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2.03.18(금)

버팀목2 2022. 3. 18. 07:35

2022.03.18(금) 비

 

두 세기 전에는 30세면 이미 늙기 시작했다.

 

1800년 당시 평균 수명은 30~35세였는데,

1900년에는 45~50세가 되었고,

현재는 1년에 세 달꼴로 수명이 연장되고 있다.

지금 태어나는 여자아이 두 명중 한 명은 100세까지 살 것이다.

수명 연장의 파급 효과는 모두에게, 아주 어린아이에게까지 미친다.

 

밀레니얼 세대는 18세부터 자기네가 100세까지는 살리라 예상한다.

이리하여 학업, 직업 이력, 가족, 사랑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 인생은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이다. 빈둥대거나 방황하거나 실패하더라도 다시 걸어가면 되는 머나먼 여정이다.

 

-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중에서

 

 

 

오늘은 내가 12살 되던 해,

돌아가신 (1967.02.16) 아버지(1903.01.25생)의 忌日인데,

내가 경찰 배명을 받고 통영경찰서에 발령받은 지 3개월째 되던 1982. 11. 07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어머니(1914.03.15 생)와 편의상 합동 忌日이다.

 

어제 기일을 앞두고 큰누님(1935생)이 전화를 하셨고,

오늘은 작은 누님(1945생)이 오전에 전화를 하셨다.

 

이제 두 분 모두 연로해서 참석은 못해도 부모님 기일을 기억하시고,

제사를 주관하는 저에게 기별을 해 온 것이다.

 

무엇보다도 특이한 것은 오늘 낮에 집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내용인즉,

 

울산에 사는 셋째 형수님이 香燭代 일금 10만 원을 송금해 왔다고 알려 왔다.

난생처음이지 싶다.

 

그리고, 부산에 사는 작고한 둘째 형님의 장남 석무가 오늘 제사에 참석하겠다고 전화도 왔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비가 오고 있는데,

내 기억으로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던 날도 비가 왔었다.

 

그때 초상 때 묏자리를 파는데 맞물(비 온 후 언덕배기 같은 곳 지하에서 지표면으로 솟는 샘물)이 나와서 인근으로 장소를 옮겨서 산소 자리를 잡았다.

 

저녁 무렵 퇴근한 우리 집 장남 동완이가 도착할 무렵인데 싶어서 전화를 했더니 원문고개를 넘어오고 있다고 한다. 평상시 내가 차를 타고 죽림 가서 동완이 집 부근에서 태워서 고성 큰집으로 가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동완이 하는 말이 어차피 제사 마치고 돌아와서 북신동에 왔다가 자신은 주거지인 죽림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자기 차를 타고 온다고 합니다. 어쩌면 그 길이 편할지도 모른다.

 

집사람은 저녁아홉시가 넘어야 퇴근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아예 둘이만 갔다.

 

큰집에 도착하니 우리 집안 장손인 석민이와 큰형수 그렇게 둘만이 있었습니다. 저녁 8시쯤이라서 식사를 하기도 그렇고 하여 석민이에게 술상을 차리라고 하고는 차려온 상을 펼치고 술을 한잔 하고 있으면서 제사상은 9시쯤 차려서 10시에 제사를 올리기로 하였다.

 

그런데 통영에 사는 작은 조카네 식구들이 나타나지를 않아 눈치만 보고 있다가 슬며시 부산에서 석무(둘째형 장남)가 온다고 전화가 왔었다는 말을 꺼냈더니 큰형수가 대뜸 그냥 오지 말라고 하지 오라고 했느냐고 힐난조로 말했습니다. 내가 참석하라고 독촉을 한 것도 아니고 손자가 자기 조부모 제사를 지내려 온다고 하는데 그것도 가족을 동반하여 대거 참석하는 것도 아니고 대표로 혼자 온다는데 그것을 어떻게 만류하느냐고 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총인원 넷이서 제사상을 차리고 저녁 10시가 되기 전에 벌써 맵 밥을 지어 상을 가져왔다.

 

조상 전에 선고하기 전에 한참 동안을 시간이 너무 이르다며 지체를 하다가 이윽고 선고를 하고는 본격적으로 부모님 제사를 올렸다.

 

"선조 조상님

임인년 이월 열엿세날

김해 김 씨 삼현파 69 세손 현고 처사 부군 상우 공과

현조비 유인 연안 차 씨 합동 기일임을 조상님께 선고합니다."

 

그때쯤 부산 조카도 도착하여 합류가 되었고,

 

 

제사의 순서

 

신 맞이 : 제주(長子)가 직접 대문(현관문)을 열어 놓고 들어온다. ※ 신(혼)을 맞이한다는 뜻

강 신 : 제주가 지위를 붙이고 분향하고 세잔하고 재배한다.

 

참 신 : 제주 이하 참사자 일동이 재배한다.

초 헌 : 제주가 헌 잔 하고 축관이 왼쪽에 제주를 보고 꿇어앉아 독축하고 나면 제주는 재배한다.

아 헌 : 아헌은 종부(제주의 부인)가 행하되 어려우면 제주 다음 가는 참사자가 한다.

종 헌 : 제주 아우나 친족이 행하여 집사가 따른 제주를 반잔 되게 퇴주기에 따르고 집사에게 건넨다.

 

첨작 상시 : 제주가 술잔에 첨작하고 숟가락을 메 그릇에 꽂는다.(삽시) 이때 숟가락 바닥이 신위 쪽으로 향하도록 한다 젓가락은 정제하여 제물(생선 육전) 위에 올려놓는다.

합문 유식 : 문을 닫고 전기를 끄고 모든 참사자는 3~5분 정도 부복한다.

 

개 문 : 제주가 문 앞에서 3번 기침하고 문을 열고 들어간다.

헌 다 : 슝융을 올리고 밥을 3번 떠서 슝융에 말아놓고 정제하고 밥그릇을 덮는다.

헌 작 : 참사자 중 잔을 드릴 분은 차례로 잔을 올린다.

철 시 : 수저를 거둔다.

사 신 : 참사자 일동은 2번(재배) 절하고 제주는 축문과 지방을 사르고 열려있는 대문을 닫는다.

음복 철상: 참사자는 음복하고 제상을 치운다.

 

 

제사를 마치고 음복을 하는데 제사상에 차려진 음식이 너무 많았기에 슬며시 제사음식 하는데 누가 조력을 했는데 떠 보았다.

그러자 큰형수님이 하는 말이 코로나19로 인해 통영에 사는 석정이 내외도 참석치 말라고 했다며 이 많은 음식을 큰형수님 혼자서 준비를 했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현재 살아있는 며느리가 셋이고,

젊디젊은 손자 며느리가 넷이나 되는데 팔순 며느리 혼자서 제사 음식을 준비했다니 할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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