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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1 반려묘(猫) 이야기

버팀목2 2024. 2. 4. 14:11

반려묘(猫) 이야기

                                                   - 김봉은 -

 

 

 지인으로부터 반려묘 이야기를 들은 지 시간이 좀 지났다.

어젯밤은 반려묘(猫) 이야기 때문에 밤새 잠을 설쳤다. 벌써부터 들었던 이야기를 머릿속에 메모를 해 두었다가 옮겨 적는다는 것이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할 일을 제때 하지 않았을 때 돌아오는 스트레스로 인한 결과다.

  

 옛 어른들이 고양이는 영물(靈物)이라고 말하곤 하는 것을 어릴 적부터 들어왔다 그렇지만 지인으로부터 들은 반려묘 이야기는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내용인즉,

 

결혼해서 아들 둘을 낳아서 큰 아들은 호주로 유학을 보냈고, 작은 아들은 공군으로 입대해서 병역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중이고, 남편은 뒤늦게 노후를 준비한답시고 부산으로 자격시험 대비 학원에 수강생으로 열공 중으로 본의 아니게 독수공방으로 지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주위의 권유로 외국산 반려묘 새끼를 거금 40만 원을 주고 분양받아 입양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린 새끼를 입양해서 정성을 쏟아 키우면서 매일 밤 안방 침대에서 같이 동거 아닌 동거를 했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반려묘는 떼어낼 수 없는 가족으로 지내게 되었고 새끼에서 어미로 성장한 어느 날 부산에서 오랜만에 주말에 남편이 내려왔기에 반려묘는 거실로 내 보냈는데 초저녁부터 거실에서 반려묘는 계속해서 앞발로 신경질적으로 안방문을 두들기며  방 안으로 들어오겠다고 신호를 보냈다고 한다.

 

 오랜만에 귀가한 남편이 반려묘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기에 반려묘의 행동을 자제시키기 위해  방문을 여는 순간 반려묘가 사정없이 달려들면서 앞발로 팔뚝을 할퀴어 찰과상을 입어 굵은 핏방울이 뚝뚝 거실바닥에 떨어졌었다고 한다.

 앙칼진 그 순간의 반려묘는 질투심에 이글거리는 험악한 얼굴로 쳐다보는 듯해서 감히 눈을 마주칠 용기가 나지 않았고 사람도 아니고 반려묘가 이렇게 무서운 존재로 부각될 줄 상상도 못 했다고 한다.

 

 다음날 아름아름 분양을 보낼 곳을 물색하여 입양금 40만 원과 그동안의 사료비며 장난감 등 부수 경비가 수백만 원 정도 들어갔는데  그 돈이 아까운 것은 고사하고 얼른 헤어질 것을 결심하고는 눈도 마주치기 싫을 정도로 정나미가 떨어져 주변에 분양금 필요 없이 미련 없이 떠나보냈다고 한다.

 

 정 들여 수년간 키웠는데 그 순간 얼마나 썸짓했을까? 남의 이야기이지만 상상해 보면 정말 소름 돋는 이야기였다.

 

  얼마전 읽었던 양미경 선생님의 수필 '고양이는 썰매를 끌지 않는다'가 떠 올랐다. 새끼밴 도둑고양이가 뒷마당 창고안으로 그림자처럼 숨어 들어온 고양이에게 혼신을 다해 돌봐 주었더니 새끼를 낚고는 어느 정도 새끼들이 독립할 정도로 자라자 훌쩍 떠나가 버렸는데 정을 쏟은데 대해 서운해 하기 보다는 고양이의 야성을 탓하지 않고 굴종하는 편한 삶을 버리고 외롭고 거친 자유를 택한 것이라고 표현하셨다.

 

 이에 비추어 보면 반려묘도 인간이 탐한 욕심이지 반려묘를 탓할 게제가 아닌것 같았다.

  

 수년 전 산악 동호회 회원들과 강원도 두타산으로 산행을 갔었는데 산 정상에 도착해서 일행끼리 간식을 먹고 있는데 어느 중년 남자가 잘 생긴 고가로 보이는 반려견인 포인트 한 마리를 데리고 정상에 올라왔는데 숨이 찬 반려견이 정상부에 있는 웅덩이에 전날 내린 비로 고인 흙탕물을 핥아먹는 것을 보고는 우리 일행 여성회원이 이를 안타깝게 여기고 생수를 종이컵에 부어 주자 그 반려견 주인 왈 "그러지 마세요, 개는 개 같이 키워야지 개를 사람 취급하면 자기가 개인 줄 모르고 사람행세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냥 대충 흘려 들었지만 세월이 지나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사람이 말이 명언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