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4.07.11(목) 수필교실 가는 날

버팀목2 2024. 7. 11. 10:37

2024.07.11(목) 흐림

 

 

 

 

☆  당신의 여름을 사랑합니다

겨울은 덥지 않아서 좋고
여름은 춥지 않아서 좋다는
넉넉한 당신의 마음은 뿌리 깊은 느티나무를 닮았습니다

더위를 이기는 열매처럼
추위를 이기는 꽃씨처럼
꿋꿋한 당신의 모습은 곧고 정직한 소나무를 닮았습니다

그런 당신의 그늘이 편해서
나는 지친 날개 펴고 당신 곁에 머물고 싶은
가슴이 작은 한 마리 여름새랍니다

종일 당신의 나뭇가지에 앉아 기쁨의 목소리로
행복의 노래를 부르게 하는 당신은
어느 하늘의 천사인가요

나뭇잎 사이로 파아란 열매가
여름 햇살에 익어가고 있을 때
이 계절의 무더위도 신의 축복이라며
감사히 견디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 시가 있는 아침, 이 채의 뜨락 * 중에서 / 이 채 글

 

 

☆ 에   필   로   그

 

마음은 바다를 향해도
몸은 고된 하루에 지쳐 있을 나의 이웃, 나의 벗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하얀 파도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나보다 더 소중한 그 누구를 위해
뜨거운 햇살을 온몸으로 담아내며
긴 긴 하루 저물도록 걸어가는 여름에
참 아름다운 당신에게 시원한 바람의 노래를
불러주고 싶습니다

누구나 마음의 고향이 있지요
정겨운 그 고향 언덕에 늘 그리움의 집 한 채
짓고 사는 우리
그 언덕의 푸른 숲 나뭇잎은 흔들리고
새소리 바람소리 가슴을 적실 때

어디에 가면
세상에 없는 꿈이 거기 있을까요
비 개인 아침 숲 박하내음 같은 당신이여!
홀로 조용히 시간을 더듬어 보면
산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고독한 일입니다

하늘은 결코 기적을 주지 않고
인내에 응답하는 믿음을 약속할 뿐
숭고한 노동의 의미와 그 가치의 소중함을 아는
여름에 참 아름다운 당신

당신은
오늘의 빛이고 내일의 희망 입니다


☆ 여름에 참 아름다운 당신 / 이 채

☆* 시가 있는 아침 , 이 채의 뜨락 * 중에서 

 

 

수필교실 가는 날이다. 수영강습은 하는 수 없이 오늘은 빼먹을 수밖에 없다. 오늘은 '매바위 가는 길에 만나 각시붓꽃'을 낭송했다.

 

 

매바위 가는 길에 만난 각시붓꽃

 

김봉은

 

 벽방산 정상에서 홍류마을 쪽으로 약 400m 내려가면 매의 형상을 한 돌기둥이 고성만을 응시하고 있는 듯한 모습의 바위가 있다. 이를 일컬어 벽발팔경(碧鉢八景) 중 이경(二景)인 옥지응암(玉池鷹岩)이라고 부른다.

 옥지응암 찾아가는 길에 각시붓꽃 한 무더기가 피어 있었는데 평상시 같았으면 아! 언제 봐도 예쁜 각시붓꽃이 인적도 없는 곳에 피었네! 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촬영했을 것인데 그날은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치고 말았다. 이유인즉, 산에 대해서는 나를 달인 정도로 알고 있는 지인의 길잡이가 되어 벽방산의 숨은 명소를 보여주겠다며 나섰는데 접근로를 찾지 못하고 헤매던 중이었다. 한참 후에야 아차! 싶었다. 초행길에도 눈여겨보았고 되돌아 나올 때 길잡이가 되어주었던 고마운 꽃이 아닌가. 그 고마움을 가벼이 넘기고 지나쳐 왔다는 생각에 자괴감마저 들었다. 등대 같은 꽃인데 인사말이라도 하고 왔더라면 이렇게 후회스럽지는 않을 것인데…. 옛 만리암(萬理庵) 절터에서 앉아 벽발팔경 중 1 경인 만리창벽을 바라보며 애꿎은 내 심사만 탓했다.

인터넷 블로그에서 읽었던 내용인데, 전국 산 비경을 찾아 인증사진을 올리는 사람 중에 벽방산의 매바위를 찾아왔다가 배회만 하고 헛걸음을 했다는 글을 다수 읽었다. 실제 접근로를 아는 사람과 동행하지 않았다면 산행 지도만으로는 쉬이 찾기 힘든 곳에 숨어 있다.

 십여 년의 등산 경험으로 한번 답습했던 길을 잘 찾는 편인데 겨우 접근로를 찾을 수 있었다. 되돌아 나오는 길도 낮은 잡나무 숲으로 인해 어디가 어딘지 판단이 어려웠다. 그때 저만치 각시붓꽃이 눈에 보이는 게 아닌가. 내심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그날 벽방산에 숨어 있는 명소를 지인에게 알려주겠다며 의기양양하게 나섰다가 찾지도 못하고 헤맸다면 얼마나 체면을 구겼겠는가. 길 안내자가 되어준 각시붓꽃의 예쁜 모습 잊지 않으려고 사진을 찍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평소 별 도움도 안 된다고 여기며 주변 사람을 얕잡아 보고 괄시하며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되짚어 볼 일이다. 어느 날 그 사람이 갑자기 내게 도움을 줄 수 있고, 중요한 자리에서 마주칠 수도 있다.  그러니 평상시 주변 사람들에게 잘 대하라는 말이 생겨난 듯하다. 각시붓꽃이 준 교훈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하리라.

 

저녁에는 공설운동장 입구 막썰이 횟집에서 지인들과 만났다. 김길호까지 합류해서 넷이서 생선회와 매운탕까지 맛있게 먹고는 돌아오는 길에 김길호가 제안하여 거북시장 통닭집에서 2차로 한잔 더 하고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