 숨을 쉴 수가 없습니다
고통이 밀려와 서 있는 것조차 힘이 듭니다
내 슬픈 외로움이 갈 곳을 잃고 헤매고 있습니다


☆* 내 몸에 산소처럼 기쁨이 숨 쉬다 * 중에서  /   김 영 국 글




♤  에 필 로 그

문이 닫히고 차가 떠나고 먼지 속에 남겨진 채
지나온 길 생각하며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얼마나 더 가야 험한 세상 아프지 않고
외롭지 않고 건너갈 수 있을까

아득한 대지 위로 풀들이 돋고 산 아래
먼 길이 꿈길인 듯 떠오를 때
텅 비어 홀가분한 주머니에 손 찌른 채
얼마나 더 걸어야 산 하나를 넘을까

이름만 불러도 눈시울 젖는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얼마나 더 가야 네 따뜻한 가슴에 가 안길까

마음이 마음을 만져 웃음 짓게 하는
눈길이 눈길을 만져 화사하게 하는
얼마나 더 가야 그런 세상 만날 수가 있을까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 김 재 진

☆*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 중에서  ♡

 

 

 

 

 

수우도 해골바위 탐방

김봉은

 

 

 

 

 새벽 4시 전화벨 소리에 눈을 떴다. 이 꼭두새벽에 웬 전화인가?

 정신을 차려 다시 보니 전화벨이 아니고 모닝콜 소리였다. 참 그렇지, 오늘 수우도로 가기로 했지. 수우도는 통영시 사랑 면에 속했지만, 거리상으로 삼천포에 가깝다 보니 새벽에 출발해야 배를 탈 수 있다.

 벌떡 일어나 양치질부터 하고 세수를 했다. 어제 짐을 챙겨놓기는 했지만, 다시 점검해 보았다. 냉동실에 챙겨놓은 돼지갈비 양념구이와 간식거리도 챙겨 넣었다. 후배들은 내 배낭이 무겁다고 하면서도 먹을거리 생각하며 좋아한다. 포카리스웨트 가루를 넣은 생수통을 챙기고 집을 나섰다.

 이번 등반책임자는 구 대장이다. 승용차 2대로 4명씩 분승하여 출발했는데 5 40분경에 삼천포 활어 경매장에 도착했다. 그 옆이 수우도 가는 일신호 뱃머리로, 6시 출발이다. 건너편에 보니 콩나물국밥집에 훤하게 실내등과 간판 불이 들어와 있고, 식당 안에는 손님들이 와글와글했다. 그걸 보니 시장기가 돌았다.

 선착장으로 가니 사무장이 승선명부와 신분증을 일일이 대조했다. 예약 손님 우선으로 우리는 승선명부를 미리 만들어 갔다. 명부를 건네주고 선비를 계산하니 왕복으로 15,000원이었다. 승선해서 보니 일행이 함께 앉을 만한 자리가 없었다. 서울 쪽에서 온 등산객이 많았다.

 삼 십여 분을 달려 수우도 선착장에 내리니 마을 구판장이 보였다. 벽에 '라면'이라고 적혀 있다. 할머니 두 분이 가스버너 2개에 냄비 2개를 올려 라면 6개를 끓였다. 개당 5,000원으로 김장김치가 따라 나왔다. 얼른 먹고 왼쪽 테크길 따라 은박산 쪽으로 방향을 잡아 산행에 나섰다. 12시까지 선착장에 도착해야 한다는 사무장의 말이 계속 신경이 쓰였다.

수우도 섬 전체 등산로가 동백나무 숲으로 터널을 이루고 있었다. 좀 일찍 왔더라면 만개한 꽃을 볼 수 있었는데 매우 아쉬웠다. 늦게 핀 서너 송이를 보며 서운함을 달랬다.

 등산로는 수우마을 ~ 고래바위 ~ 금강산 ~ 해골바위 ~ 은박산 ~ 수우마을 로 원점회귀 코스였다. 고래바위 위에서 딴독섬 너머로 조망되는 두미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오늘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을 같이 다녀왔던 일행 중 김 선생과 설 양, 정 양은 두미도 천왕봉 섬 산행에 나선다고 했다. 시간상으로 보면 그들은 아직 정상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정 양에게 천왕봉 정상에 오르면 수우도를 쳐다보고 야호! 하면 화답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그녀는 정말로 알아들은 모양이다. 소리치면 들리는 위치냐며 물었다. 천왕봉에 올랐을 때 가물거리는 위치에 있는 섬이 수우도라는 우스갯소리를 했는데, 천왕봉에 올라서야 농담인 줄 알 터이다.

고래바위에서 되돌아 나와서 금강산 쪽으로 급경사로 내려섰다. 어른 몸짓만큼이나 큰 멧돼지 2마리가 먹이 사냥을 하다가 우리의 인기척에 고래바위 쪽으로 느릿느릿 엉덩이를 흔들며 가는 뒷모습이 보였다. 설마 이 가파른 절벽 길에 쫓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인간을 무시하는 태도로 보였다.

 이어서 금강산 바로 앞에서 오를까 말까 망설이다가 설치되어 있는 밧줄이 아무래도 낡아서 위험해 보여 포기하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수우도에 세 차례나 왔었지만, 해골바위는 처음 가는 곳이라 구 대장의 안내를 따라 내려갔다. 말 그대로 하늘이 보이지 않는 동백나무 원시림이다. 그런데 이따금 등산동호회의 시그널이 나뭇가지에 묶어져 있는 게 보였다. 누군가가 우리 앞서 같은 코스로 해골바위로 갔다는 증거다.

 진행해 가는 도중에 큰 구멍이 송송 뚫린 큰 바위를 만났다. 모두 배낭을 벗어놓고 바위 위로 올라갔다. 한 명씩 바위 끝으로 가서 점프하는 모습을 찍었는데 내 순번이 되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를 더 높이 뛰라며 강요했지만 내 능력만큼만 뛰었다. 산행하면서 제일 조심할 것은 기분에 휩쓸려 자기 한계를 뛰어넘어서 행동하는 것이다. 그것은 사고의 위험이 따르기에 절대금물이다. 어디 산행만 그렇겠는가. 사회에서도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등 과욕을 부리면 실패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본 적도 있다.

 특히 수우도는 험한 구간이 많아서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바위에서 내려와서 해골바위로 접근하면서 보니 우리 일행이 방금 사진을 찍으며 뛰었던 곳이 해골바위 상부였다. 해골바위로 접근하기 위해서 밧줄을 잡고 약 50를 하강하여 일행들은 먼저 내려갔는데 나는 망설였다. 구 대장은 빨리 내려오라고 독촉을 하는데 그저께 밤 낙상 사고를 당하는 꿈을 꾸었는데 싶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일행들은 해골바위 속으로 들어갔다. 조심스레 내려서서 일행들과 해골바위에서 합류했다. 다시는 오지 못할 것 같아 해골바위에서 원 없이 사진을 찍었다.

 해골바위 탐험을 마치고 되돌아 나와 은박산 정상으로 향했다. 바람 한 점 없이 바다는 고요 그 자체다.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내가 준비해 간 식수는 동이 났다. 이런 일은 난생처음이다. 언제나 산행이 종료될 때까지 식수가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인데 그날은 어긋났다. 섬 산행이라고 쉽게 본 것이다. 일행들에게 식수를 달라고 하는 것도 계면쩍다. 두어 모금 얻어 마시기는 했지만, 갈증을 해결하지 못한 채 등산이 종료되었다. 선착장에서 마을 주민이 운영하는 포차에서 막걸리와 사이다를 큰 생수병에 넣어 흔들어서 꿀떡꿀떡 마시고 나니 그제야 갈증이 해소되었다. 우리 일행이 타고 갈 일신호가 사량도 쪽에서 선착장으로 오는 것이 보였다.

 수우도는 기암괴석으로 유명하며 구멍이 숭숭 뚫린 해골바위는 정말 장관이었다. 점점이 떠 있는 작은 섬들과 호수처럼 맑고 잔잔한 바다를 보면서 오늘 땀에 흠뻑 젖은 내 육체와 영혼을 힐링하고 수우도를 떠났다.

육신이 고달플 때 섬이나 산을 다녀오면 정신이 맑아진다. 오늘은, 뭐든지 과욕하지 말고 내 능력만큼만 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새삼 느끼며 섬을 떠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