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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버팀목2 2011. 7. 13. 05:12

 

자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밤에 쓴 연애편지는 부치지 말라고 했습니다 옛말에...

왜냐면 밤에는 이성보다 감성이 풍부해지기 때문이라고 했지요.

 

그런데 막상,

낮에는 바쁜 일상 속에 쫓기다 보니 컴 앞에 앉을 기회가 나질 않기 때문인지

깊은 밤에 잠이 깨어 있을라 치면 온갖 상념에 젖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비오는 야심한 밤에 자신에게 묻고 싶은 충동질이 일었습니다.

,

오랜만에 컴 앞에 앉아 자신에게 묻고 싶은 일이 생겨 끄적거려 봅니다.

 

장마기간 중에 연이틀 동안 화창한 날씨가 계속되는가 싶더니

새벽 4시 갑자기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에 눈이 떠졌습니다.

 

멍하니 쇼파에 앉았는데 갑자기 내가 자알 살아왔는지 자신에게 다시 한번 묻고 싶습니다.

 

첫 번째 묻고 싶은 것은,

 

오십 중반까지 살아오면서

평소 남의 얘기처럼 입에 담아 오던 아무 시간이나 구애받지 않고,

내가 불러서 늦은 시간 대폿집에 기꺼이 나와 줄 수 있는 친구 서넛은 현재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한 명도 없는 것 같습니다

아니 한명도 없습니다.

 

삼사십 대에는 그런대로 밤늦게 술 먹자고 하면 기꺼이 나와서,

내가 쏟아 내는 내용도, 줄거리도 없는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 몇은 있었는데

자의 반 타의 반 그때 내 넋두리 들어주던 이들 나를 모두 떠나갔고,

 

그래도 쓸만하다 싶은 이 몇이 있었는데,

내가 복이 없어서 그런지 자기네 복이 그런지 몰라도 저승으로 먼저들 떠났습니다.

그들 모두 우주 어느 공간에서 기인 시간여행을 하고 있을 거란 막연한 기대를 하면서

한 명씩 추억 속에서 끄집어내어 반추해 봅니다.

 

정말 좋은 놈인데 늦게 만났지만 한 살 아래 홍모 놈.

항상 눈가가 발 가스레 알코올의 영향으로 피곤해 보였지만 남을 먼저 배려해 줄줄 아는 친구였는데,

2000년대 초쯤이었나 싶다.

 

서툰 스쿠버다이빙 질 하다가 저승으로 먼저 갔고.

 

80년대 중반에 만나 친구처럼 지내던 한 살 아래 후배 녀석 박모는 근 30년 지기였고,

 

한 번도 근심 어린 얼굴을 본 적이 없었는데,

산행 마치고 귀갓길에 카렌스 승용차 뒷좌석에 앉았는데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쏟아져 내린 빗속에 과속으로 달리다가 중심을 잃고 미끄러져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후

몇 바퀴를 굴러 차량에서 혼자 튕겨 나와 우측 콘크리트 방호벽에 머리가 충격된 교통사고로 갑자기 훌쩍 떠나갔고.

 

직장 생활하면서 내가 큰 술자리 책임져야 할 때면,

전화 한 통으로 부탁하면 싫다 궂다 내색하지 않고 반갑게 자리 만들어 주던 이모 여인.

유방암으로 한쪽 젖가슴 들어내고 방사선 치료로 민머리 된 채로 가발 쓰고,

 

새끼마담이 가게 차려 자립했으나 영업이 부진해서 자신이 사흘 후 결재할 돈 하루만 돌려 달라하여 선뜻 내주었더니

돌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이고 휴대폰 조차 받지 않는다며 내더러 공술 한잔 하자며 불러내어 새끼마담 가게로 가서

스트레스라도 풀고 가자며 밤새껏 흠뻑 술에 젖은 일이며,

 

마지막 가는 길에 얼굴이나 한번 보자며 집으로 찾아와 달라 하여 찾아갔더니

그 당당하던 여장부 기색은 온데간데없고

문설주에 기대서서 파란 입술 떨면서 내뱉는 말!

자기 돈 떼먹은 후배년들 다아 용서해도 자기를 배신한 고향 친구 년은 용서할 수 없다는 말 아직도 내 귓가에 쟁쟁한데

당신 떠나 간지 벌써 10년이 넘었군요.

 

야반도주하던 전날도 전혀 내색 없이 울 마누라에게 빌린 돈 50만 원 갚아주고 소리 소문 없이 어디론지 종적을 감춘 장 모 씨

그래도 안부 전화라도 한통 있을 줄 알았는데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꿈자리에도 한번 나타나지 않고.

 

오십 중반 넘은 시점.

좋은 친구들 떠나보낼 줄만 알았지 빈자리 메꿀 친구 만드는 데는 소홀했지 싶습니다.

 

이제 인생 마무리 수순을 밟을 일만 남았는데,

마지막 남은 여생 주막집에 앉아 인생 타령 늘어 놀

술친구 하나 없이 어찌 꾸려갈까 걱정이 앞섶니다.

 

이렇게 낙숫물 소리에 잠 못 이루는 밤이면

내 가슴에 담아 둔 이야기 풀어낼 친구 하나 옆에 두지 못한 걸 보면서,

뭣하며 살았냐고 자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다만 한가닥 희망은 내 푸념이 기우일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두 번째 자신에게 묻고 싶은 충동질을  기대하면서..

 

 

2011. 7. 13. 새벽에 버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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