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4.07.27(토)

버팀목2 2024. 7. 27. 13:57

2024.07.27(토) 흐림, 장마 끝.

 

 

 

☆ 칠 월 의 끝 자 락

결국엔 사랑 때문야
이글 거리든 목 놓아 부르다 부르다 차갑게 식든
시계 테잎처럼 심장을 뛰게 하는 수수께끼
사랑 때문야

지독한
침묵의 방은 닫친 듯 열려있어
물 때가 돼면 밀려드는 밀물에 휩싸인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썰물의 짠 흔적들로 난자하다
결국엔 명령어 같은 사랑 때문야

배를 드러내고 발버둥 치는 최후에
매미 소리도 말야
귀뚜라미 우는 팔월의 새벽 두 시는 또 어떴고

정말이지
사랑은 고래심줄이야
사랑은 거대한 서사시야



☆* 독 운 시인의 시 농장 * 중에서  /   독 운 글



♤ 에 필 로 그

함께한 한 달 동안 그 사랑
비 오는 날, 햇살 좋은 날
아침이면 눈을 뜨고 밤이면 눈을 감았으니 행복했습니다

애타는 아쉬움 그대로인데
오늘도 내 마음속 유리창엔 빗방울 주르르 루
그리움
그대 품속으로만 흘러갑니다

다가오는 8 월에
그대여
뜨거운 숨결로 꽃 피워 오소서


☆ 7 월을 보내며 / 김 인 숙

☆* 작은 시인들의 노래 * 중에서  ♡

 

 

 

 

 

 집사람이 안정에 일하러 간다고 해서 아침 일찍 태워 주고 와서 부일복국집에 가서 혼자서 아침밥을 먹었다.

 일기예보에 오늘로서 올해 장마는 종료되었다고 한다.

 오늘은 수영 강습이 없는 토요일이라서 헬스장에서 늦게까지 운동을 하고 나오니 경천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거북시장통이라고 하면서 인근에서 저녁을 먹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소머리국밥집으로 가자고 했다. 천성기한테서 자기에게 전화가 왔는데 내게 전화가 안된다고 하기에 그리로 오라고 했다. 내 폰을 들여다보니 오후에 3통의 전화가 와 있었다. 

 아침에 자고 눈 뜨자마자 수신거부를 해 놓았다. 틀림없이 어제 저녁일을 사과하려고 할 것 같아 미리 선수를 쳐 놓았다. 다름 아니라 그래서 전화를 한 모양이었고, 국밥집에 와서 사과를 하는데 달리 방도도 없다. 그냥 알았다고 하고 넘어갔다. 앞으로 혀끝을 조심해야겠다고 懺悔라는 수필을 썼다.

 

 

 

 

참회(懺悔)

김봉은

 

 제목을 참회라고 써놓고 한자를 찾아보니 懺자도 뉘우칠 참자요, 悔자도 뉘우칠 회자였다. 뉘우치다를 제곱하는 셈이다. 

 공직에 있으면서 체력단련을 목적으로 산악회를 조직하였다. 매주 수요일 퇴근 후 미륵산을 야간 등산하는 산악회로 명칭이 수요산악회였다. 

산악활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외연을 확장하게 되어 외부인도 참여를 시키게 되었다. 주로 지인들과의 인맥을 통하여 섭외한 구성원들로 일당백의 산악회였다. 정회원 15명의 산악회에서 통영시 산악연맹 회장이 배출된 산악회로서 명성이 산악인 사이에서 자자했다. 회원들끼리 단합이 잘 되다 보니 회원으로 가입할 수 없느냐고 다수가 의사를 타진해 오기도 했다. 그런데 회칙에 신규 회원은 기존 회원 중에 단 한 명이라도 기피하면 가입이 될 수 없었다. 탄탄한 조직력이 최대 장점인 산악회였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며칠 전 산악회 월례회에서 벌어진 사단(事端) 이야기이다. 모둠회를 시켰는데 회원들끼리 낯선 생선회에 대하여 의견이 분분하였다. 대부분이 개상어라고 단정했다. 내 또한 개상어라고 했다. 옆좌석에 있던 회원이 노랑가오리라고 주장하는데서 문제가 발생했다. 산악회 월례회가 있기 며칠 전 통영에서 만나 친구처럼 지내는 한 살아래 친구 셋이서 무전동 '야온 생선구이 정식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데 생선구이 정식을 주문하여 나온 생선구이 3인상에서 큰 접시에 담긴 간고등어, 참돔, 백조기, 북양 도다리, 삼벵이가 나왔는데 발단은 삼벵이였다. 한 명은 삼벵이를 아까모찌(금태, 눈볼대)라고 주장했고, 또 다른 한 명은 북양 볼락(대서양 붉은 볼락)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내가 먹어보니 국내산 삼벵이였다. 이후 세 사람이 모두 삼벵이로 의견이 모아진 일이 있었다. 당시 먼저 북양 볼락이라고 주장한 사람은 섬 출신이고 은근히 이전에 활어 판매상을 했다며 그런 경험으로 미루어 자기주장이 옳다고 했고, 나머지 친구는 통영에서 낚시 경력 30년이라고 하면서 아까모찌가 맞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삼벵이로 밝혀져 일단락되었다.

 다시 산악회 모임으로 돌아와서 모둠회 중에서 개상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다수였는데, 그중에 지난날 섬출신이고, 활어판매상 유경험자가 노랑가오리라고 하더니 담배 피우러 밖으로 나간 줄 알았더니 그새 횟집 주방으로 가서 횟집주인에게 생선회 확인을 하고 와서는 '노랑가오리'라고 맞다며 생선도 옳게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몰아세우기에, 그게 뭔데 그리도 중요하냐며 내가 나서서 이전에 생선구이집 이야기를 꺼내면서 그때는 당신도 삼벵이를 북양볼락이라고 했지 않느냐고 했더니 얼굴색이 변하더니 욕설을 섞어서 지금 그 이야기를 왜 이 자리에서 꺼내느냐고 하면서 소리를 쳐서  본인과 언쟁으로 번지고 말았다.

 1988년 88올림픽이 서울에서 열리던 해, 그러니까 36년전 비진도에서 만나 긴 세월 다져온 우정을 세치 혀 끝에 날아가 버렸다.

 하루가 지나고 보니 내가 상대방에게는 허물이 될 수도 있는 말을 끄집어낸 것이 발단이었지 싶다. 앞으로 절대 상대방이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하겠다. 친하다고 믿고 불쑥 농담 삼아 던진 말이 상대방에게는 치명적인 아픔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가슴 깊이 되새기며 '참회'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