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7.09.30(월) 구월의 마지막 날

버팀목2 2024. 9. 30. 08:48


2024.09.30(월) 쾌청

 

 



☆    가을, 그대 그리움으로 물들 때면

창밖
낙엽 지는 목소리 들릴 때면
어느새 그대 곁으로 걸어가는 나를 발견해요
바람으로 스치우는 그대와 가로수 길 걷다 보면
고운 잎새들 빨갛게 노랗게 어깨 위로 나부껴요

한 잎 또 한 잎 하염없이 그렇게
어쩌면 날 닮아 애처로운 잎새야
너도 나처럼 누가 몹시 그리운 거니?

물끄러미 바라보다 그 한 잎 주워 들고
잎새 뒤에 새겨진 그리운 그대 모습
뜨거운 눈시울 고요히 젖어오면
줄기마다 눈물겨운 추억 얇게 드리워져 있어요
* 사랑해 *라는 오래된 그 말도 흐린 기억으로 나지막이 들려와요

가을
그대 표정으로 물들 때면
서서히 그리움으로 깊어가는 나를 느껴요
정처 없이 흘러가는 흰구름처럼
누구를 싣고 가는 조각배처럼
한 잎 또 한 잎 셀 수 없이 그렇게 꽃 진 가슴으로
낙엽이 흩어져요

오늘은
곁에 없는 그대와 가을을 걸었습니다


☆* 시가 있는 아침, 이 채의 뜨락 *     중에서  /  이        채            글



♤          에           필          로           그

낙엽 같은 내 사랑아
만남의 약속 시간은 지났어도
기다리던 그 자리에 하염없이 앉아 있는
나를 알지 못한 채 당신은 그냥 스쳐만 가시나요

당신이 불어오는 가을에 서면
못 견디게 붉은 단풍잎과 노란 은행잎
하늘하늘 속삭이는 코스모스와 잠자리
내 사랑이 외롭기엔 가을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걸요

낙엽은
가득 쌓인 작별의 슬픔을 묻어도
눈물은 흩어지는 바람결에 맺혀
가을 너머로 잠이 든 당신을 깨우네요
잠결에도 흐느끼는 한 잎의 숨결이여!

발걸음은 창가에 주저앉은 달그림자에 묶여도
창너머 초롱초롱 별 하나 반짝이면
별 속의 별이여 , 포옹의 눈빛으로 입 맞추는 황홀
당신은 반짝이다 하얗게 별빛만 남겨두고 그냥 가시나요

아 ~
밤별 내리는 당신 품에 안겨도
내 쓸쓸한 사랑은 이렇게 캄캄한 어둠이련가
가을 보다 내 먼저 떨어질 낙엽이여!
낙엽 보다 내 먼저 잊혀질 사랑이여!

☆ 낙엽 같은 내 사랑아   /   이    채

☆* 시가 있는 아침, 이 채의 뜨락 *     중에서 ♡

 

 

 오늘이 9월 말일이다. 음력으로는 팔월 스무 여드레날이다. 월요일이지만 통영수영장에서는 강사들의 강습이 말일에는 없다. 토, 일요일 양일간 쉬어서 수영장 갈 마음이 약간은 있었지만, 오늘 아니면 음력 팔월이 다 지나간다 싶어 낫과 톱이 든 자루를 들고 그리고 소주 한 병과 과자 안주 한 봉지를 들고 산소로 향했다. 9.1자 벌초를 했는데 진입로에는 칡덩굴이 새순이 나서 약간 엉켜 있었고 봉분에도 풀들이 길게 자라 있었다. 묘지 주변에 굴참나무들을 대거 제거했는데도 이제 보니 새순이 자라는 걸 눈으로 확인되었다. 올 겨울되면 실한 괭이자루 들고 가서 파 헤쳐야 하겠다. 아직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조금 움직였는데도 옷이 흠뻑 젖었다. 보기 싫을 정도의 풀과 칡덩굴을 대충 자르고 다가오는 겨울에는 칡덩굴 제거 작업을 대대적으로 해야 하겠다. 그리고 남쪽 방향의 산벚나무와 정면에 있는 밤나무들을 베어 내야 하겠다. 가져간 술과 안주를 차리고 절을 올리고 산에서 내려왔다.

 돌아오는 길에 바다휴게소 화장실에 들렀는데 전화벨이 울려 받았더니 오늘 회수하기로 되어 있는 채권이 모레 날자에 변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미뤄 두었던 일기와 키나발루 산행과 코타키나발루 여행, 추석전후 제주 가족 여행관한 글들을 모두 정리했다. 미루었던 숙제를 마친 기분이다. 수필교실 양선생님께서 카톡 문자를 보냈는데 시화전에 내 보낼 내 작품을 골랐다며 메일로 보냈다고 했다.  

 저녁에는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수경찜 식당에 일행들이 먼저 도착해 있다고 가자고 해서 거기서 아귀찜과 소주를 반주로 삼아 얼큰하게 취해서 걸어서 집으로 왔다.  

 

 

미륵산의 봄

 

--수필 중에서                                                          김 봉 은

 

 띠밭을 지나 작은 망 아래에 이르렀을 때 갈색 세상이 초록색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얼레지 천국이다. 아직 꽃은 피지 않았지만, 군락지에는 운동장 크기만큼이나 얼레지의 싱그러운 잎새가 자라나고 있다. 큰 망을 지나 봉수대 아래에 이르니 산자고 대여섯 송이가 활짝 피웠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이 길은 박경리 묘소를 조망할 수 있는 사잇길로 사람들의 왕래는 별로 없다. 약수터 가까이 가자 여기저기서 얼레지가 만개해 손을 들고 반겨주는 모양새였다. 미륵산에서 볕 바른 남쪽에 해당하는 지역이라 역시 꽃소식이 한창이다. 현호색도 꽃을 피웠다. 진달래는 아직 겨울 꿈을 꾸고 있는지 한두 송이만 눈을 살며시 뜨고 있다.

 

통영의 봄은 미륵산에서부터 시작된다. 일주일 후쯤 다시 봄 마중을 와야겠다. 그때는 진달래도 만발하고, 벚꽃도 나비처럼 휘날리고 있겠지.

 

▣. 내가 쓴 수필 습작 '미륵산의 봄'을 양선생님께서 일부 발췌해서 첨삭 지도를 한 글로 이번 달 한국예총 통영지회 주최/주관으로 열리는 시화전에 출품 예정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