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5.01.18(토) 부친 산소,제주 쌈밥

버팀목2 2025. 1. 19. 06:50

2025.01.18(토) 맑음




☆   1 월 의  어 느   날


천둥소리에 놀란 까투리처럼 푸드덕 잠을 털면 살아 있다는 건 분명 축복이었다
갈 수 없는 나라로 다리를 놓고
볼 수 없는 세상을 만나게 된다

폐부 깊숙이 들이키는 바람 속에는
색유리 조각을 통해 본 유년의 태양처럼
꽃의 향기가 있고 낭만의 미래가 있고
결실의 풍요와 눈 내리는 밤의 소망이 있다

다시는
세상과 맞서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면
지난 생애의 부끄러움이 취객처럼 비틀거리며 작별의 인사도 없이 제 갈 길을 떠나고

그 보다
한 발 앞서 나의 이력서를 든 1월이
2월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친구여
한 잔 술을 권하노니
절망이 넘어지면 희망이었다
분노가 넘어지면 사랑이었다

삶 은
한줄기 바람만으로도 축복이었다

☆* 13월의 시 * 중에서 /  황   의   성         글


♤     에      필     로     그

인생은
생명으로 시작하여  
그리움으로 이어지는 것을

그리움은 뜨거운 사랑이며
가도 가도 닿을 수 없는 하늘인 것을

하늘은 영원한 것이며
영원은 항상 고독인 것을

아~
그와도 같이 인생은 사랑으로 이어지는
황홀한 희열이여 아름다운 적막인 것을.....

☆ 인생은  /   조    병   화

☆* 시 전 집 * 중에서 ♡
 
 

 


 몇해전 추석을 앞둔 음력 칠월 스무 여드렛날 부친 산소 벌초(省墓)를 둘째 조카와 하기로 계획하고 큰집에 갔었고, 조카가 창고에 들어 있는 예초기를 꺼내 시운전을 해보는데 일년중에 오늘처럼 벌초때 한번 사용하고는 장기간 방치해 둔 상태라 시동을 걸어본데 좀처럼 여의치 않아 결국 읍내에 있는 농기구 수리점 신세를 져야했다. 조카가 읍내로 다녀올 시간에 내가 먼저 산소로 가서 장마기간 엄청나게 세를 불려 진입로를 가로막고 있는 칡덩굴을 정리하여 통로를 개척해 놓으면 시간을 절약할 것으로 예측하고 낫으로 작업을 하다가 엉킨 칡덩굴이 덤불처럼 한덩이가 되어 숲 전제가 요동을 쳤다. 그러자 덤불속에서 왕벌들이 나타나 목장갑을 낀 내 오른손등을 큰 왕벌이 물었다. 직감적으로 덤불속에 왕벌집이 있다는 예측이 가능했고 이곳을 최대한 빨리 이탈해야 한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떠올랐다. 그렇잖아도 내게는 벌 알레르기가 있다. 오래전 조모 산소에 벌초하다가 땅벌에 뒤통수를 쏘여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었고, 군대생활 할때 사격장에서 '선착순' 단체 얼차례를 받다가 앞서 달리던 전우가 건드려놓은 벌집에서 달려든 벌에 쏘여 의무대로 후송조치 되는 등  벌에 대한 민감한 반응을 하는 자신을 아는지라 그날 벌초는 포기를 했다. 그리하여 초유의 벌초대행 업체에 거금 삼십만원을 주고 의뢰를 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는데, 대행업체에서 진입로는 그대로 두고 봉군만 벌초를 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래서 내 팔등을 물었던 왕벌도 응징을 해야 하겠고, 덤불처럼 되어 통로를 막고 있는 칡덩굴 제거를 위해 그해 겨울을 선택했다. 추운 겨울 날씨에는 야생벌들이 동면에 들어갔을테니 마음 푹놓고 아예 일대 칡덩굴과 잡목들을 일거에 베어 버렸다. 그런데 또 시간이 지나니 잡목들이 우거졌다. 그래서 지난 여름에 생각한 일이다. 겨울 되면 부친 산소 주변의 키 큰 나무가 봉군에 그늘을 지우는 나무들 베기와 묘에서 바라보는 벽방산 조망을 가리는 특히 거목이 된 밤나무들을 베어 내기로 했는데 오늘 토요일이 최적기다 싶어 톱, 괭이, 낫, 정전가위 등 장비와 상수를 챙겨서 출발했다. 산소 앞 도로에 주차를 하고는 국도변이라 사고예방을 위해 트렁크를 열어 두고 산소로 올라갔다. 먼저 봉군 남쪽에서 햇빛을 가려 그늘을 지우는 벚나무 두 그루를 베었다. 그리고 묘지 앞 덤불 속으로 들어가서 차근차근 밤나무와 잡나무들을 잘라 내었다. 묘소에서 보면 벽방산이 확 트이게 조망할 수 있게 만들었다.
 내가 이렇게 부친 산소의 조망권을 확보하는 이유가 있다. 내 어릴때 그러니까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이야기이다. 그 당시는 집에 라디오도 없었고, 일기예보란 자체를 접할 수가 없는 세상이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해뜨는 아침이면 마당에서 동쪽 벽방산을 올려다보면서 벽방산 위에 걸려 있는 구름의 형상과 불어오는 바람을 코로 음미하시고는 그날의 일기를 예측했다. 아버지가 오늘 해가 떨어지기 전에 비가 올 것이라며, 비에 대한 대비를 즉, 말해서 비 설거지를 당부하면 정말로 해가 지기 전에 비가 왔다. 그런 연유로 아버지가 누워 계시다고 가정을 해서 벽방산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벽방산 조망에 장해가 되는 나무들을 제거했다. 작업을 마치고 산소로 가서 벽방산을 쳐다보니 시야가 확 트여 있어 내 마음도 시원했다. 
 돌아오는 길에 노전마을에 있는 김형세 친구 농막에 들렀다. 끊여주는 커피를 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돌아왔다.
 오후 5시 무렵 조경천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오늘 저녁 일정이 있는지 물어보고는 오늘 자기가 휴무라고 해서 제주쌈밥으로 약속장소로 잡았다. 시진이와 강여사에게 문자로 알렸더니 시진이는 오늘 저녁 다른 약속이 있어서  못 온다고 전화가 왔었고, 강여사는 반응이 없었다. 약속시간에 맞춰 제주쌈밥으로 갔더니 경천이가 먼저 도착해 있으면서 내가 도착하니 강여사 참석여부를 내게 묻기에 반응이 없다고 했더니, 맨날 강여사에게서 식사 대접을 받는데 오늘은 자기가 밥을 사는데 참석하면 좋겠다며 직접 전화를 해서 강여사가 왔었다. 전날 숙취로 술은 먹지 않았고, 식사만 했었고, 둘이서 맥주 한 병, 소주 4병을 죽였다. 감사하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