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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 수우도(해골바위) 산행

버팀목2 2024. 4. 14. 22:27

 

 

사량 수우도 산행

 

 

 

 

 새벽 4시에 모닝콜 소리에 눈을 떴다. 이게 뭐지? 이 꼭두새벽에 웬 전화벨 소리라니?.

 정신을 차려 다시 들여다보니 전화벨이 아니고 모닝콜 소리였다. 그래 오늘 사량 수우도 산행 가기로 했지···. 발딱 일으나 화장실로 가서 양치질부터 하고 얼굴에 물칠을 한다. 어제 대충 챙겨놓기는 했지만 다시 한번 점검해 보자... 디백에 안주로 챙겨 놓은 돼지갈비양념구이를 은박지에 야무치게 쌓아 두었는데 챙겨 넣고, 좋은 데이 2 병 챙기고, 간식거리도 안방 냉장고 안에서 대충 챙겨 넣었다. 이렇게 챙겨 넣으니 맨날 후배들이 내 배낭이 무겁다고 난리지... 마지막으로 포카리 가루를 넣은 생수통 챙기고 집을 나서는데 무전동 한일김밥집 못 미쳐 전화벨이 울린다. 구대장이닷. 얼추 다 왔다로 마무리하고 전화 끊고 속보로 이동했는데 출발시간 5분 초과했다. 승용차 2 대로 4명씩 분승하여 출발했는데 540분경에 삼천포 활어 경매장에 도착했다. 거기가 수우도 가는 일신호 뱃머리란다. 건너편에 보니 콩나물국밥집이 훤하게 실내등과 간판불이 들어와 있었고, 식당 안에는 손님들이 와글와글이다. 그쪽으로 가고 싶은 맘이 굴뚝같다. 하지만 단체행동이니 어쩔 수가 없다. 뱃머리로 가니 일신호 사무장이 승선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을 선원명부와 신분증 대조를 하며 일일이 챙기고 있다. 예약손님이 우선이다. 우리는 승선명부를 미리 만들어 갔었다. 명부를 건네주고 선비를 계산하려고 1인당 선비가 얼마냐고 물었더니 팔 곱하기 팔이란다. 뭔 말이레? 사무장이 실수한 것 같았다. 왕복선비 1인당 15,000원이니 곱하기 8이다. 12만 원이다. 승선해서 보니 빈자리가 별로 없다. 우리 일행들끼리 모여서 갈 수 없어 각개 약진이다. 30분 걸려 수우도에 도착했다. 마을 구판장에 벽면에 '라면' 판다고 적혀 있었다. 80대 할머니 두 분이 가스버너 2개에 노란 냄비 2개를 올려 라면 3개씩 6개를 끊였다. 15,000원이다. 그래도 라면에 김장김치가 나왔다. 얼른 해치우고 산행에 나섰다. 12시까지 선착장에 도착해야 된다는 일신호 사무장의 선내 앰프 방송 소리가 아직까지 귓전에 맴을 돌고 있다. 수우도 섬 전체 등산로가 동백숲으로 터널을 이루고 있었다. 수우마을 ~ 고래바위 ~ 금강산 ~ 해골바위 ~ 은박산 ~ 수우마을 원점회귀 산행이다. 고래바위 위에서 딴독섬 너머로 조망되는 두미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오늘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을 같이 다녀왔던 일행 중 김종진과 설성경, 정둘선이 셋이서 두미도 천황봉 섬산행에 나선다고 했다. 아직 시간상으로 보면 정상에 오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쪽으로 가는 정둘선에게 천황봉 정상에 오르면 수우도를 쳐다보고 야호! 하면서 소리치면 내가 대꾸를 하겠다고 했는데 지리감각이 없는 그녀는 소리치면 들리는 위치냐고 물었었다. 실제 천황봉에 올랐을 때 가물거리는 위치에 있는 수우도를 바라보면 농으로 던졌던 내 말을 그제야 농담인 줄 알고는 싱겁게 한바탕 웃을 것이다. 고래바위에서 되돌아 나와서 금강산 쪽으로 급경사로 내려섰다. 어른 몸짓만큼이나 큰 멧돼지 2 마리가 먹이 사냥을 하다가 우리 일행의 인기척에 자리를 피해서 고래바위 쪽으로 느릿느릿 엉덩이를 흔들며 가는 뒷모습이 보였다. 설마 이 가파른 절벽길에 자기들을 쫓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인간을 무시하는 태도로 보였다. 이어서 금강산 바로 앞에서 오를까 말까 망설이다가 설치되어 있는 로프가 아무래도 낡아서 위험해 보여 포기하고 우틀해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구대장이 안내해서 들어갔다. 말 그대로 하늘이 보이지 않는 동백나무 숲 원시림이다. 그런데 이따금씩 낡은 등산 시그널이 눈에 띄었다. 그 누군가가 이 원시림으로 통과해서 해골바위로 진행해 갔다는 증거다. 진행해 가는 도중에 큰 바위 덩어리를 만났는데 모두들 배낭을 벗어놓고 바위 위로 올라갔다.. 한 명씩 바위 끝으로 가서 점프하는 모습을 찍었는데 내 순번이 되어 바위 끝단으로 갔는데 아무래도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다른 사람들 같은 포즈가 나오지 않는다며 더 높이 힘주어 점프를 강요했지만 그들의 요구대로 뛰었다가 착지하면서 스텝이라도 꼬여 미끄러진다면 축 사망이다. 주말에 대기하고 있는 119 대원들을 훈련시키는 일이 발생할 수 도 있다 싶어 대충 하고는 말았다. 해골바위로 접근하는 길에서 보니 우리 일행이 방금 뛰놀았던 바위가 해골바위 상부였다. 해골바위로 접근하기 위해서 로프를 잡고 하강하는 절벽길에서 일행들은 먼저 내려갔는데 나는 망설였다. 구대장은 빨리 내려오라고 독촉을 하는데 그저께 꿈에서 낙상하는 일이 있었는데 싶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일행들은 벌써 건너편 해골바위 속으로 잠입했다. 초행길에 조심스레 내려서서 결국에는 일행들과 해골바위에 합류했다. 다시는 오지 못할 해골바위에서 사진을 한없이 찍었다. 해골바위 탐방을 마치고 되돌아 나와 은박산 정상으로 향했다. 바람 한 점 없다. 바다는 고요 그 자체다.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아까 마을 구판장에서 라면 먹을 때 따라 나온 김장 김치를 많이 먹은 탓으로 갈증이 계속된다. 내가 준비해 간 식수는 동이 났다. 이런 일은 난생처음 겪는 일이다. 언제나 산행이 종료될 때까지 식수가 남아 있어야 된다는 것이 평소 내 지론인데 오늘은 어긋났다. 섬 산행이라고 낮춰 본 것 같다. 일행들에게 식수를 달라고 하는 것도 겸연쩍다. 결국 두어 모금 얻어 마시기는 했지만 갈증을 해결하지 못한 채 하산이 종료되었다. 선착장에서 마을 주민이 운영하는 포차에서 안주는 뒷전이고 막걸리와 사이다를 주문해서 1.8L 빈 생수병에 넣어서 믹서를 해서 서너 잔을 때리고 나니 그제야 갈증이 해소되었다.

 

 그때쯤 우리 일행을 태워 갈 일신호 여객선이 사량도 쪽에서 수우도 선착장으로 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자연이 만들어 낸 대형 조각물 같은 해골바위, 점점이 떠 있는 한려수도의 작은 섬들과 내륙의 호수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했던 잔잔한 바다를 보면서 오늘 땀에 흠뻑 젖은 내 육체와 영혼을 힐링하고 수우도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