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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묘(猫) 이야기

버팀목2 2024. 3. 4. 09:56

 


 반려묘(이야기

                                                                                                                     김봉은

 

 

 

 언젠가 지인에게서 들었던 반려묘 이야기이다어젯밤은 그 때문에 잠을 설쳤다오래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머릿속에 메모해 두었다가 옮겨 적는다는 것이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할 일을 제때 하지 않았을 때 돌아오는 스트레스로 인한 결과다.

  옛날에 어른들이 고양이는 영물(靈物)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 있다그래선지 지인에게서 들었던 반려묘 이야기는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사연은 이러했다

지인은 아들이 둘인데 큰아들은 호주로 유학을 보냈고작은아들은 공군으로 입대해서 병역의무를 수행하는 중이었다남편은 노후 준비를 위해 부산의 자격시험 학원에서 공부 중이라, 본의 아니게 독수공방 하게 되었다고 한다. 주위의 권유로 아내는 외국산 반려묘 뱅갈 고양이 새끼를 거금 사십만 원을 주고 분양받아 입양하게 되었다.

 새끼를 입양해서 정성을 쏟아 키우면서 '코코'라고 이름도 지어주었고, 매일 밤 안방 침대에서 같이 동거 아닌 동거를 했다시간이 흘러 반려묘는 떼어낼 수 없는 가족으로 지내게 되었고 제법 덩치도 커졌다.

 오랜만에 남편이 내려왔기에 고양이를 거실로 내보냈는데 초저녁부터 앞발로 신경질적으로 안방 문을 두들기며 방 안으로 들어오겠다는 신호를 보냈다남편이 그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기에 자제시키기 위해 방문을 여는 순간사정없이 달려들면서 앞발로 팔뚝을 할퀴어 굵은 핏방울이 뚝뚝 거실 바닥에 떨어졌다고 한다그 순간의 반려묘는 질투심에 이글거리는 표정이라 눈을 마주칠 용기가 나지 않았고저렇게 사나울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다음날 아름아름 분양을 보낼 곳을 물색하여 그동안 수백만 원 정도 들어갔는데 분양금도 필요 없이 미련 없이 떠나보냈다고 한다정 들여 수년간 키웠는데 그 순간 얼마나 섬뜩했을까? 정말 소름 돋는 이야기였다.

 얼마 전에 읽었던고양이는 썰매를 끌지 않는다수필이 떠 올랐다새끼 가진 길고양이가 뒷마당 창고 안으로 그림자처럼 숨어 들어와 돌봐 주었다고 한다새끼를 낳고는 어느 정도 그놈들이 독립할 정도로 자라자 훌쩍 떠나가 버렸다고작가는 두어 달 정을 쏟은 것을 서운해하기보다는 고양이의 야성을 인정해 주었다.. 그놈들은 굴종하는 편한 삶을 버리고 외롭고 거친 자유를 택한 것이라 표현했는데 나 역시 고양이의 야생성을 인정하게 되었다.

 고양이들이 다 앙칼진 건 아니다앙증스럽고 귀여운 놈들도 많다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만화나 영화가 있다는 건 그만큼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것이리라. ‘장화 신은 고양이‘, ’ 고양이와 할아버지’, ’달의 요정 세일러문 ’고양이의 보은‘ 등 많지 않은가.

 요즘은 반려견반려묘를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추세다외로운 노인들은 말동무 삼아 동물에게 정을 쏟으면서 고독을 이겨낸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젊은 부부들은 자녀를 두기보다는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선호한다니 여간 걱정되는 게 아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사나우면 경계의 대상이 된다반려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가족들이나 이웃에게 경계의 대상은 아닐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