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방

2025.02.18(화) 18:00 경우회 이사회 목장원, 16:00 충무도서관 곰솔수필문학회

버팀목2 2025. 2. 18. 09:52

2025.02.18(화) 맑음
 
 

 

                        소먹이는 목동

                                김 봉 은


  나는 ‘소먹이는 목동’이었다. 초봄부터 늦가을까지 등교하기 전에 소를 몰고 가서 풀을 뜯어 먹이고는 뒷산 소나무에 매어 놓고 학교로 갔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오면 다시 그 소를 몰고 마을 인근 들이나 산에서 풀을 먹이고 집으로 몰고 오는 게 내 일과이었다.
  어쩌다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어울려 축구라도 하고 늦게 오면 뒷산에는 다른 소들은 없고 우리 소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뒤늦게 나타난 나를 쳐다보는 소의 눈빛이 애처로워 보였다. 하굣길에 잔망을 피우다가 배를 곯게 했다고 원망하는 것 같았다. 말 못 하는 짐승이지만 미안해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래서 얼른 냇가로 소를 몰고 가서 물부터 먹이고 나면 미안한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이른 아침에 반바지 차림으로 소를 몰고 나가면 깔따구가 정강이를 물어뜯어서 내 정강이는 성한 날이 없었다. 풀을 먹인 소를 마을 뒷산 덩치 큰 소나무에 매어 놓고는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왔다. 어제 학교 갔다 와서 빨아놓은 교복 상의를 걷어서 거북선 닮은 다리미를 들고 부엌에서 숯불을 담아 다림질했다. 집에서 중학교까지는 시오리 비포장길로 차량이 한 대 지나가면 뽀얀 먼지로 인해 한동안 앞이 보이질 않는다. 비 오는 날에는 차량이 빗물을 튕겨 교복을 버리기 일쑤고, 도로 사정이 그러하니 하얀 교복 상의가 성할 날이 없었다.

 마흔넷에 나를 낳은 어머니는 반농반어(半農半漁)의 빈촌에서 논보다는 밭이 많아 아버지보다 어머니 일이 많았다. 밭에서 시금치 캐고, 갯벌로 가서 조개를 파거나 자연산 굴을 까고, 밭에는 옥수수 심어서 삶아 파는 등 어머니는 슈퍼우먼이셨다. 그러다 보니 우리 마을에 시집와서 사는 여자들은 오십 줄에 접어들면 전부 꼬부랑 할머니가 된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다.
 밭에서 농사지은 채소와 갯벌에서 잡은 조개를 팔아서 내 교복과 등록금을 대기 때문에 어머니가 교복을 다림질해 주기를 애당초 기대하지 않는다. 내가 그나마 중학교라도 다닐 수가 있기에 소 풀 먹이는 일이나 교복 다림질에 대해 불평할 수 없었다.
 여름철 볏논에 멸구 약이나 도열병 약은 학교에 가지 않는 일요일에 농약을 쳤다. 농약을 치는 펌프질은 내 차지였다. 어린 마음에 시오릿길 학교에 다니기도 고달프고 아침저녁으로 소 풀을 먹이러 다니는 일도, 겨울철 소죽 끊이는 일도 내 몫이었다. 방과 후 공부하는 도회지 이이들이 늘 부러웠다. 그래서 그것이 늘 불만이었다.  
더욱이 우리 마을은 약 오십오 호쯤 되는데 우리 또래 초등학교 동급생이 남녀를 합쳐 십여 명 되었는데 그중에서 중학교 진학은 공립학교 두 명, 사립학교 한 명이 전부였다.
진학하지 못한 친구들은 일찍부터 가까운 도회지로 나가서 자개공이나, 통발배 선원으로 취업 일선에 진출하는 예도 있지만, 거의 부모님 밑에서 논밭일을 돕거나 땔감을 구하러 다니기 때문에 그들에 비해 중학교라도 진학한 우리는 부모 일을 도우며 사는 그들과 비교 대상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 시절에 점심을 먹은 기억은 아예 없다. 점심시간이면 친구들이 도시락을 먹는 시간에 나는 수돗가에서 수돗물로 배를 채웠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일도 있었다. 여름날 오후에 소 풀 먹이러 가는 중에 가매 등이라는 곳이 있었다. 그곳 풀이 있는 곳에 소를 매어 놓고 바닷가로 가서 자맥질로 새조개나 꼬막도 잡아 구워서 굶주린 배를 채우고, 오뉴월 늦은 봄에는 남의 논밭에 있는 보리나 밀도 서리해서 구워 먹는 재미도 있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니 그런 일도 내 어릴 때의 추억으로 아슴푸레하게 클로즈업되어 오는 것이 그리 싫지만은 않다.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가슴 한쪽에 모아 두련다. 내가 여기까지 온 그것만큼이나 소중한 추억이니까.



 

 

 

 

 

 

 


 수작(酬酌)과 급난지붕(急難之朋)

수작(酬酌)이라...
멀리서 벗이 찾아 왔다. 얼마나 그리웠던 친구였던가!
두 친구가 주안상을 마주하고 술부터 권한다.
“이 사람아! 먼 길을 찾아와 주니 정말 고맙네. 술 한잔 받으시게"
“반갑게 맞아주니 정말 고맙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가?”
이렇게 잔을 주고받는 것을 '수작(酬酌)'이라고 한다.

옛날 주막집 마루에 사내 몇이 앉아서 주안상을 놓고 왁자지껄하다.
한 잔씩 술을 주고받으면서 연지분 냄새를 풍기는 주모에게도 한잔 권한다.
“어이! 주모도 한잔할랑가?”
한 놈이 주모의 엉덩이를 툭 친다.
이때 주모가 "허튼 수작(酬酌) 말고 술이나 마셔!" 한다.
수작(酬酌)은 잔을 돌리며 술을 권하는 것이니 '친해보자'는 뜻이고, 주모의 말은 ‘친한 척 마라. 너하고 친할 생각은 없다.’는 뜻이다.

도자기병에 담긴 술을 마시다 보면 얼마나 남았는지 그 양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병을 어느 정도 기울여 천천히 술을 따른다. 이것이 짐작(斟酌)이다. 짐(斟)은 ‘주저하다’
머뭇거리다’는 뜻이다.
따라서 짐작(斟酌)은 '미리 어림잡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할 때는 우선 속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한다. 이것이 작정(酌定)이다.
작정(酌定)'은 원래 '따르는 술의 양을 정한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무작정(無酌定) 술을 따르다 보면 잔이 넘치는 경우도 있다.
무성의하고 상대방을 무시하는 무례한 짓이 될 수 있다.
아무리 오랜만에 찾아온 벗이라 해도 원래 술을 많이 못하는 사람이라면, 마구잡이로 술을 권할 수는 없다. 나는 가득 받고, 벗에게는 반만 따라 주거나 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상대방의 주량을 헤아려 술을 알맞게 따라주는 것이 '참작(參酌)'이다.
판사가 형사피고인의 형량을 선고할 때 여러 사정을 고려해서 '정상 참작(情狀 參酌)해 작량감경(酌量減輕)한다'라는 말을 쓰는 것도 술을 따르는 것에서 유래된 것이라 하니 술 한잔에도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급난지붕(急難之朋)...
急 급할 급, 難 어려울 난, 之 갈지, 朋 벗 붕.
급하고 어려울 때 힘이 되어주는 친구라는 뜻으로 이 말은 명심보감에 나온다.

주식형 제천개유(酒食兄弟千個有)라
술 먹고 밥 먹을 때 형, 동생 하는 친구는 천명이나 있지만,

급난지붕일개무(急難之朋一個無)라...
급하고 어려울 때 막상 나를 도와주는 친구는 한 명도 없다.
그러므로 수작으로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친구는 많아도, 급하고 어려울 때 힘이 되는
진짜 친구는 드물고 거의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유식한 친구가 보내준 글입니다.

 

 

 

#1

 

[기자의 시각] "치안 붕괴에 대비해야 한다"

입력 2025.02.18. 00:05업데이트 2025.02.18. 09:46
 
 
 
17일 오후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과 반대 집회가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열리면서 양측이 대립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17일 낮 12시쯤 서울대 관악캠퍼스 학생회관 앞.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을 놓고 서울대생들이 맞닥뜨렸다. 250명의 학생들이 두 쪽으로 나뉘어 뜻이 다른 상대편을 향해 “빨갱이 꺼져라” “극우 세력 물러가라”라며 고함쳤다. “저들을 완전히 박멸해야 한다”는 말도 들렸다. 승강이가 멱살잡이 등 폭력으로 비화할 조짐이 보이자 경찰과 소방까지 캠퍼스에 등장했다.
지난 15일 오후 광주광역시 금남로에서도 윤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2시간 간격으로 열렸다. 반대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3만 명이, 찬성 집회에는 1만 명이 모였다. 두 인파는 겨우 70m쯤 떨어져 있었다. 경찰 버스 4대가 ‘ㅁ’ 자 형태로 양측을 갈랐다.
지난 10일 오후 1시 40분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도 탄핵 찬성·반대 학생들이 충돌했다. ‘윤석열은 즉각 퇴진하라’ ‘반국가 세력의 사기 탄핵을 규탄한다’는 현수막을 각각 든 학생 수십 명은 불과 열 걸음 거리에서 서로를 향해 “부끄러운 줄 알아라”며 손가락질을 해댔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대한민국 사회 곳곳이 극한 분열 중이다. 광화문·한남동에 이어 서울 서부지법·헌법재판소·서울구치소 등에 흥분한 군중이 몰려온다. 지난달 19일 서부지법 난동 사태는 집단 열광이 광기(狂氣)로 돌변하면 얼마나 위험해지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 2017년 3월 10일, 시위대는 이성을 잃었다. 그날 일로 4명이 목숨을 잃고 63명이 다쳤다.
경찰은 지난달 차륜형 장갑차, 다목적 작전차, 근무용 안전 헬멧, 방탄 방패, 섬광 폭음탄 등을 발주하며 장비를 보완했다. 인터넷엔 헌재·법원·인권위 국가 주요 시설을 목표로 한 폭동 계획이 올라오거나, 화염병 등을 언급하는 사람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탄핵심판 선고 직후, 2017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치안이 붕괴할 가능성에 대비 중”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폭주하는 입법부와 정치적으로 편향된 사법부를 더는 신뢰할 수 없다며 직접 광장으로 몰려나온다. 일각에선 탄핵이 인용되면 ‘제2 건국 전쟁’까지 불사할 것이라고 말한다. 민주주의는 군사 반란 같은 갑작스러운 사건이 아니라, 정치 양극화가 심화되며 제도의 균형이 무너지는 과정에서 서서히 붕괴된다(‘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는 지적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최고 장점은 우수한 치안이라고 외국인들은 말한다. 한 프랑스인은 “서울에서 난생처음으로 밤거리를 마음대로 걸을 때 감격스러웠다”라고 했다. 6·25 이후 70여 년간 이룩한 사회 안전망은 치안뿐 아니라 교통·의료·통신 등 전 분야에 걸쳐 있다. “이젠 혁명이다” “전쟁을 선포한다” “다 밟아버리자” 같은 극단 구호 속에서 그간 힘겹게 닦아온 사회의 기반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있어서는 절대 안 되지만, 경찰은 늘 최악의 상황,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운칠기삼(運七技三) : 운이 칠 할이고 재주나 노력이 삼 할이라는 뜻으로, 사람의 일은 재주나 노력보다 운에 달려 있음을 이르는 말.

 


 오늘은 곰솔수필문학회 월례회와 경우회 이사회가 겹친 날이다.

곰솔단톡방에서 총무가 불참한다는 회원 글이 많이 올라오자 참석을 독려하고 있는 사정이라서 내심 경우회 이사회는 불참하기로 하고 단톡방에 글을 남겼다.

 곰솔 월례회에서 '소 먹이는 목동'을 발표했는데 마이크를 잡고 낭송하면서 보니 「여름철 볏논에 멸구약이나 도열병······.」 반복되어 들어 있었고, 수필 작품에서는 아라비아 숫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는데 「55호, 10명, 2명, 1명」 이렇게 사용되어 있었다. 

 몇 번을 오탈자 검색을 했을 때도 보이지 않았는데, 낭송할 때 눈에 띄었다. 난감했었다. 서둘러 낭송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왔지만 다른 회원이 작품을 낭송하고 있었지만 거기에 집중할 수 없었고 내 작품 수정에만 몰입되어 있었다.

 이어서 무전동 한우정으로 이동하여, 만찬을 하고는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데 강여사한테서 전화가 와서 '짝태'에서 맥주 한잔 사 달라고 해서 그리로 갔다. 그러면서 주영라이프로 '온정택시' 한대를 불러 달라고 해서 앱을 열었더니 그동안 사용하지 않는 동안 앱이 업그레이드가 되어 있어 조작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고 있는 사이 택시를 잡아 타고 온다는 전갈이 왔다.  일을 마친 조사장까지 합류되었다.

 '짝태'에 대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 주점에 몇 번을 갔으나 '짝태' 안주는 시켜 본 적이 없어 몰라었는데 오늘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짝태'는 명태의 배를 갈라서 내장을 꺼내고 소금에 절여서 넓적하게 바람으로 건조한 것이라고 하는데 안주로 등장할 때는 몸통과 껍데기가 분리되어 나왔다.

 

 짝태는 명태의 가공품의 하나로 소금으로 조미해서 말렸다는 점이 북어와의 차이점이다. 명태는 지역이나 상태, 잡는 방법, 가공법 등에 따라 다양한 이름이 있다. 강원도와 경기도 이남에서는 북어, 동해 연안에서는 동태, 신선한 명태를 선태, 그물로 잡은 명태를 망태, 낚시로 잡은 명태를 조태라고 한다.

 황태는 명태의 내장을 빼고 건조대에서 얼었다 녹는 과정을 반복시킨 것이며, 황태를 만드는 과정에서 날씨 변덕으로 인해 거무스레하게 된 것은 먹태라고 한다. 또 반쯤 말린 것은 코다리, 새끼 명태는 노가리라고 한다. 명태는 버릴 것이 없이 모두 이용되는 중요어류로서 알은 명란젓에, 창자는 창난젓에, 간장은 어유에 쓰인다.

▣ 출처 : 다음 백과 어학사전