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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고성마라톤을 마치고

버팀목2 2009. 1. 22. 17:16

고성마라톤을 마치고...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개통식을 기념하기 위한 고속도로상에서의 최초의 통영마라톤이라는

홍보에 이끌려 처음 10km로 입문을 시작한 나의 마라톤 출발점!

 

거창하게 말하면 도전 정신이고,

사실적으로 표현하면 나를 시험해 보고 싶은 충동이었다

마라톤을 시작한 것이..

 

체계적인 훈련도,

마라톤에 대한 연구나 상식도 없이

시작한 무모한 나의 도전을 그렇게 시작되었다.

 

다음해 통영마라톤 하프에 도전하여 01:47,

고성마라톤에서 01:45

 

최종 지난해 고성마라톤 하프에서 01:39

 

이렇게 기록이 나이에 반비례해서 단축되므로 해서 

나를 마라톤에 이끌리게 했고

최종 목표를 2009년 고성마라톤 42.195km 풀코스로 잡았다

 

이왕 시작한 마라톤

정작 나이가 더 들기 전에 풀코스에 도전하리라고...

 

2008년 고성마라톤 하프를 마치고 난 이후부터 주변 지인과 가족에게 내년 고성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한 것이 결국 1년 내내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말았다

훈련을 하지 못하는 아쉬움 때문에

 

더구나 집중적으로 도로 훈련을 해야 할 시점에 

10. 4. 야간에 가족이 뺑소니교통사고로 70일간에 걸친 투병생활로

내 사생활 또한 엉망이 되어 버렸다

 

저녁마다 마신 소주로 인하여 체중도 2개월 사이 2kg나 불어 있었다

 

그 사이 동원탕에서 워트피아로 목욕탕도 옮겨

무전동 우렁쉥이 냉동공장 앞에서 스타트하는 평림동 일주도로 우먼챌린져크럽 훈련코스도 한번도 뛰지 못하고

2008년을 그렇게 넘겼다

 

2009년 기축년 새해를 맞이하여

헬스장 런닝머신에서라도 마무리 훈련을 하기로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웠다

 

10km 2회

5km 3회!

 

술 3일 동안 끊고 담배는 끊겠다고 말만 해 놓고 올해 들어 두갑이나 태웠고

 

이것이 나의 마라톤 풀코스 도전의 최종 마무리 훈련이었다

 

어쩌면 1년 내내 마라톤 준비를 해 온 이들에게 치욕적인 말이 될지도 모르지만...

 

일주일 동안 최종 마루리 단계에서 그 동안 불은 체중 2kg는 원상복구 한것으로 위안을 삼고

나름대로 준비를 마쳤다

 

토요일은 푹 쉬고 일요일 아침 일찍 마누라가 끊여준 전복죽을 먹고 가뿐한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같이 가기로 한 일행들은 10km 1명, 하프 2명 이었는데

일행들이 추운 날씨에 풀코스를 마치고 돌아오는 나를 기다리기엔 너무 무리다 싶어

전날 딸아이에게 아빠 마라톤 응원을 올 수 있느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이외로 쉽게 자기 친구와 응원을 와 주겠단다

 

그런데 사무실에서 고성으로 출발하기전 하프 1명이 불참하게 되었고

대타로 통영사랑이 뛰기로 하고 출발하였다

 

주변 사람들에겐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4시간 안에 완주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지만

내심으로는 그보다 더 단축할 수 있다는 기대 심리도 있었다

 

03:40 페이스메이크와 나란히 15km를 통과하면서

나와 나란히 뛰던 일산호수마라톤크럽 이월순 30대 중반의 여자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다

 

몇번째냐고? 열번째 라네

최고성적은 03:41이라는 답변을 들었는데

그 여자 호흡소리는 이른 봄

논 가는 소 숨소리와 흡사했다

 

그때까진 나의 호흡은 평온을 유지하고 있었으니까

 

내가 풀코스 첫 도전이라고 하니까

그 여자가 마지막으로 남긴말은 30km 쯤에 부하가 걸릴 거라고 하면서 앞으로 치고 나갔다

 

숨소리는 여엉 아닌 것 같는데...

여튼 풀코스 참석자는 거의 각 크럽에서 출전하였기 때문에 경험이나 상식에서 모두가 내 보다 고수라고 여겼지만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이게 화근이었다

 

애당초 같이 달리던 페이스메이크를 1km로 앞서 반환점을 돌아 27km 지점에서 오른쪽 다리가 이상이 오기 시작했다

 

이월순의 말이 맞았다

 

이미 때는 늦었다

 

나를 추월해 가는 페이스메이크를 응시해 보지만 따라 붙을 수 없었다 

 

그때부터 골인지점에서 내가 골인할 때 까지

기다려 주기로 한 우리 일행들과 딸아이 생각이 뇌리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매번 입고 뛰었던 롱타이즈도 이번 풀코스 도전하면서 부담스러워 과감히 벗어 던지고

마라톤 팬츠 하나만 달랑 입고 달리는데 갈 때도 맞바람

돌아 올때도 바람이 바뀌어 맞바람!

죽을 맛이었다

 

추위에 허벅자 감각은 일찌감치이고

오른팔은 왜그리 무거운지 잘라버리고 싶은 마음이 꿀떡 같았다

 

39km를 통과하면서 다리가 주인 말을 듣지 않아 걷고 싶은데

관중들 때문에 걸을 수도 없다

 

공설운동장 남문을 들어 서는데 입구에서 해병전우회 복장을 하고 교통수신호를 하던 친구가 내 이름을 부르며 화이팅을 외쳤다

쳐다보니 중,고 동창인 박일규였다

 

이어 울 마누라가 뜻밖에 운동장 입구에서 "김봉은 화이팅" 을 외쳤다 

 

그렇게 하여 딸아이가 기다리고 있는 골인지점을 통과하였다

 

통과하면서 보니 전광판에 03:48 숫자가 보였는데

조금후 바로

"(고성마라톤) 김봉은님 완주드립니다 기록은 03:57:36.12입니다"

라고 내 휴대폰에 문자 메시지가 떴다

 

이게 내 마라톤 풀코스 도전의 시작이고 마지막이다...

   

 

 

 

 

 좌측부터 10km,  21.097km, 10km, 42.195km입니다...

            

 

출처 : 山 벗 산악회
글쓴이 : 버팀목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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