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0.10.28(수)

버팀목2 2020. 10. 28. 08:16

내가 초임 순경으로 이곳 미수동에 발령받았을 당시엔 없었던 통영대교

 

제주 해녀상도 그 당시엔 없었다. 파출소가 있던 미수2동에만 제주 해녀가 200명이나 거주하면서 나잠에 종사했고 그 덕분에 총각들은 셋방을 구할 수가 없었다

 

어제 저녁 다리 건너 사는 친구 둘을 불러 해물을 곁들인 삼겹살과 소주를 마시고 걸어서 충무교를 건너 가면서 바라 본 통영대교.

2020.10.28(수) 흐림

 

☆ 따뜻한 커피에 가을을 담아 보냅니다 / 오광수

아침에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
오늘을 함께 하는 당신을 생각하게 합니다

방안을 가득히 채우는 모닝커피의 향기처럼
당신의 향기는
내 마음을 순수하게 합니다


지그시 감으며 마시는 커피 잔에
신비로운 내음과 함께
따스한 입술이 전해 오고
하얀 이 드러내며 조용히 웃고 있을 당신 모습은
나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합니다


커피를 따를 때의 그 소리는
내게 들려주었던 노래가 되었고
지금 입 속으로 흥얼거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내게 달콤함만 준 게 아닙니다
쓴 맛도 있음을 알게 했습니다
목 안 가득히 힘껏 삼키면서
기쁠 때는 슬플 때를 기억하게 하고
어려울 때는 소망을 바라보게 하였습니다

오늘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은
당신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삶의 향기입니다.


내가 사는 아파트 앞 소공원에 살고 있는 느티나무는 어제와 또 다르게 진해져 갑니다.

 

헬스클럽에서 교정용 자전거를 100분간 타면서 책을 읽는 것이 일상화 되었습니다

 

자화상

'토지개혁을 앞두고

술도가를 하는 정현동 사장은 중도 들판의 논과 술도가를 엮어서 서운상에게 팔았는데

돈이 제대로 돌지 않게 된 서운상은 논을 사들인 값보다 조금 높여 서너 사람에게 줄을 대다 보니 소문이 번졌고,

 

그 소문을 듣게 된 작인들은 자신들의 생사가 걸린 문제가 터졌음을 알고 서운상에게로 몰려갔던 것이다.

작인들의 서슬에 둘러싸인 서운상은 끝까지 부인을 못하고 사실대로 다 털어놓고 말았던 것이다.

 

그래서 작인 김복동, 허삼수, 강동기, 노덕보는 마름 허서방을 앞세우고 정현동의 집으로 찾아간 것이다.

 

강동기가 정사장에게 <해약을 허씨요>

<안 돼>

<허먼, 폴아넴긴 값에 우리가 살 수 있게 중간에 서주씨요.>

<못해.>

<허먼, 폴아넴긴 값허고 서운상이 내라는 값허고, 그 차액 얼 정 사장이 책임지씨요.>

<나가 미쳤간디?>

 

그때였다.

<야이 씨부랄 눔아, 니만 사람이고 우리 넌 짐생이냐. 니 죽고 나 죽자 아아!>

<우리 밥줄 끊어놓고도 요것도 못허것다. 저것도 못헜것다. 천불이 솟아 더 못 참것다. 저눔 쥑이고 나 죽어뿔란다.>

노덕보는 숨을 씩씩거리며 벽돌을 움켜쥔 손을 힘없이 떨구었다.

 

<다시 말허겄소. 세 가지 중에 하나럴 골르씨요>

강동기가 단호하게 말했다.

 

<안 된다면 안 돼.>

정 사장도 단호했다.

 

<저, 저 도적눔에 심뽀 잠 보소. 저런 도적눔덜 땀세 빨갱이가 되는 겨.>

마삼수가 제 손바닥을 주먹으로 치며 기가 막혀했다.

 

<참말로 저것이 도적눔 중에 상 도적눔이 시. 저눔이 저리 지독헌 도적눔 심뽀럴 가졌응께 즈그 아덜이 대신 죄 닦음 허니라고 빨갱이질 얼 나섰겄제. 근디도 저눔은 도적눔 심뽀 못 고치고 저 지랄 얼 허는 것 본께 즈그 아덜 발샅에 땟국만도 못 헌.....>

느물 느물 야유를 하고 있던 김복동이가 얼굴을 감싸며 비틀거렸다.

 

한갑수가 느닷없이 달려들어 김복동의 면상을 갈겼던 것이다. 김복동의 코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온냐, 니눔이 사람얼 쳤겄다아!>작달막한 체구의 김복동이 이빨을 빠드득 갈아붙였다. 그는 코로 손을 옮기는가 싶더니 한갑수를 향해 팽 코를 풀었다. 핏방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바람에 한갑수는 엉거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김복동이는 한갑수의 가슴을 치받고 들어갔다. 이미 눈빛이 이상하게 변해 있던 마삼수, 노덕보, 강동기도 맛 좋은 먹이라도 다투듯이 일제히 한갑수에게 달라붙었다. 마당은 삽시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어지럽게 몰매를 때리고 있던 속에서 있던 한 사람이 빠져나왔다.

노덕보였다.

그는 화단가로 달려가더니 벽돌을 집어 들었다.

 

<니기미 시펄, 죽기 아니먼 살기다. 분허고 원통혀서 인자 더는 못 참겄다.>

 

그는 울부짖듯 하며 벽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마루의 유리창이 신경질적인 소리를 내며 깨져나갔다.

<나 겉은 눔 새끼덜 많고 뱃보 욼어 빨갱이 질언 못 헌다만 니눔 하나는 죽일 수 있다>

노덕보는 연상 소리치며 벽돌을 뽑아 계속 내던졌다.

 

언제부턴가 대문 앞에는 사람들이 가득 몰려들어 법석을 떨고 있었다.

그 사람들을 헤치고 군인 두명이 마당으로 뛰어들었다. 순찰을 돌던 군인이었다.

 

<정지! 정지!>

 

군인이 외쳤다. <정지하라니까! 쏜다!>

 

두 군인이 총을 벗어들며 고함쳤다.

그때서야 그들은 군인의 존재를 의식했고, 자신들의 가슴을 겨누고 있는 총구 앞에 천천히 두 팔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이 사람들 이거 어디서 집단폭행이야. 모두 다섯? 다들 이쪽으로 집합>

군인이 총끝으로 지시했다.

 

<나넌 아니요. 귀경만 혔소.>

허 서방이 주춤주춤 물러서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팔을 들어 올리지 않았고, 군인이 팔을 들어 올리고 있는 네 명을 훑어보았지만 그들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좋아, 모두 넷. 경찰서까지 그대로 팔을 들고 간다. 만약 팔을 내리거나 도주하면 발포한다. 앞으로 이 갓!>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땅이 촉촉하게 젖을 만큼 하염없이 내리는 細雨였다.

하늘이 낮았다.

제석산 중턱이 묻히고 선수 머리까지의 포구가 반나마 가릴 정도로 하늘은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하나같이 몸을 웅크린 네 여자가 종종걸음을 치며 소화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목골댁, 조성댁, 장흥댁, 남양댁이 경찰서에 갇힌 남편들을 면회 갔다가 거절 당하고 돌아오고 있는 길이었다.

 

<웂는 것덜언 이제나 저제나 음지 살이 허는 것도 분허고 원퉁헌디, 더 분헌 건 나라가 있는 눔덜 편역드는 것이요.>

목골댁의 열기 받힌 말을 조성댁이 막았다.

 

<이 사람아, 있는 사람덜이 나라 채럴 잡았엉께 그것이야 당연지사 아니겄어? 자네는 나라 따로 있고, 있는 사람덜 따로 있는 것맨치로 말을 허는디, 이 사람아, 나라가 있는 사람덜이고, 또 있는 사람덜이 나라시.>

 

<긍께 빌어묵을 눔에 나라고, 있는 눔덜이 요강 꼭지가 된 배꼽도 모지래서 솥뚜껑 꼭지가 되게 헐 욕심으로 웂는 사란덜 몰아쳐서 죄 맹그는 것인디, 나라가 정헌 죄고 벌이고 다 틀려 묵었다 그 말이요. 나라럴 믿느니 지병 고치자고 아그덜 잡아다가 간 빼 묵는 문딩이 덜 얼 믿겄소.>

 

<고걸 누가 몰르겄는가. 배불르고 식자 들었다는 유식헌 사람덜이야 우리 겉은 가난헌 농새꾼 알기럴 바보 멍텅구리로 알제만, 시상 살이 쓰고 짜운 맛이나, 시상이 순리로 돌아야 헐 이치나 우리만치 세세히 아는 사람덜이 워디 있겄어. 다 암스 롱도 심 웂응께 그저 몰른 디끼, 바본 디끼 사는 것이제. 아까 자네 일정 때 말 비쳤는디, 그때 농새꾼덜이 당헌 고초 워찌 말로 다 허겄는가. 근디, 정작 나라 폴아묵고 뺏긴 것은 누구였냔 말이여. 고 알량헌 양반에다가 배불른 사람덜 아니었는감? 그런디 고것덜이 일본눔덜허고 짝짝꿍이 되야갖고 못살게 주리럴 틀어댄 것이 누구였어? 우리 가난허고 심웂는 농새꾼 아니였냔 말이여. 1년 농새짓고 쭉쟁이만 보듬고 울어야 허게 지독시럽든 동척 소작료에, 항꾼에 놀아난 조선 지주덜. 오직이나 못살겄으먼 고향 버리고 그 먼 간도땅으로 떠나고, 산중으로 화전 일구로 들어가고 혔을 것인가. 말얼 허자먼야 한이 웂고, 몰른디끼 바본 디끼 사는 것이제.>

 

장흥댁이 허전한 웃음을 지으며 목골댁을 건너다보았다.

 

<아이고메 성님, 심 파허게 일정 때 이약 멀라고 허고 그요. 이약 얼 허 자먼 지끔 시상 얼 이약 혀야 제라. 일본헌테 그리 나라 폴아묵고, 일본 눔 덜 허고 짝짝꿍 되야갖고 돌아감스로 배 터지게 잘 묵고 잘 산 양반이고 지주라는 것덜이 또 미국눔덜허고 강강수월래 험스로 잘도 돌아가는 요 빌어묵을 시상에 헐 말이 올매나 많소>

목골댁이 기를 세웠다.

 

<아이고, 저눔에 입, 큰탈나겄다. 우리 찌리라도 안 헐 말언 안 혀야 쓰는 겨. 미국 이약 씀벅씀벅 잘못 혔다가 좌익으로 몰려 졸갱이 친 사람덜이 워디 한둘이여? 말언 해버릇허먼 자꼬 느는 것잉께 그 이약은 애시당초 입에 담덜 말아>

조성댁이 고개를 내둘렀다.

 

<성님, 무신 말얼 그리 심 빠지게 허고 그요. 우리 남정네덜이 아무 죄 없이 철창신세 지고, 우리 꼬라지가 요리 각다분허고 앉었으면 누구 땀세요. 헹펜이 요리 돼갖고도 입얼 봉허고 앉었으면 고것은 빙신 중에 상 병신이요.

없는 듯이 앉아 있던 남양댁이 다부지게 말을 하고 나섰다.

 

<근다고 무신 일이 풀리간디? 우리가 잘못혔다가는 일만 돠갱기제.>

장흥댁이 눈을 흘겼다.

 

<와따 성님, 서울 무섭당께 영산포부터 기는 꼴이요이. 성님맹키로 말헐람사, 사람이 죽으면 멀라고 울겄소. 운다고 한분 죽어뿐 사람이 살아날 것도 아닌디. 운다고 살아날 것 아닌지 뻔허게 암스롱도 지 설움에 우는 것 아닙디여? 사람이 무신 일 당허고 말 씹는 것이야 워디 일 풀리라고 그러 간디라? 맺힌 속 풀고, 전후 사정 따져 기운 채리 잔 것이 제라.>

남양댁의 옹골진 대꾸였다.

 

장흥댁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말이 났응께 말인디, 우리 남정네덜이 저리 갇히게 된 것은 재작년 11월에 들고일어나썬 일얼 망쳤기 땀세요. 그때 그 일만 성사됐드라먼 지주고 머시고 싹 다 없어지고, 지끔이야 을매나 살기 존 시상이 되얐겄소. 근디, 골골이 기세 뻗어올라 성사가 다 된 일얼 가로막고 나서서 우리 농새꾼덜헌테 무지막지허게 총질허고, 잡아가고 헌 것이 누굽디여? 양코배기덜 아닙디여? 그눔덜언 생새임만 징헌 것이 아니라 허는 행투도 을매나 모지락시럽고 징헙디여. 일본눔덜만 독살시런지 알었등마 그눔덜도 일본눔덜 찜 져 묵게 악독헌 것덜인디, 고것들이 지주 편들지 안 혔음사 우리 남정 네덜이 인자 와서 워째 철창신세가 되얐겄소. 알고 보먼 우리 원수는 정 사장도, 순사덜도 아니요. 질로 큰 원수가 양코배기덜이고, 그 담이 정 사장이고 순사요.> 남양댁은 핏기 돋아 오른 얼굴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내가 익히 배웠던 대한민국의 건국 과정과는 사뭇 다른 것 같습니다.

아무리 소설이라고 가정을 해도...

 

요즘 좌측에서 외쳐대는 '토착 왜구'란 말이 그저 생긴 것은 아닌 성 싶기도 하구요.

적어도 해방되면서 일본 사람들이 가졌던 농지만이라도 군정에서든지 정수 수립 이후라도 회수를 해서

소작인들이 바라는 토지개혁 방향으로 이뤄졌더라면 좀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이 지역에서 만에도 왜정시대 일본 사람 밑에서 붙어 있던 사람들이 해방되면서 일본인들이 돌아가고 난 뒤 적산가옥이라든지 적산토지를 그들이 모두 차지한 것은 분명 잘못된 처사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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