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4.06.22(토) 장맛비

버팀목2 2024. 6. 22. 09:02

2024.06.22(토) 장맛비

 

 

 

 

"정 말"
         이 정 록

"참 빨랐지!
그 양반!"

신랑이라고 거드는 게 아녀
그 양반 빠른 거야
근동 사람들이 다 알았지

면내에서
오토바이도 그중 먼저 샀고
달리기를 잘해서
군수한테 송아지도 탔으니까

죽는 거까지
남보다 앞선 게 섭섭하지만
어쩔 거여
박복한 팔자 탓이지

읍내 양지다방에서
맞선 보던 날
나는 사카린도 안 넣었는데
그 뜨건 커피를
단숨에 털어 넣더라니까

그러더니 오토바이에
시동부터 걸더라고
번갯불에
도롱이 말릴 양반이었지
겨우 이름 석자
물어본 게 단데 말이여

그래서
저 남자가 날 퇴짜 놓는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어서 타라는 거여

망설이고 있으니까
번쩍 안아서 태우더라고
뱃살이며 가슴이
출렁출렁하데
처녀적에도
내가 좀 푸짐했거든

월산 뒷덜미로 몰고 가더니
밀밭에다 오토바이를
팽개치더라고

자갈길에 젖가슴이
치근대니까
피가 아랫도리로 쏠렸던가 봐
치마가 훌러덩 뒤집혀
얼굴을 덮더라고

그 순간 수욱~ 이게 이년의
운명이구나 싶었지👺

부끄러워서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는데
정말 빠르더라고
외마디 비명 한 번에
끝장이 났다니까! 초 조루증

꽃무늬 치마를 입은 게
다행이었지
풀물 핏물 찍어내며
훌쩍거리고 있으니까
먼 산에다 대고 그러는 거여
시집가려고 나온 거 아니였냐고💘

눈물 닦고 훔쳐보니까
불한당 같은 불곰 한 마리가
밀 이삭만 씹고 있더라니까

내 인생을 통째로 넘어뜨린
그 어마어마한 역사가
한순간에 끝장나다니

하늘이
밀밭처럼 노랗더라니까
내 매무새가
꼭 누룩에 빠진 흰 쌀밥 같았지

얼마나 빨랐던지
그때까지도
오토바이 뒷바퀴가
하늘을 향해 따그르르
돌아가고 있더라니까

죽을 때까지
그 버릇 못 고치고 갔어

덕분에
그 양반 바람 한번 안 피웠어
가정용도 안 되는 걸
어디 가서
상업적으로 써먹겠어

정말 날랜 양반이었지...

 

 

 

 오후부터 장맛비가 내린다고 예보했었는데 그래서 오전에 오랜만에 MTB를 타고 산양일주도로를 한 바퀴 돌 거라고 작정했었는데 오전부터 내리기 시작했다.

 집사람은 일찍부터 출근하고 지인과 고성가서 복매운탕을 먹고 왔다. 헬스장을 다녀와서 보리밥집에 같이 갈 사람을 물색하다가 종진이가 선택되었다. 오늘따라 안주가 푸짐하게 나왔다. 그런데 내가 가자고 했는데 소주값은 종진이가 카드로 결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