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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쓴 편지는 부치지 않는다

버팀목2 2024. 2. 5. 04:05

 

밤에 쓴 편지는 부치지 않는다

 

                                                                                                 김봉은  

 

 깊은 겨울밤 마을 뒷산 큰소나무에서 부엉이가 밤새 우는 날이면 이불속에서 엎드려 감성에 푹 빠져서 사모했던 연인에게 편지를 쓰곤 했다.

아침에 일으나 우체국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가 부치려고 나섰다가 다시 읽어보니 낯이 간지러워 부치지를 못했다. 대상은 다를지라도 아마 그렇게 밤에 썼다가 부치지 못한 편지가 아마 수백통은 되리라 본다. 

 

 감성에 젖어 쓴 편지를 이성을 되찾아 읽어 보고는 부끄러워하면서 편지를 찢어서 아궁이 속으로 넣으며 혼자서 쓸쓸히 가슴을 쓸어내리며 우체국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를 되뇌어 본 것이다.

 

 그런데 시대의 변천으로 요즘 세대는 카톡이라는 새로운 문명시대가 펼쳐져 즉흥적으로 보낼 수가 있다. 그래서 후회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얼마전 밤에 카톡으로 편지를 적어 보냈다. 술에 취해 감성에 젖어 어떤 사람에게 보내고 말았다. 아침에 답장이 온걸 보고 깜짝 놀랐다. 답장 내용이 이러했다. "회장님 밤에 쓴 편지는 보내는 것이 아니예요!" 놀래서 나자빠졌다.

 

 '밤에 쓴 편지는 부치지 않는다'는 말은 옛말이 되고 말았다. 그러니 혼자 있는 깊은 밤이라고 해도 감성에 젖기보다는 24시간 중에 눈 뜨고 있는 시간에는 정신줄 놓지 않고  똑바로 정신 차리고 살아야 얼굴 붉힐 일이  없을 것이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주책 바가지 소리는 듣지 않고 살아야 되지 않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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